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룰루레몬, 영업 마친 매장 스튜디오로···“문화가 제품 이끈다”

이용성 국제전문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5-05-05 06:57

‘레깅스계의 샤넬’ 룰루레몬 이야기

사진출처= Getty Images Bank

‘레깅스계의 샤넬’로 불리는 ‘룰루레몬(Lululemon Athletica Inc.)’의 성장세가 무섭다. 지난 1월에 끝난 2024년 회계연도 매출은 96억1900만달러(약 14조원)로 2023년 대비 18.6% 성장했다. 앞서 2023년 매출은 81억1100만달러로 2022년보다 29.63% 증가했고, 2022년 매출은 62억5700만달러로 전년 대비 무려 42.14% 급증했다. 수익성도 좋다. 2024년 순수익은 17억3600만달러(약 2조5400억원)로 2023년 대비 73.48% 폭증했다.

캐나다 밴쿠버에 본사를 둔 룰루레몬은 지금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칩 윌슨이 1998년 창업했다. 캘거리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윌슨은 졸업을 1년 앞둔 1979년 스노보딩과 서핑, 스케이팅 관련 전문 의류를 생산·판매하는 웨스트비치 스노보드를 창업했다. 1997년 웨스트비치 스노보드를 100만달러에 매각한 그는 고향인 밴쿠버에서 난생처음 요가 수업을 듣던 도중 사업 아이템으로 ‘요가용 레깅스’를 떠올렸고, 이듬해 룰루레몬을 창업했다.

당시 레깅스는 면(綿) 소재가 대부분이어서 금세 땀에 젖었고, 통기성도 좋지 않았다. 요가 관련 산업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확신한 윌슨은 웨스트비치 시절 쌓은 스포츠 의류 전문가로서 경험과 노하우를 레깅스 시장에 접목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룰루레몬이란 이름에 특별한 의미가 담긴 것은 아니다. 괴짜 경영자로 유명한 윌슨은 영어 ‘L’ 자 발음에 어려움이 있는 일본인 고객이 제대로 발음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상상하며 L 자가 무려 세 개나 들어간 회사명을 만들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윌슨은 2007년 룰루레몬을 캐나다와 미국(나스닥)에 동시 상장하면서 억만장자 반열에 올라섰다. 윌슨의 자산 규모(‘포브스’ 추정)는 70억달러(약 10조2242억원)에 달한다. 룰루레몬은 2016년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서울 강남구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면서 한국에 진출했다. 현재 한국에서 운영 중인 매장은 청담·이태원·명동 타임워크·신세계백화점 강남점·더현대 서울 등 21개에 달한다.

전 세계적으로 이름이 잘 알려진 의류 업체가 그것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진 시기에 룰루레몬처럼 고속 성장을 이어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한 벌에 우리 돈 10만원이 넘는 고가의 레깅스가 주력 상품인데도 그렇다. 비슷한 시기(2006년)에 창업해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경쟁자로 떠오른 스포츠웨어 업체 언더아머와 비교해도 룰루레몬 매출이 두 배 가까이 많다. 올해로 창업 27년을 맞은 룰루레몬의 고속 성장 비결을 분석했다.

자료=룰루레몬
자료=룰루레몬

[성공 비결 1] 트렌드 속에 돈줄이 있다

윌슨이 룰루레몬을 창업한 1990년대 말 캐나다에서는 대학 졸업자 중 여성 비율이 눈에 띄게 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여성의 결혼 연령도 늦어지면서 전문직 여성의 여가· 취미 생활을 위한 새로운 시장이 생겨났다. 요가 관련 시장도 그중 하나였다. 윌슨은 이 같은 변화에 주목해 룰루레몬을 창업했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웠다. 그는 2022년 출간한 자서전 ‘룰루레몬 스토리(The Story of lululemon)’에서 “요가 관련 시장이 그렇게 커질 거라고 예상한 건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여성 관련 시장이 말도 안 되게 홀대받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성공 비결 2] 상품과 문화를 함께 팔아라

‘제품과 체험 활동을 통해 행복하고 즐거운 인생을 건강히 누릴 수 있도록 돕는다.’

룰루레몬의 경영 철학이다. 룰루레몬은 매달 다양한 무료 강좌를 연다. 여기에는 아쉬탕가와 브로가(남성끼리 하는 요가), 인사이드 플로 요가와 아이스 요가 등 요가 수업은 물론 명상·필라테스·꽃꽂이, 선물 포장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레퍼토리가 포함된다. 꽃꽂이와 선물 포장 등은 요가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젊은 여성의 관심이 높다는 점에서 잠재 고객 확보 수단으로 볼 수 있다. 무료라고 하지만 선심성 행사는 아니다. 요가복을 팔아 돈을 많이 벌려면 요가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야 한다. 야구 인기가 없는 나라에서 글러브와 배트 등 야구용품을 팔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룰루레몬의 무료 클래스는 이런 점에 착안한 것이다. 매장을 체험 공간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해외에서는 영업을 마친 매장을 스튜디오 공간으로 활용하곤 한다. 매장에서 클래스를 진행하면 자연스럽게 브랜드와 매장은 물론 제품에 대한 친밀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성공 비결 3] 고객을 애타게 만들어라

