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중 처음··· “하마스는 배제”
캐나다와 영국, 호주 등 영연방 3국이 21일 나란히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중 캐나다와 영국은 G7 국가로, G7 국가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1917년 ‘밸푸어 선언’으로 중동 분쟁의 불씨를 지핀 영국이 가세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공존을 전제로 한 ‘두 국가 해법’이 다시 힘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들 3국은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이 하마스를 편드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미국은 “결과적으로 테러리즘에 대한 보상이 된다”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한 상태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캐나다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주도하는 국가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적 공존을 위한 국제적 공조 노력의 일환으로, 하마스의 종말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며 “결코 테러를 정당화하거나 보상하는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잠시 후 호주 앤서니 알바네즈 총리도 성명을 냈다. 그는 “팔레스타인의 독립은 가자지구 전쟁을 멈추고 장기적 평화를 복원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며 “하마스는 새 국가의 정치·안보 체제에서 어떠한 역할도 맡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영국 키어 스타머 총리는 카니 총리의 발표가 나온 지 약 7시간 후 영상 메시지를 통해 “평화와 ‘두 국가 해법’에 대한 희망을 되살리기 위해 영국은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 조치는 하마스에 대한 보상이 아닌, 오히려 하마스가 미래에서 완전히 배제된다는 의미”라며 “내각에 수주 내로 (하마스에 대한) 추가 제재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에 대한 승인이라는 의미를 확실히 한 것이다.
현재까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 나라는 유엔 193개 회원국 중 150국에 달한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G7 국가 중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 나라는 없었다. 1990년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맺은 ‘오슬로 선언’을 통한 평화 공존 해법의 마지막 단계를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으로 봤기 때문이다. 미국의 입장과 이스라엘과의 전략적 관계도 고려됐다.
특히 영국의 발표는 역사적 의미도 크다. 영국은 1917년 아서 밸푸어 외무장관이 유대인의 팔레스타인 정착을 지지한다는 ‘밸푸어 선언’을 발표해 이후 팔레스타인 분쟁의 단초를 제공했고, 제1차 세계대전 직후 국제연맹 위임통치 아래 팔레스타인 지역을 직접 관리하며 유대인 이주를 허용했다. 이 조치가 결국 1948년 이스라엘 건국과 아랍·이스라엘 전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국이 100년 만에 역사적 부채와 마주했다”고 평가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국가 인정 선언은 추가로 잇따를 예정이다. AFP는 “프랑스와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이 22일 뉴욕 유엔총회 기간 중 영국과 캐나다, 호주의 뒤를 이을 예정”이라며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이 서유럽에서 도미노처럼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내각회의 모두발언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은 우리 존재 자체를 위협하고 테러리즘에 터무니없는 보상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테러 세력을 고립시키기는커녕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이스라엘 언론은 이번 조치가 향후 양국 관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도 여전히 반대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 영국 국빈 방문 중 기자회견에서 팔레스타인 국가로 인정하겠다는 스타머 총리의 입장에 대해 “그 문제에 대해 나는 (스타머) 총리와 의견이 다르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직접 협상을 통해 양측의 영토 및 안보 문제를 매듭짓는 평화 합의 타결 이후에야 국가 인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당사자 간 합의 없이 국제사회가 일방적으로 팔레스타인을 인정하면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과 타협하기보다 외교적 승인에만 매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즉각 환영했다. 리야드 알말리키 팔레스타인 외무장관은 로이터에 “이번 결정은 팔레스타인의 독립과 주권을 향한 돌이킬 수 없는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주요국의 인정은 이스라엘의 강경 노선에 맞서는 강력한 압박 수단”이라며 “팔레스타인 내부 통합과 제도 개혁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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