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계의 샤넬’ 룰루레몬 이야기

사진출처= Getty Images Bank
‘레깅스계의 샤넬’로 불리는 ‘룰루레몬(Lululemon Athletica Inc.)’의 성장세가 무섭다. 지난 1월에 끝난 2024년 회계연도 매출은 96억1900만달러(약 14조원)로 2023년 대비 18.6% 성장했다. 앞서 2023년 매출은 81억1100만달러로 2022년보다 29.63% 증가했고, 2022년 매출은 62억5700만달러로 전년 대비 무려 42.14% 급증했다. 수익성도 좋다. 2024년 순수익은 17억3600만달러(약 2조5400억원)로 2023년 대비 73.48% 폭증했다.
캐나다 밴쿠버에 본사를 둔 룰루레몬은 지금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칩 윌슨이 1998년 창업했다. 캘거리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윌슨은 졸업을 1년 앞둔 1979년 스노보딩과 서핑, 스케이팅 관련 전문 의류를 생산·판매하는 웨스트비치 스노보드를 창업했다. 1997년 웨스트비치 스노보드를 100만달러에 매각한 그는 고향인 밴쿠버에서 난생처음 요가 수업을 듣던 도중 사업 아이템으로 ‘요가용 레깅스’를 떠올렸고, 이듬해 룰루레몬을 창업했다.
당시 레깅스는 면(綿) 소재가 대부분이어서 금세 땀에 젖었고, 통기성도 좋지 않았다. 요가 관련 산업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확신한 윌슨은 웨스트비치 시절 쌓은 스포츠 의류 전문가로서 경험과 노하우를 레깅스 시장에 접목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룰루레몬이란 이름에 특별한 의미가 담긴 것은 아니다. 괴짜 경영자로 유명한 윌슨은 영어 ‘L’ 자 발음에 어려움이 있는 일본인 고객이 제대로 발음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상상하며 L 자가 무려 세 개나 들어간 회사명을 만들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윌슨은 2007년 룰루레몬을 캐나다와 미국(나스닥)에 동시 상장하면서 억만장자 반열에 올라섰다. 윌슨의 자산 규모(‘포브스’ 추정)는 70억달러(약 10조2242억원)에 달한다. 룰루레몬은 2016년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서울 강남구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면서 한국에 진출했다. 현재 한국에서 운영 중인 매장은 청담·이태원·명동 타임워크·신세계백화점 강남점·더현대 서울 등 21개에 달한다.
전 세계적으로 이름이 잘 알려진 의류 업체가 그것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진 시기에 룰루레몬처럼 고속 성장을 이어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한 벌에 우리 돈 10만원이 넘는 고가의 레깅스가 주력 상품인데도 그렇다. 비슷한 시기(2006년)에 창업해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경쟁자로 떠오른 스포츠웨어 업체 언더아머와 비교해도 룰루레몬 매출이 두 배 가까이 많다. 올해로 창업 27년을 맞은 룰루레몬의 고속 성장 비결을 분석했다.

자료=룰루레몬
[성공 비결 1] 트렌드 속에 돈줄이 있다
윌슨이 룰루레몬을 창업한 1990년대 말 캐나다에서는 대학 졸업자 중 여성 비율이 눈에 띄게 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여성의 결혼 연령도 늦어지면서 전문직 여성의 여가· 취미 생활을 위한 새로운 시장이 생겨났다. 요가 관련 시장도 그중 하나였다. 윌슨은 이 같은 변화에 주목해 룰루레몬을 창업했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웠다. 그는 2022년 출간한 자서전 ‘룰루레몬 스토리(The Story of lululemon)’에서 “요가 관련 시장이 그렇게 커질 거라고 예상한 건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여성 관련 시장이 말도 안 되게 홀대받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성공 비결 2] 상품과 문화를 함께 팔아라
‘제품과 체험 활동을 통해 행복하고 즐거운 인생을 건강히 누릴 수 있도록 돕는다.’
