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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선후보까지 걸어온 길

황대진 기자 djhwang@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9-17 11:44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생애 첫 공직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2003년 1월 검은 비닐 봉투에 속옷과 양말 등을 싸서 상경한 것으로 유명하다. 노무현 당선자는 문재인에게 "당신들이 나를 대통령을 만들었으니 책임져야 할 것 아니냐"며 민정수석직을 강권했다. 문 후보는 "민정수석으로 끝내겠다. 정치하라고 하지 마시라"고 했다.

문 후보는 첫 민정수석 생활을 "힘들고 고달팠다"고 했다. 1년 만에 이를 열 개나 뽑았다. 지금 발음이 약간 새는 듯 들리는 게 이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언제나 잠이 부족했다. 심지어 치과 치료를 받느라 드릴이 어금니를 긁는 상황에서도 졸음이 쏟아졌다"고 했다.

문 후보는 당시 평창동 연립주택에 세를 얻어 서울 생활을 했다. 당시 문 후보를 만난 사람들은 그의 구멍 난 양말을 자주 봤다고 한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던 부인 김정숙씨에게 "내가 청와대 재임 중에는 백화점에 다니지 말라"고 했다는 일화도 있다.

노 대통령이 정한 인사 원칙은 '호남이 추천하고 영남이 검증하는 것'이었다. 전남 출신 정찬용이 인사보좌관, 부산 출신 문재인이 민정수석인 이유였다. 문 후보는 정찬용과 함께 초기 인사를 주도했다. 강금실 법무장관,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 김두관 행자부 장관, 고영구 국정원장 등이 그들의 작품이었다. 문 후보는 "나는 개혁적 인사들이 일거에 내각과 청와대를 장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200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 측으로부터 '징발령'이 떨어졌다. 문희상 비서실장, 유인태 정무수석 등은 출마했고, 문재인은 거부하고 2월에 그만뒀다. 강금실 장관도 거부하다가 얼마 뒤 물러났다. 문 후보는 당시 상황에 대해 "내 의사와 무관하게 총선에 나가야 한다는 징발론이 당에서 제기됐다"면서 "이면에는 나의 원칙주의를 불편해했던 당의 인사들이 차제에 나를 청와대에서 내보내려는 의도도 일부 깔렸었다"고 했다. 당시 당의 한 원로급 인사가 술자리에서 "문재인 ×××"라고 말한 게 알려지기도 했다. 문재인은 당 측의 인사 청탁을 거의 들어주지 않았다.

(왼쪽)2004년 2월 청와대 민정수석에서 물러나 네팔로 떠나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하던 시절의 문재인 후보,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거한 직후 문재인(왼쪽) 후보가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의 영정을 옮기고 있다. /문재인 후보 측 제공
민정수석에서 물러난 문재인은 히말라야로 떠났다. 자신의 책 '운명'에 "모처럼 꿈같은 자유였다"고 썼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하던 중 담배를 끊었다. "워낙 공기가 깨끗해서 그곳에 담배 연기를 내뿜는다는 게 죄를 짓는다는 생각이 들어서…"라고 했다.

' 꿈같은 자유'는 오래가지 못했다. 네팔 카트만두에서 노 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다는 소식을 듣고 급거 귀국했다. 탄핵 재판 대리인을 총지휘했다. 노 전 대통령이 업무에 복귀하자 2004년 5월 문 후보는 시민사회수석을 맡았고 이듬해 1월 민정수석에 복귀했다. 2006년 5월 문 후보는 민정수석직을 또 그만뒀다. 이번에도 선거를 앞둔 시점이었다. 부산시장 선거에 나가라는 당 측의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

문재인은 부산시장 선거를 돕기 위해 열린우리당 부산시당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부산 사람들이 왜 노무현 정부를 부산 정권으로 생각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뒤에 호남 사람들이 두고두고 섭섭한 감정을 가지게 됐던 이른바 '부산 정권' 발언이었다. 문 후보는 이 일에 대해 "내가 평생 동안 제일 많이 욕먹은 일이어서 마음속에 상처로 남아있다. 정치가 더 싫고 무서워졌다"고 했다.

문 후보는 2007년 3월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또 복귀했다. 문 후보는 "진심으로 맡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의 정치적 상황이 워낙 어려웠다"고 했다. 이 기간 동안 한미 FTA 비준, 남북정상회담 등을 성사시켰다.

노 무현 정부가 끝난 후 문 후보는 경남 양산 산자락에 있는 집을 구했다. 이때 심정을 "세상과 거리를 두면서 조용하게 살고 싶었다. 스스로를 유배 보내는 심정"이라고 했다. 부산 변호사 사무실에 출퇴근하면서 이곳에서 닭도 치고 채소도 가꾸며 지냈다. 노 전 대통령이 오리농법 친환경 농사 등에 열중하던 무렵이었다. 그러나 이 생활도 오래가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문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이 사거한 2009년 5월 23일, 문 후보는 전 국민 앞에 섰다. 이날을 "내 생애 가장 긴 하루였다"고 했다. 그는 침착하고 담담한 모습으로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국민에게 전했다. 이 모습은 많은 사람의 뇌리에 남았다. '노무현의 후계자'로 각인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왼쪽)작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문재인 후보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등과 함께 ‘범외식인 10만 결의대회’ 참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지난 4·11총선 당시 부산 사상구에 출마했던 문재인 후보가 선거 유세를 하던 중 손을 흔들고 있다. /문재인 후보 측 제공
문재인의 정치 행보는 2011년 초 시작된다. 본인은 정치 참여를 완강하게 거부했다. 그러나 이호철 양정철 박선원 등이 책 '문재인의 운명' 기획에 들어갔다. 책은 5월에 나왔다. 25만부 이상이 팔렸다. 또 4·27 김해을 보궐선거를 통해 유시민 참여당 대표의 위상이 급락했다. 5월 23일 노무현 2주기를 계기로 한명숙, 한완상, 안희정, 이광재 등이 그의 출마를 강권하기 시작했다. 노 정권 시절의 장·차관, 청와대 수석들, 민주당의 중진 의원들도 거의 출마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얼마 후인 8월경 문 후보의 양산 집에서 몇 차례 모임이 열렸다. 문성근, 이호철, 정태호, 김경수 등 친노 핵심 7~8명이 모였다. 이들은 야권 대통합운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들은 문재인 후보에게는 "출마하지 않는다는 말만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해 수락을 얻는다. 문 후보는 "야권 통합운동까지만…"이라고 했다.

문재인의 위상은 이미 올라가 있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작년 9월 6일 안철수 원장과 단일화하기 며칠 전 문재인에게 전화를 걸어 "도와 달라"고 했다. 문 후보가 총선 출마를 결심한 것은 작년 말이라고 한다. 문 후보는 "총선 출마 때 대선 출마도 결심했다"고 최근 말했다. 작년 11월 7일 부산에서 열린 '청춘콘서트 2.0' 당일 문재인은 방송인 김제동의 주선으로 법륜 스님과 독대했다. 법륜은 문재인에게 "민주당에서 나오라"고 했고, 문재인은 "안 원장이 민주당에 들어오라"고 했다. 이미 대선 출마까지 결심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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