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금주법 시대에 미국은 캐나다 위스키를 밀수하기 바빴다. 그리고 지금, 캐나다는 미국산 위스키를 거부하며 국산품을 선택하고 있다. 시대가 변했지만 위스키를 둘러싼 긴장은 여전하다.
캐나다에서 ‘미국산 위스키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온타리오와 BC주 일부 매장에서는 미국산 주류를 철거하는 조치도 이루어졌다. 미국산 위스키를 놓던 자리에는 캐나다산 제품 구매를 독려하는 입간판이 보인다.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캐나다 국민의 반발이 커진 것이다.
2025년 3월 캐나다 주류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캐나다가 수입한 미국산 위스키의 총량은 약 3200만 리터였다. 올해는 1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불매운동을 넘어 캐나다 위스키의 자립을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평소 달콤하고 묵직한 미국 프리미엄 버번을 즐기던 소비자들이 캐나다 위스키에 적응할 수 있을까?
캐나다 위스키는 미국보다 규정이 유연하지만 법적 기준을 갖추고 있다. 먼저 캐나다에서 생산돼야 한다. 용량 700리터 이하의 오크통에서 최소 3년 숙성돼야 하고 알코올 도수가 40도를 넘어야 한다. 문제는 원료에 제한이 없다는 점. 미국 버번이 첨가물을 허용하지 않는 것과 달리, 캐나다 위스키는 9.09%까지 다른 주류나 향료를 넣을 수 있다. 술맛만 좋으면 문제 되지 않는 셈이다.
규정이 자유로워 다양한 형태의 위스키가 탄생하지만, 브랜드마다 품질 차이가 크고, 제품 간 일관성이 부족한 게 단점으로 지적된다. 반면 미국 버번은 반드시 51% 이상의 옥수수를 포함하고 새 오크통에서 숙성해야 하는 등 기준이 엄격하고 일정한 품질을 유지한다.

캐나다 위스키를 대표하는 앨버타 프리미엄(Alberta Premium) 캐스크 스트렝스(왼쪽). 오른쪽은 미국산 버번인 납크릭 18년. /김지호 기자
캐나다 위스키의 대표 격인 라이 위스키(Rye Whisky)는 버번과 차이가 있다. 라이 위스키는 호밀을 주원료로 강한 스파이시함과 풀이나 허브 계열의 풍미가 두드러진다. 달콤한 캐러멜과 바닐라 향이 강조되는 버번과 비교하면 개성이 뚜렷하다. ‘위스키계의 민트초코’랄까. 처음에는 낯설지만 한번 익숙해지면 묘한 매력이 있다. 자꾸 생각나는 맛이다. 대표적으로 앨버타 프리미엄, 로트 40 등이 있다. 앨버타 프리미엄(Alberta Premium) 캐스크 스트렝스는 100% 캐나다산 라이로 만든 위스키로, 알코올 도수가 60도가 넘는다. 강한 스파이스와 바닐라, 풀 같은 풍미가 짙다. 블렌디드 위스키로는 크라운 로열이 대표적이다.
캐나다 위스키가 버번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버번의 바닐라와 캐러멜 풍미, 묵직한 질감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는 낯설 수 있기 때문이다. “버번 없이도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내리기 어렵다. 하지만 현재 일어나는 이 움직임은 단순한 불매운동이 아니라 캐나다 위스키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예고하는 신호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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