룰루레몬은 일반적으로 고객 충성도를 높이려 쓰이는 다수의 프로모션이나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고, 광고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제품 태그나 포장을 뜯으면 교환·환불이 안 되는 엄격한 정책을 유지한다. 그런데도 고품질·고가 전략을 앞세운 룰루레몬이 거의 언제나 정가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성공적인 재고 관리 전략에 힘입은 바 크다. 룰루레몬은 제품을 소량 생산하는 대신 신제품 교체 주기를 3~12주 정도로 짧게 유지한다. 재고를 적게 유지할 수 있는 데다 ‘서두르지 않으면 재고가 소진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조성해 구매를 유도하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성공 비결 4]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라

요가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난다고 해도 요가 수련 중에만 입는 옷이라면 매출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룰루레몬은 창업 초기 요가복 판매에 주력했지만, 어느 정도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뒤에는 ‘요가풍(Yoga-inspired)’이라는 신조어를 앞세워 본격적으로 시장 확장에 나서기 시작했다. 스타일과 착용감에서 호평이 이어지면서 룰루레몬의 요가풍 의류는 오래 지나지 않아 할리우드 여배우의 ‘1마일(약 1.6㎞) 웨어’로 알려지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1마일 웨어는 집에서 1마일 정도 거리는 편안하게 입고 다닐 수 있는 평상복을 뜻한다. 2010년 미국 뉴욕에 불어닥친 룰루레몬 레깅스 붐은 운동(athletics·애슬레틱스)과 여가(leisure·레저)가 합쳐진 ‘애슬레저 룩’이란 이름으로 의류 시장에 2차 폭풍을 일으켰다. 미국 인구통계청 발표 자료를 보면, 미국의 레깅스 수입량은 2017년 사상 처음으로 청바지 수입량을 제쳤다. 룰루레몬은 레깅스· 요가복 등으로 여성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어왔으나 이제는 남성복 시장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2024년 3분기 남성복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 성장했다.

