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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도가니' 대학 은폐 드러나… 일주일

박승혁 기자 patrick@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11-11 18:50

코치가 아동 성폭행한 사건, 풋볼 명성 유지하려고 방관

 

'미국판 도가니' 사건으로 온 미국이 일주일째 떠들썩하다. 대학 미식축구 최고의 명문으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이하 펜스테이트) 코치가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을 수십 차례 성폭행했고, 이후 대학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 '짐승'이 저지른 추행을 여러 명이 알면서도 조직의 이익을 위해 모두가 입을 닫았던 사실이 차례차례 알려지며 미국은 경악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법원 대배심 보고서에 따르면 제리 샌더스키(67) 전 코치는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10대 초반 남자아이들 8명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해왔다. 피해 아동들은 빈곤·결손가정 아이들 후원을 위해 샌더스키가 직접 설립한 '세컨드마일' 프로그램의 수혜자들이어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샌더스키는 특히 가정 형편이 어렵고 심약한 아이들을 골라 자기 집이나 호텔, 심지어 캠퍼스에서 추행했다. 피해 아동에게 용돈과 선물을 주고, 지역 최고 인기 팀인 펜스테이트의 미식축구 경기에 데려가며 입막음을 시도했다. 2009년 한 피해아동이 증언하며 비로소 수사가 시작됐다.

미 언론은 일찍이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펜스테이트 측의 방관과 은폐로 피해자가 늘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3월 샌더스키가 교내 체육관 샤워실에서 어린 소년을 성폭행하는 장면을 같은 팀의 보조코치가 목격했다. 그는 즉각 조 패터노 감독에게 알렸고 감독은 팀 컬리 체육부장에게 보고했다. 컬리는 이 학교 재무담당 수석부총장 개리 슐츠와 상의하고 샌더스키에게 "교내에 아이들을 데리고 오지 마라"는 지시만 내렸다. 수사가 시작된 후 컬리와 슐츠는 위증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고 패터노는 9일 대학 총장과 함께 해임됐다.

CNN은 '전설' 패터노 감독과 32년을 함께한 '오른팔' 샌더스키가 감독으로 승진하지 못하고 1999년 갑작스레 은퇴한 점을 들어 "이미 측근들은 샌더스키의 범행을 알고 있던 것이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샌더스키는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1999년 55세 때 갑자기 코치직에서 은퇴했다. 그러나 일종의 명예 고문(emeritus)으로 활동하며 대학에 사무실을 유지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대학 미식축구는 시장규모가 30억달러에 이르는 산업으로, 최고 명문팀 중 하나인 펜스테이트는 2009년에만 70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이 때문에 펜스테이트의 이미지 실추와 대학 미식축구의 인기 추락을 우려한 업계 관계자들이 샌더스키를 일찍 은퇴시키는 것으로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건의 여파로 펜실베이니아주 연방 상원의원 2명은 10일 패터노 감독에 대한 '자유의 메달' 추천을 철회했다. 자유의 메달은 공공 또는 민간 분야에서 큰 기여를 한 시민에게 미국 대통령이 매년 수여하는 상이다. 의원들은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며 철회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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