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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같은 감독이 나타났다”

한혜성 기자 helen@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0-10-08 16:24

조성희 감독

지난해 발표한 조성희 감독의 <남매의 집>은 한국 영화계에 조용한 파란을 일으켰다. 봉준호 감독, 박찬욱 감독, 이준익 감독 등이 심사위원을 맡았던 미장센 단편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영화계를 이끄는 그들은 조감독의 단편을 보고 "괴물같은 감독이 나타났다”며 놀랐다고 했다.

이어, <남매의 집>은 칸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 3위, 전주 국가영화제 대상, 두바이 국제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등으로 선정됐다. 한 영화전문지는 조성희 감독을 두고 ‘제 2의 봉준호 감독’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했다. 졸업단편영화 단 한편으로 조성희 감독이란 이름을 영화계에 확실히 각인시킨 것이다.

그래서 이번 첫 장편영화인 <짐승의 끝>을 만들며 부담스럽지 않았는지 물었다.

"부담스러웠죠. 관심만큼 잘 만들었어야했는데… <짐승의 끝>을 완성한 후에 주변에 보여줬는데 기대만큼은 아니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제 생각도 그래요. 정말 부족한 영화에요. 그래서 밴쿠버 영화제 용호상 후보에 올랐어도 마음이 편합니다. 수상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거든요. (웃음)”

<짐승의 끝>은 미혼모 임산부인 ‘순영(이민지 분)’이 아이를 낳기위해 고향집으로 내려가다가 갑자기 타고있던 택시가 멈추게 되고, 생존을 위해 근처 휴게소를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과 만남을 담았다. 그 속에 ‘절대자’와 사람들을 하나하나 먹어치우는 ‘정체불명의 괴물’이 등장한다. 조감독은 소외되고 약한자의 가장 외롭고 어두운 순간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조감독은 79년생으로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이다. <짐승의 끝>은 조감독의 한국영화아카데미 제작연구과정(장편과정) 작품인데, 학교 지원금 5000만원으로 만들었다. 추운 겨울을 배경으로 찍어야 했던 2달 간의 18회차 촬영. 매 회차를 무사히 찍을 수만 있길 바랬을만큼 모든 촬영이 힘들었고 어려웠지만, 영화는 완성됐다.

이번 밴쿠버 영화제(VIFF)에서 <짐승의 끝>은 비주류영화 중 이례적으로 만석을 기록했다. 영화가 끝난 후, 감독과의 Q&A 시간도 자정이 넘은 깊은 밤까지 이어졌다. ‘박해일’이라는 스타급 배우가 학생 졸업작품에 등장한 이유를 묻는 질문도 있었다. 박해일은 영화 속 다소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절대자’로 출연했다.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배우를 고르고 있었는데, 프로듀서분이 박해일씨가 어떻냐고 제의했어요. 당연히 안 될줄 알았지만, 돈이 드는것도 아니고 시나리오나 한번 보내보자 했는데 너무 기꺼이 도와주시겠다고 했어요. 그 것도 무보수로… 참 감사했죠”

조성희 감독에게 앞으로 만들고 싶은 영화를 물었더니, 조지 루카스 감독의 작품처럼 온 가족이 손잡고 볼 수있는 SF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전작 <남매의 집>과 <짐승의 끝>이 어둡고 우울했다면, 조감독이 다음으로 준비하고 있는 영화는 드디어 조감독이 만들고 싶다는 SF다. 지구밖 위성궤도 상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고, 시각적으로 많은 표현을 하는 작품이 될 예정이다. 조감독은 현재 시나리오 작업 중이고, 빠르면 내년이나 내후년 정도에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를 한다고 밝혔다.

조감독을 인터뷰하면서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자신의 색깔이 분명한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2의 봉준호’라는 수식어도 아마 감독으로서 분명한 영역을 구축할만한 재능이 보여 붙여졌던 것이 아닐까. VIFF가 봉준호 감독, 홍상수 감독에 이어 ‘조성희 감독’이라는 재능있는 감독을 또 한명 발굴하는데 성공한 것 같다.

글·사진=한혜성 기자 helen@vanchosun.com

<▲ <짐승의 끝>의 한장면. 사진제공=V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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