[성공 비결 5] 지역 밀착형 홍보 활동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글로벌 스포츠 의류 업체는 오랫동안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를 앞세워 브랜드와 제품을 홍보해 왔다. 룰루레몬은 엄청난 비용을 들여 유명인 모델을 섭외하기보다 매장이 있는 지역에서 유명한 요가·피트니스 강사 등을 지역 홍보 대사로 섭외해 ‘고객 밀착형’ 홍보 활동을 벌인다. 앞서 언급한 무료 요가 클래스가 여기에 포함된다. 보통 신규 매장 오픈 1년 전부터 ‘룰루레몬 커뮤니티 대사(Lululemon community ambassador)’로 부르는 이들 홍보 대사 섭외 작업을 시작한다. 홍보 대사는 룰루레몬 제품을 구매할 경우 할인 혜택을 받는다. 여기에 더해 룰루레몬 웹사이트나 매장을 통해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이나 클래스를 홍보하는 권한도 부여받는다. 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도 홍보 대사의 중요한 임무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다양한 스포츠 스타를 ‘글로벌 홍보 대사’로 내세우고 있다. 미국 프로 농구 스타 조던 클락슨(유타 재즈)과 ‘아이스하키 천재’ 코너 베다드(시카고 블랙 호크스), 미국 프로 골퍼 맥스 호마 등이 대표적이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데뷔 50주년 맞는 가수 최백호
회한 다독이는 낭만의 목소리
다음 달 데뷔 50주년 콘서트를 준비 중인 가수 최백호가 기타를 들고 앉아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쓸쓸하다는 마찰음에는 겨울바람이 불고 있다. 궂은비 내리는 날, 창백한 나무 한...
“내년 이직 계획” 33%··· 복리후생·급여가 주요 동기
치열해지는 경쟁··· 구직 기간 길어질 수도
▲/Getty Images Bank 최근 고용시장이 반등 조짐을 보이면서, 내년에 이직을 계획하는 직장인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 인재 솔루션 기업 로버트 하프(Robert Half)가 최근 발표한...
기본공제·CPP·EI 등 변경 내용 정리
▲/gettyimagesbank캐나다 국세청(CRA)이 2026년 주요 세금 항목과 적용 세율을 발표했다. 개인 소득세, 캐나다연금(CPP), 고용보험(EI) 등 항목의 한도와 세율이 내년에 일부 조정된다.2026년 세금...
내년 긍정 평가 높지만, 경제 전망은 암울
AI로 일자리 잃을까 걱정···월드컵 관심 미미
▲/Getty Images Bank 다수의 캐나다인이 2025년을 ‘힘든 한 해’로 평가했지만, 2026년에는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입소스(Ipsos)가 30개국 2만3000여 명을...
CUSMA 재협상 변수로 경제 불확실성 지속
내년 중반기 ‘인하’, 하반기 ‘인상’ 가능성도
▲/Bank of Canada Flickr2026년 캐나다 중앙은행(BoC)의 통화정책을 둘러싸고 기준금리 동결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금리 인하 기대가 컸지만, 무역 변수와 경제 불확실성이...
독립 경찰 조사 기관 수사 착수
▲/IIO 성탄절인 25일 오전, 노스 써리의 한 주유소에서 한 여성이 경찰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독립 경찰 조사 기관(IIO)이 수사에 나섰다.   써리경찰(SPS)에 따르면 이날 오전...
박싱데이·주말, 캐나다라인 이용 권고
▲/McArthurGlen Vancouver 밴쿠버 국제공항(YVR)이 26일(금) 박싱데이와 주말 동안 공항을 오가는 차량 통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며, 이용객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YVR은 공항...
2025년 을사년(乙巳年)을 마무리하며 한 해 동안 캐나다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사고를 한 페이지에 담았다. 다양한 이슈가 가득했던 2025년을 되돌아본다.트뤼도 사임과 카니 시대...
▲캐나다의 79세 여성이 71세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해 30kg 이상 감량한 사연이 전해졌다./비즈니스 인사이더캐나다의 79세 여성이 71세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해 30kg 이상 감량한...
英 연구진이 밝힌 발달 주기
우리는 흔히 스무 살만 넘겨도 뇌 성장이 멈추고 이후부터 늙고 퇴화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영국 대학 연구진이 뇌 자기공명영상(MRI) 데이터로 분석해 봤더니 이런 상식을 깨는 결과가...
올해 밴쿠버의 미식 트렌드 이끈 레스토랑 6곳
2025년 밴쿠버의 외식업계는 불경기와 고물가라는 거친 풍랑 속에서도 다양한 신규 식당들을 추가하며 미식 도시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여러 문화가 조합된 밴쿠버 시장을 공략하기...
페퍼로니+베이컨 등 일부 제품
캐나다 전역서 23명 환자 확인
▲대장균 오염 가능성으로 리콜된 피자팝 페퍼로니+베이컨 / CFIA 캐나다의 국민간식인 피자팝(Pizza Pops)이 대장균(E. coli) 오염 우려로 리콜된 가운데, 이와 관련한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경제적 파급에 비해 환경적 성과 크지 않아”
캐나다 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는 유지
▲/Getty Images Bank 캐나다 정부가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올해 말 시행 예정이었던 일회용 플라스틱 수출 금지 조치를 잠정 중단했다.   연방정부는 일회용 플라스틱 수출...
패툴로 브릿지도 양방향 통행 가능
▲24일 일부 구간 개통된 새 브릿지(왼쪽). /BC Government 오랜 지연 끝에 패툴로 브릿지를 대체하는 새 브릿지 ‘stal̕əw̓asəm’(이하 리버뷰)가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일부 개통됐다....
코퀴할라·씨-투-스카이 하이웨이 강설 경보
로어 메인랜드에서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주요 고속도로가 포함된 인근 지역에는 눈 예보에 따른 강설 경보가 발효됐다.캐나다 환경기후변화부(ECCC)는 수요일...
23일 오전 잇단 사고로 출근길 교통 큰 차질
엑스포라인 최장 중단··· ‘대체 노선’ 필요성
▲/translink크리스마스를 앞둔 23일 아침, 메트로 밴쿠버 전역에서 발생한 잇따른 사고로 도로와 대중교통이 큰 혼란을 겪었다. 특히 스카이트레인이 6시간 넘게 운행이 중단되며 교통...
▲가짜로 적발된 향수. /서울시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서 정상 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된 브랜드 제품 중 일부를 분석한 결과, 전부 가짜로 확인됐다.서울시는...
반지형 혈압계가 혈류 변화를 감지해 스마트폰에 혈압 보여줘
혈당∙기침∙심전도··· 스마트폰으로 기록·분석해 질병 징후 포착
고혈압 환자인 중견 회사 임원 김모(58)씨는 스마트폰 데이터를 보고 혈압약 복용 패턴을 바꿨다. 그는 저녁 회식 자리가 많아 음주가 잦았다. 술을 먹으면 혈압이 오르는 경향이 있어서, 야간 고혈압이 걱정돼 자기 전에 혈압약을 먹었다. 그러다 자신의 혈압...
AI 발전으로 정보 기반·효율적 쇼핑 가능
온라인 편리함에도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 선호
▲/Getty Images Bank 캐나다 소바지들이 이번 연말 쇼핑 시즌 소비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결제업체 비자 캐나다(Visa Canada)가 2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연말 쇼핑...
GDP 3년만에 최대 폭 하락··· 목재·제조업 부진
4분기 역성장 우려··· 금리는 당분간 동결 전망
▲밴쿠버조선일보 DB 관세 압박 속에서 반등하는 듯했던 캐나다 경제가 다시 위축됐다.   23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캐나다 경제성장률은 전월 대비 0.3% 감소했다. 이는 2022년...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