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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적인 시도도 서슴치않는 솔직한 디자이너

한혜성 기자 helen@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0-11-12 13:42

밴쿠버 패션위크 초대된 디자이너 하상백

하상백 디자이너를 만나러 가는 길은 신났다. 디자이너지만 마치 연예인을 만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국의 젊은이들과 패션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얻는 하디자이너의 인기는 여느 연예인 못지 않기 때문이다.

하디자이너는 밴쿠버 패션위크 10주년 행사에 특별초청되어 지난 3일부터 8일까지 밴쿠버에 머물렀다. 그의 런웨이는 6일 오후 6시 30분에 시작됐고, 처음부터 화려한 색채와 과감하고 개성있는 디자인을 선보이며 관객의 이목을 주목시켰다. 취재진 진영도 시끌거렸다. “모던하다”, “색 매치가 훌륭하다”, “이번 밴쿠버 패션위크 런웨이 중 최고” 등 감탄사가 끊임없이 터져나왔다.

런웨이 하루 전날인 5일 하 디자이너를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들어오면서 ‘안녕하세요’를 크게 외치는 명랑한 첫인상은 어렸을 때부터 고생 모르고 자란듯한 부잣집 도련님 이미지를 연상케했다. 현재의 유명세도 그 덕으로 얻은 것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살짝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인터뷰가 계속될수록 사물을 보는 날카로운 눈과 세상을 대하는 그의 가치관은 책을 많이 읽은 학자만큼이나 남달랐다. 치열한 패션업계가 끊임없이 그를 찾는 이유. 바로 끊임없는 경험을 통해 배우려는 자세와 솔직한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그의 치열한 노력이 아닐까 생각했다.

<▲ 2010 밴쿠버 패션위크에 2011년도 S/S 콜렉션을 들고 참가한 하상백 디자이너. 사진=한혜성 기자>

 

밴쿠버에 온 소감은 어떤가?
사실 밴쿠버에 온건 두번째다. 지난 2006년에 피어스 브로스넌과 함께한 양복 광고촬영 스타일링 때문에 밴쿠버에 온 적이 있다. 깨끗한 자연과 도시적인 느낌이 멋진 곳이라는 인상이었다. 이번에 밴쿠버 패션위크 초청으로 다시 오게되어 기쁘다.

디자이너로 잘 알려져 있지만 스타일리스트, 작가 등 활동영역이 넓다.  이유가 무엇인가?
다양한 분야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패션’이라는 분야만 한정해 일을 한다. ‘패션’과 관계된 일이라면 모든 일을 접해보고 싶다. 현재는 나의 콜렉션 준비 외에 한국가수 ‘샤이니’, 아시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가수의 2집 앨범 커버랑 뮤직비디오 스타일링 관련 업무를 한다.

난 참 일찍부터 일을 시작했다. 건국대 의상디자인학과 2학년(만 18세) 때, 집에 문이 잠겨서 학교에서 만든 작품을 갖고 이대 앞을 서성이고 있었는데 한 옷가게 주인이 옷을 만들어오면 팔아주겠다고 했다. 그 때부터 얼떨결에 패션 일을 시작했다. 이후로 이름을 알리기까지 고생도 많이 했었다. 

<▲ 2010 밴쿠버 패션위크에 2011년도 S/S 콜렉션을 들고 참가한 하상백 디자이너. 사진=한혜성 기자>

아들이 패션디자이너가 된다고 했을 때, 부모님 반대는 없었나?
왜 없었겠나. 정말 꾸준히 반대하셨다. 의상쪽으로 간다그러니까 반대하셔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은 너무 많이 와버린 것 같다(웃음).

스스로 성격이 어떻다고 생각하나?
후회를 안 할려고 하는 타입이다. 일을 할 때는 집중력이 높아서 내가 무섭다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후회를 하기 싫어 기분이 기쁘면 기쁘고, 나쁘면 나쁜대로 표현하는 등 솔직하려고 하는 편이다.   
또, 보고 듣고 만지고 생각하는 경험을 굉장히 좋아한다. 멍하니 있는 시간이 별로 없을만큼 바쁘지만 공상을 좋아하고, 문명, 과거와 미래 등 사회와 주변환경에 대해 차곡차곡 생각해 정리하는 걸 좋아한다.

