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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작차∙발효차에 매료된 파란 눈의 남자

한혜성 기자 helen@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0-12-14 15:31

한국차를 좋아하는 외국인, 페드로 빌라론(Pedro Villalon)

몇 주전 요식업 관련 행사에 참가했을 때였다. 초대받은 사람들에게 향기로운 민트티를 대접하는 외국인이 한 명 있었다. 그가 대뜸 다가와 ‘한국 사람’인지 묻더니, 자신도 한국에 몇차례 다녀왔으며 참 아름다운 나라였다고 회고했다.

요즘 늘어난 한국에 관심을 보이는 비(非)한국인 중 한명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자신이 ‘티가이(Tea Guy)’로서 현재 밴쿠버에 한국차와 중국차를 공급하는 일을 하고있다고 밝혔다. 이름은 페드로 빌라론(Villalon). 멕시코에서 태어나고 대학교 교육까지 마친 후, 밴쿠버에서 차(茶)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미국 대기업(P&G)을 다니며 글로벌 브랜드 매니저 자리까지 올랐던 인재였다.

<▲ 페드로씨(왼쪽)와 김정열씨는 국경을 초월한 따뜻한 우정을 나눈다.>

페드로씨는 차에 매료된 이유를 “제작되고 마시는 모든 과정 속에 느림의 미학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 때문에 중국에서 몇 년 거주한 적이 있는데, 일부러 시간을 내어 시골에 머물며 중국의 고산(高山)을 오르는 일이 많았다고. 그가 산을 다니면 차잎을 기르는 농부들과 자연히 마주치곤 했다. 바쁜 도시의 삶에 익숙한 외국인에게 농부들의 생활방식은 깨끗하고 단순하며 자연과 하나되는 마치 예술과도 같았다. 장인정신까지 느껴지는 그들의 움직임에 의해 만들어진 차는 마음을 안정시켜주고 정신도 정화시켜줬다. 동양의 차에 대해 관심을 가진 건 그 때부터다.

한국에는 2004년, 2008년, 2009년과 올해 초에 각각 방문했다. 처음 한국에 간건 미국에서 알게된 한국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서울에서 주로 지냈지만, 지난해에는 한 친구가 차로 유명한 고장인 경상남도 화개로 페드로씨를 데리고 갔다. 그 곳에서 처음 접한 한국의 발효차와 세작차는 “마셔본 차 중에서 최고”였다고.

<▲ 차잎을 볶는 모습.>

차에 관심이 많은 페드로씨에게 화개는 양질의 한국차를 만날 수 있던 곳이었다. 화개에 머물면서 모든 티마스터를 만나고 그들의 차를 마셔봤지만, 페드로가 느낀 가장 강한 인연은 김정열씨와 김신호씨였다. 브랜디와 시가를 가져간 낯선 외국인을 따뜻하게 맞아주고 숙식을 제공해줄 정도로 한국의 정을 듬뿍 느끼게 해준 사람들이었단다. 두 사람이 만드는 세작차와 발효차도 최고 품질이었다. 페드로씨는 한국의 티마스터와 단촐한 나물 안주와 허브가 담긴 소주를 앞에 두고 매일 밤이 새도록 대화를 나누며 한국차와 한국 문화를 배웠다.

밴쿠버에서 차 수입판매 사업을 시작할 때도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이 두 사람이었다. “소량 생산∙제작하는  최고급 차를 직접 농부∙티마스터(tea master)로부터 받아 판매하는” 그의 사업, 다오티(Dao Tea)은 모두 6명의 중국∙한국인 티마스터와 거래를 한다. 그 중 한국인 티마스터 2명이 바로 김정열씨와 김신호씨다.

<▲ 페드로씨는 낯선 이방인을 따뜻하게 맞아준 김신호씨(왼쪽)에게 한국의 정을 느꼈다고 했다.>

다오티 제품은 밴쿠버 내 오가닉 식품점과 고급 식당, 그리고 온라인 상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최고의 정재계 인사들만 모인다는 사교클럽, 밴쿠버 클럽(Vancouver Club)과 멕시코 시티의 최고급 레스토랑에도 차를 공급한다. 좋은 인연으로 만난 한국∙중국 티마스터들의 땀의 결정체를 북미에서 선보이는 중개인인 것이다.

페드로씨에게 한국차의 매력을 물었다. “한국이라기보다 화개에서 나는 차의 매력을 설명할게요. 그 곳의 녹차는 굉장히 특이한 단맛이 나요. 가볍고 깨끗합니다. 지리산 생태계와 차 잎이 자란 떼루아, 손으로 직접 볶는 과정이 느껴지는 다양한 아로마가 입 안 가득 퍼져요. 조용하게 차를 마시는 동안에는 따뜻하고 차분한 에너지를 받아요. 추운 날씨에 특히 생각나죠. 동이 틀 무렵에는 세작차가, 해가 질 무렵에는 발효차가 아주 잘 어울립니다. 두 종류 모두 다오티 웹사이트에서 판매하고 있어요”

<▲ 김신호씨와 그의 부인이 직접 차잎을 말리는 모습.>

페드로씨는 한국이 좋은 이유 3가지로 “다정한 친구와 함께 마시는 소주, 우아함과 세밀한 것에 신경쓰는 시골 농부들의 삶, 그리고 산마을에 사는 따뜻한 정”을 꼽았다. 정작 한국인도 느끼기 힘든 한국의 매력을 이 눈이 파란 외국인은 벌써 알아채고 마음 속 깊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김정열씨를 처음 만난건 지난해 2월이었는데,  너무 보고 싶어서 9월에 또 만나러 갔어요. 아내와 두 딸까지 절 돌아온 식구를 반기듯 어찌나 기쁘게 맞아주시던지요. 김정열씨 아내는 9월에 첫 아들을 임신하고 있었습닌다. 아마도 처음 만났을 때 제가 가져간 스페인제 브랜디가 좋은 영향을 준 것 같아요(웃음)”

세작차: 가장 어리고 색깔이 연한 녹차잎을 모아 만든 것으로 ‘참새의 혀’를 닮았다고 하여 세작차라고 불린다.

발효차: 차를 물에 넣고 오랫동안 끓여도 쓰거나 떫지않은 한국의 명차.


다오티 웹사이트: www.daotea.ca
한혜성 기자 Helen@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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