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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첫 국제영화제여서 의미가 크죠”

한혜성 기자 helen@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0-10-08 16:31

봉준호 감독

올해 밴쿠버영화제(VIFF)에 봉준호 감독이 왔다. 재능있는 신인 아시아 감독에게 수여하는 용호상의 심사위원을 맡기 위해서다. <괴물(Host)>과 함께 밴쿠버를 찾았던 2006년 이후, 4년 만의 방문이다.

봉감독은 VIFF와 개인적으로도 인연이 깊다. 용호상 심사를 이틀 앞둔 지난 5일, 봉감독을 만나 VIFF의 의미를 물었다.

 

<▲  사진=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봉감독은 VIFF에서 매우 친숙한 감독이다. VIFF와의 인연을 소개해달라.
제일 처음 밴쿠버에 온건 1995년이었다. 그 때, <지리멸렬>이라는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 단편작품이 초청이 되어 오게 됐었다. 그리고 나의 장편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가 2000년도에 용호상 후보에 올라서 왔었고, 2006년에는 <괴물>로 밴쿠버를 방문했었다. 올해 심사위원으로 온 것까지 합하면 벌써 밴쿠버에 네번째 방문이다.
직접 온건 네번이지만, 그동안 나의 영화는 단∙장편 모두 VIFF에 초청됐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참 뜻깊은 영화제다.

다시 밴쿠버를 찾은 소감은 어떤지 궁금하다.
VIFF는 내가 경험한 첫 국제영화제다. 학생시절 작품이 상영된 영화제에 15년이 지나 심사위원 입장에서 오게 됐으니 참 감개무량하다. 어제 (인터뷰 전날) 건국대학교 학생감독들의 작품을 봤다. 영화가 끝나고 관객과의 Q&A시간에서 학생들이 쑥쓰러워하며 질문에 대답하는 걸 보고 옛날 날 보는 것 같았다. (웃음)

VIFF가 다른 국제 영화제와 비교해서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다면?
VIFF는 콘셉트가 명확하고 지난 29년간 한결 같음을 유지하는 영화제라고 생각한다. 정치적인 흔들림 없이 국제영화제로써 아시아의 재능있는 감독들을 더 일찍 발견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주는 영화제로써의 역할이 굳건하다.

내 경우를 들어보겠다. 캐나다의 또 다른 영화제인 토론토 영화제는 규모는 크지만, 내 작품 중 <살인의 추억> 이후의 영화들만 초청을 받았다. 반면, VIFF에서는 나의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나 심지어 학생시절 찍은 단편영화까지 상영했다. 그 것이 바로 VIFF의 역할인 것 같다.

VIFF에서 용호상 출신으로 주목받은 감독들은 더 성장한 뒤에 토론토나 칸 영화제에서 환호받는 감독이 되어왔다. 홍상수 감독이나 올해 함께 심사를 맡은 지아 장커(Zhangke∙ 2006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같은 세계적인 거장들도 VIFF에서 처음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VIFF가 그 콘셉트를 유지할 수 있는 저력으로 VIFF에 초대되는 아시아 영화 프로그래머, 토니 레인즈(Rayns)씨가 빠질 수 없다.
그렇다. 토니 레인즈는 도날드 리치 같은 평론가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아시아 영화 평론가로서, 한국 뿐 아니라 중국, 대만, 일본, 싱가폴 등 모든 아시아 영화감독들의 진정한 서포터(Supporter)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아 영화계의 새로운 재능을 발굴하는데 매우 큰 역할을 하시는 분이다.
<우나기>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 등 아시아 거장들의 작품 DVD보면 토니 레인즈의 코멘트가 대부분 들어있을 정도로 그의 평론은 인정받는다.

<▲ 토니 레인즈(왼쪽부터)와 용호상 심사를 맡은 봉준호 감독, 데니스 코테 감독이 7일 수상작 발표에 앞서 발표장 밖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혜성 기자>

레인즈와 봉감독의 개인적인 인연은 어떤가.
내가 15년 전 학생작품을 들고 밴쿠버에 왔을 때, 내 영화를 함께 보면서 영화 자막 지도도 해주셨고 영화제에서 쓰라고 활동비도 주셨을 정도로 마음 씀씀이가 따뜻하시다. 그 때와 다르지 않게 지금도 변함없이 신인감독들과 Q&A시간을 진행하고, 어떠한 흔들림없이 영화 프로그래밍을 하는 모습이 참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VIFF에서 한국의 여느 인디 영화제보다 더 많은 독립영화를 볼 수 있는 것도 토니 레인즈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용호상 심사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올해 심사위원을 맡아달라는 연락이 와서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지난해에도 요청이 있었는데 당시 스케줄이 맞지 않아 아쉽게 고사했었다. 2006년 <괴물> 개봉 때는 VIFF 일정 위주로 소화했기 때문에, 지난해 <마더> 개봉은 형평성 문제 때문에 뉴욕 영화제 위주로 소화해야 했었다. 올해에는 일정이 맞아 심사를 하게되어 기쁘다.

<▲사진=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요즘 한국 영화계가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 특히 신인감독들의 데뷔가 힘들다고들 많이 하는데 봉감독이 느끼기에는 어떤가.
나는 1995년부터 2005년 사이, 한국 영화계가 ‘제2의 르네상스’를 맞아 신인감독들이 데뷔하기 가장 좋았던 그 시기에 데뷔를 했다. 나는 다행히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버티는데 문제가 없지만, 신인감독들에게는 2006년대 이후로 영화계 상황이 어려워졌다. 투자자들과 배급사들의 영향력도 너무 세졌고 영화진흥위원회의 방향과 성격도 많이 달라졌다. 젊은 신인감독들이 데뷔하는 고충이 내가 데뷔했을 때보다 확실히 더 커졌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이 어려운 고비는 한국 영화계에서 반복되어왔던 일이다. 한국 영화 역사 90년은 늘 좋았거나 나빴거나 둘 중 하나였지만 영화의 맥은 끊이지 않았다. 재능있는 감독들은 결국 주목을 받고야 말았기 때문에 조금만 호흡을 길게해서 본인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쫓는다면 기회는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작품은 언제쯤 기대할 수 있나.
밴쿠버에 오기 2주 전에 올 한해 내내 작업한 다음 작품의 시나리오를 탈고했다. 제목은 <설국열차>이고, 말 그대로 기차 내에서 벌어지는 Sci-fi액션영화다. 프랑스의 한 그래픽 노블이 원작으로 지구에 제2의 빙하기가 와서 지구가 다 얼어붙어버렸는데 유일한 생존자들이 타고있는 달리는 기차 내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영화다.

영화의 90%가 기차 세트 내부에서 촬영할 예정이고 일부 해외 로케이션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아마 내년에 촬영을 하고 후반작업까지 다하면 내후년쯤 개봉할 것 같다.

한혜성 기자 helen@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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