룰루레몬의 경영 철학이다. 룰루레몬은 매달 다양한 무료 강좌를 연다. 여기에는 아쉬탕가와 브로가(남성끼리 하는 요가), 인사이드 플로 요가와 아이스 요가 등 요가 수업은 물론 명상·필라테스·꽃꽂이, 선물 포장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레퍼토리가 포함된다. 꽃꽂이와 선물 포장 등은 요가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젊은 여성의 관심이 높다는 점에서 잠재 고객 확보 수단으로 볼 수 있다. 무료라고 하지만 선심성 행사는 아니다. 요가복을 팔아 돈을 많이 벌려면 요가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야 한다. 야구 인기가 없는 나라에서 글러브와 배트 등 야구용품을 팔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룰루레몬의 무료 클래스는 이런 점에 착안한 것이다. 매장을 체험 공간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해외에서는 영업을 마친 매장을 스튜디오 공간으로 활용하곤 한다. 매장에서 클래스를 진행하면 자연스럽게 브랜드와 매장은 물론 제품에 대한 친밀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성공 비결 3] 고객을 애타게 만들어라
룰루레몬은 일반적으로 고객 충성도를 높이려 쓰이는 다수의 프로모션이나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고, 광고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제품 태그나 포장을 뜯으면 교환·환불이 안 되는 엄격한 정책을 유지한다. 그런데도 고품질·고가 전략을 앞세운 룰루레몬이 거의 언제나 정가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성공적인 재고 관리 전략에 힘입은 바 크다. 룰루레몬은 제품을 소량 생산하는 대신 신제품 교체 주기를 3~12주 정도로 짧게 유지한다. 재고를 적게 유지할 수 있는 데다 ‘서두르지 않으면 재고가 소진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조성해 구매를 유도하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성공 비결 4]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라
요가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난다고 해도 요가 수련 중에만 입는 옷이라면 매출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룰루레몬은 창업 초기 요가복 판매에 주력했지만, 어느 정도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뒤에는 ‘요가풍(Yoga-inspired)’이라는 신조어를 앞세워 본격적으로 시장 확장에 나서기 시작했다. 스타일과 착용감에서 호평이 이어지면서 룰루레몬의 요가풍 의류는 오래 지나지 않아 할리우드 여배우의 ‘1마일(약 1.6㎞) 웨어’로 알려지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1마일 웨어는 집에서 1마일 정도 거리는 편안하게 입고 다닐 수 있는 평상복을 뜻한다. 2010년 미국 뉴욕에 불어닥친 룰루레몬 레깅스 붐은 운동(athletics·애슬레틱스)과 여가(leisure·레저)가 합쳐진 ‘애슬레저 룩’이란 이름으로 의류 시장에 2차 폭풍을 일으켰다. 미국 인구통계청 발표 자료를 보면, 미국의 레깅스 수입량은 2017년 사상 처음으로 청바지 수입량을 제쳤다. 룰루레몬은 레깅스· 요가복 등으로 여성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어왔으나 이제는 남성복 시장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2024년 3분기 남성복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 성장했다.
[성공 비결 5] 지역 밀착형 홍보 활동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글로벌 스포츠 의류 업체는 오랫동안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를 앞세워 브랜드와 제품을 홍보해 왔다. 룰루레몬은 엄청난 비용을 들여 유명인 모델을 섭외하기보다 매장이 있는 지역에서 유명한 요가·피트니스 강사 등을 지역 홍보 대사로 섭외해 ‘고객 밀착형’ 홍보 활동을 벌인다. 앞서 언급한 무료 요가 클래스가 여기에 포함된다. 보통 신규 매장 오픈 1년 전부터 ‘룰루레몬 커뮤니티 대사(Lululemon community ambassador)’로 부르는 이들 홍보 대사 섭외 작업을 시작한다. 홍보 대사는 룰루레몬 제품을 구매할 경우 할인 혜택을 받는다. 여기에 더해 룰루레몬 웹사이트나 매장을 통해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이나 클래스를 홍보하는 권한도 부여받는다. 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도 홍보 대사의 중요한 임무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다양한 스포츠 스타를 ‘글로벌 홍보 대사’로 내세우고 있다. 미국 프로 농구 스타 조던 클락슨(유타 재즈)과 ‘아이스하키 천재’ 코너 베다드(시카고 블랙 호크스), 미국 프로 골퍼 맥스 호마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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