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잡아낸 홍명보의 카드
월드컵 1차전 체코에 2대1
월드컵 1차전 체코에 2대1
내용과 결과 모두 만족스러운 한판이었다. 11일(현지시간) 한국 축구 대표팀은 북중미 월드컵 A조 1차전에서 체코를 상대로 우세한 경기를 펼친 끝에 2대1로 이겼다. 장시간 공들인 철저한 고지대 적응과 안정적인 수비 전술, 적재적소의 선수 기용이 어우러진 값진 승리였다.
◇결실 맺은 고지대 훈련
홍명보호는 지난달 16일 월드컵 최종 엔트리 26명을 발표한 뒤 이틀 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월드컵 1·2차전이 열리는 멕시코 과달라하라가 해발 1571m 고지대인 만큼 비슷한 환경에서 미리 적응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고지대에서는 산소가 부족해 회복이 느려지고 체력 소모도 커진다. 지난 5일까지 솔트레이크시티에 머문 대표팀은 이후 과달라하라 베이스캠프로 이동해 적응을 이어갔다.
반면 체코는 별도의 고지대 적응 훈련 없이 경기 전날에야 과달라하라에 도착했다. 체코 대표팀은 “고지대 환경은 문제 되지 않는다”고 자신했지만, 이날 시간이 지날수록 양 팀의 차이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은 후반 들어 발이 무거워진 체코의 빈틈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며 두 골을 뽑아냈다. 1골 1어시스트로 승리의 주역이 된 황인범은 “상대 선수들이 눈에 보일 정도로 힘들어했다”며 “고지대 적응을 먼저 마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스리백 고집 통했다
지난해 6월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홍명보 감독은 7월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부터 본격적으로 중앙 수비수를 3명 두는 스리백 전술을 가동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선수들은 한동안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 3월 코트디부아르에 0대4, 오스트리아에 0대1로 잇달아 패하면서 스리백에 대한 비판 여론은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1년 동안 갈고닦은 스리백은 월드컵이란 큰 무대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김민재, 이한범, 이기혁으로 구성된 홍명보호 스리백은 상대에게 뒷공간을 쉽사리 내주지 않았고, 높이 싸움에서도 크게 밀리지 않았다. 스리백은 수비 시 양쪽 윙백이 내려와 파이브백을 이루는 형태인데 이날 좌우 윙백으로 나선 이태석과 설영우가 왕성한 활동량을 앞세워 상대 측면 공격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딱 들어맞은 교체 카드
손흥민은 이날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6개의 슈팅을 때렸다. 하지만 후반 들어 체력이 떨어지면서 움직임이 다소 둔해졌고 실수도 늘어났다.
홍명보 감독은 황인범의 동점골이 터진 직후인 후반 24분 손흥민을 벤치로 불러들이는 승부수를 던졌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수퍼스타 손흥민이 월드컵 무대에서 교체돼 그라운드를 떠난 것은 막내로 출전했던 2014 브라질 월드컵 이후 처음이었다. 적지 않은 부담을 안은 선택이었지만, 대신 들어간 오현규가 체코 수비진을 끊임없이 압박하며 활력을 불어넣은 끝에 결승골까지 터뜨렸다. 영국 BBC는 “손흥민을 교체할 때만 해도 의아한 결정으로 보였는데 결과적으로는 옳은 선택이었다”며 “월드컵과 같은 큰 무대에서 감독의 가치가 드러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발굴한 자원들도 빛났다
홍명보 감독이 체코전에 내세운 베스트11에서 가장 낯선 이름은 이기혁이었다. 홍 감독은 올 시즌 K리그 강원에서 활약한 이기혁을 과감히 발탁해 월드컵 최종 명단에 포함시켰다. 김주성과 조유민, 김태현 등 중앙 수비수들이 잇따라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선발 출전 기회를 잡은 이기혁은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홍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후반 39분 교체로 들어와 한국의 2대1 승리를 지켜낸 박진섭과 김진규 역시 홍명보 체제에서 본격적으로 중용되기 시작한 자원들이다. 두 선수는 경기 막판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비며 승리에 마침표를 찍는 데 힘을 보탰다.
과달라하라(멕시코)=김영준 기자,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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