<▲ 하상백 디자이너가 밴쿠버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2011년도 S/S 콜렉션. 사진=한혜성 기자>


<▲ 하상백 디자이너가 밴쿠버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2011년도 S/S 콜렉션. 사진=한혜성 기자>

 

유럽이나 북미에서도 쇼를 많이 해보지 않았나. 한국과 한국 이외의 곳에서 일하면서 느낀 차이점이 있는지.
한국은 열정으로 뭉쳐서 한번 해보자 하면 개인적인 시간을 희생 하면서까지 최대치의 결과를 나오게 하려고 불꽃나는 시너지를 낸다. 반면,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너무 바빠지려고 하면 잠시 뒤로 물러서서 커피 한잔을 마시는 여유가 있다. 그런 여유가 답답하면서도 부럽기도 하다. 어떤 일을 할 때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 스타일이다보니 해외에 와서 일을 하다가 갑자기 브레이크가 걸리면 황당하다가도 그런 면을 하나씩 배워가는 것 같다.

한국에 하 디자이너의 팬이 많다.
나의 솔직한 면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셔서 고맙고 다행이다. 일부 언론이 표현하는 ‘신드롬’, ‘열광’은 아니고 인간 하상백에 대한 호감인 것 같다. 예전에는 슈퍼스타가 인기를 얻었다면 요즘에는 현실적으로 자기 만의 스타일이 있는 사람이 관심을 얻는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 만든 옷이 기억나나?
당연하다. 상업적으로 처음 팔린 작품은 95년에 만들었던 블랙 레이스로 만든 가디건이랑 A라인 스커트였다. 지금에 비하면 창피할 정도로 난이도가 낮지만 참신했었던 제품이었다.

나의 첫 콜렉션은 아쿠아그린 등 해변에서 볼 수 있는 트로피컬한 컬러 팔레트를 주로 사용했다. 아직까지 좋아하는 컬러 팔레트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 상관없이 순수할 수 있었던 그 때의 내가 부럽기도 하다. 요즘에도 매너리즘에 빠지려고 하거나 새로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마음가짐을 가다듬고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주 생각한다.

자신만의 패션 철학이 있다면?
배우는 걸 좋아해서 서슴없이 실험적인 시도를 하는 편이다. 긴장감있는 실루엣, 새로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하이브리드 스타일링, 현대와 미래적인 것이 섞인 개인적인 칼라 팔레트를 좋아한다.

<▲ 하상백 디자이너가 밴쿠버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2011년도 S/S 콜렉션. 사진=한혜성 기자>


<▲ 하상백 디자이너가 밴쿠버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2011년도 S/S 콜렉션. 사진=한혜성 기자>


스타일리시하게 옷을 입으려면?
제일 먼저 몸매와 얼굴, 스킨톤 등 자기 자신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바운더리를 잘 알고있으면 그 속에서 패셔너블해보일 요소는 무궁무진하게 많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패션 스타일을 잘 알고있길 바란다. 펑크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로맨티시즘을 유행이어도 꽃핀을 꽂는 등 살짝 변화만 주면 된다. 원하는 스타일을 기반으로 유행요소를 살짝 섞는 것이다.

본인이 입고싶은 옷이라면 유행과 달라도 과감히 시도해보기를 권한다. 원하는 스타일과 색깔이 있다면 다른 사람이 눈치보지 말고 입어봐서 자기에게 뭐가 어울리고 뭐가 안어울리는지 빨리 파악해라.  인생에서 스스로 주인공이 되면 재밌듯,  옷입기에서도 주인공이 되면 재밌다.

앞으로의 계획은?
솔직히 일이 힘들긴 하다. 패션계가 워낙 치열하기 때문이다. 스타일링은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바가 많아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어떻게 하라는 건지 난감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프로정신을 발휘하려고 한다. 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단순히 취미가 아닐까?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난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일을 골치아프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즐기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내가 앞으로 바라는 것은 지금 하고 있는 패션 일을 질리지 않고 하는 것이다.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주옥같은 추억 많이 만들면서 일을 재미있게 오래하고 싶다. 내가 정한 인생이고 내가 정한 진로이기 때문에 나중에 인생을 돌아봤을 때 후회없이 ‘아, 패션하기 참 잘했구나’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글∙사진= 한혜성 기자 Helen@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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