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영주권 신청 대신 해외 주재 영사관 거쳐야
엔지니어·기업 임원·시민권자 배우자까지 불확실성 커져
엔지니어·기업 임원·시민권자 배우자까지 불확실성 커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영주권(그린카드) 취득 절차를 대폭 강화하면서 그동안 미국 내에서 영주권을 신청해 온 합법 체류자들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최근 영주권을 신청하는 대부분의 외국인이 미국을 떠나 해외 주재 미국 영사관에서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는 방침을 내놨다. 이후 일부 예외를 인정하는 추가 공지가 나왔지만, 구체적인 적용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신청자와 기업, 이민 전문 변호사들 사이에서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특히 이번 조치가 불법 체류자가 아닌 합법 이민자들까지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엔지니어와 기업 임원, 미국 시민권자의 배우자 등 수년간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영주권 취득을 준비해 온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활동하는 이민 전문 변호사 제임스 홀리스는 "이번 변화는 사실상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라며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온 신청자들조차 불확실성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시민권자 가족 초청 기반 영주권 신청자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찰스 커크 미국이민변호사협회(AILA) 전 회장은 "미국 시민권자들이 배우자나 부모, 자녀와 장기간 떨어져 지내야 할 수도 있다"며 "결국 미국 시민권자들 역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도 긴장하고 있다. 정부의 이번 지침은 고급 전문인력을 위한 H-1B 비자와 다국적 기업 관리자용 L-1 비자 소지자들의 영주권 취득 절차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비자는 미국 기업들이 해외 인재를 채용하는 핵심 통로로 활용됐다.
실제로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집중 단속 여파로 지난해 약 66만8000개의 일자리가 증발한 것으로 추산된다. 연구진이 ICE의 체포 건수가 폭증한 86개 도시를 추적한 결과, 단속반에 이민자가 1명 체포될 때마다 지역 사회에서 평균 13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가 법의 원래 취지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이민국(USCIS)의 잭 칼러 대변인은 지난달 22일 "외국인들이 미국 이민 제도를 올바르게 이용하게 하도록 법의 원래 취지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 이민국은 경제적 기여도가 높거나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경우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안보부(DHS) 역시 고급 기술 인력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안한 목소리가 나온다. 시애틀의 이민 서비스 업체 바운드리스 이민(Boundless Immigration)을 운영하는 샤오 왕은 일부 고객들이 이미 미국 내 신분 조정 절차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추가 소명을 요구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민 변호사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기존 법 해석을 뒤집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민변호사협회는 1952년 제정된 법률이 외국인의 미국 내 체류 상태에서 영주권 신청을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셰브 달랄-데이니 미국이민변호사협회 정부관계 담당 수석국장은 "수십 년간 유지돼 온 법 해석을 바꾸려는 시도"라며 "의회는 오래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한 뜻을 유지해 왔다"고 말했다.
휴스턴의 이민 변호사 스티븐 브라운은 일부 고객들이 2020년 영주권을 신청한 뒤 5년 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가족과 직장, 삶의 터전이 모두 미국에 있는데도 영주권이 거부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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