이민자 64만 명, 경력 무관 직종서 근무
‘캐나다 경력’ 조건이 진입 장벽 높여
‘캐나다 경력’ 조건이 진입 장벽 높여
캐나다가 의료 인력 부족과 생산성 저하 문제를 겪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서 취득한 학위와 전문 자격을 보유한 이민자들의 역량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캐나다 시민권연구소(ICC)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학위 소지 이민자 가운데 약 64만 명이 현재 자신의 학력이나 경력에 걸맞지 않은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이민자 학위 소지자의 26%에 해당하는 수치로, 캐나다 태생 노동자(11%)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해외 자격 인정 제도를 개선할 경우 캐나다 노동시장에서 상당한 규모의 전문 인력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민자들이 자신의 학력이나 전문성보다 낮은 수준의 직종에 종사하는 비율을 전체 노동자 평균 수준으로 낮출 경우 약 2만7000명의 간호 인력과 1만6000명의 의사를 추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캐나다에서는 약 650만 명이 가정의를 구하지 못하는 등 의료 인력 부족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 교육받은 의사 가운데 실제 의료 현장에서 근무하는 비율은 41%, 간호사는 37%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해외 자격 인정(Foreign Qualification Recognition·FQR) 제도를 지목했다. 캐나다 전역에 걸쳐 수백 개의 규제기관이 자격 심사를 담당하고 있어 절차가 복잡한 데다 지역별 기준도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특히 많은 직종에서 요구하는 ‘캐나다 경력’ 조건이 대표적인 진입 장벽으로 꼽혔다. 자격 취득을 위해서는 캐나다 경력이 필요하지만, 정작 해당 자격이 있어야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구조적 모순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장벽이 개인의 취업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에도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RBC는 해외 자격 인정 장벽과 이민자 고용 불일치로 인해 캐나다 경제가 연간 최대 500억 달러 규모의 잠재 성장 기회를 잃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보고서 작성자인 카림 엘아살은 “캐나다가 직면한 많은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인재는 이미 국내에 존재한다”며 “문제는 인재 부족이 아니라 이미 있는 인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구조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인재를 낭비하는 일을 멈춰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희수 기자 ch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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