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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생도 “6·25 전사 증조부··· 묘비 보고 숨 멎을뻔”

김영준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06-06 08:41

캐나다 왕립사관학교 생도 트렌터, 육사 교환생도로 한국 찾아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도착해 증조부 관련 기록을 살펴볼 때도 큰 실감은 안 났어요. 증조부를 만나본 적도 없고, 그분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으니까요. 그런데 그의 이름이 적힌 묘비를 보는 순간 숨이 멎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묘비에 헌화하고 경례를 하고 돌아서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한국 육군사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수학하고 있는 캐나다 왕립 사관학교의 제이컵 트렌터(21) 생도는 부산에 묻힌 증조부를 처음 찾았던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의 증조부인 고(故) 조지 시드니 트렌터 준위는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1951년 서부 전선을 북상시킨 ‘코만도 작전’ 중 전사한 캐나다 군인이다.

지난 3월 한국에 온 트렌터 생도는 “작년까지만 해도 증조부가 6·25전쟁에서 전사한 사실은 물론이고 어떤 분이었는지 전혀 몰랐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증조부에 대한 이야기를 가족들에게 꺼낸 적이 없었다고 한다.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던 작년 12월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가족들이 할아버지 유품을 정리하던 중 증조부에 대한 자료들을 발견했다.

“6·25 때 전사한 캐나다군 중에 ‘트렌터’라는 성(姓)을 가진 분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우리 가족이라는 사실은 몰랐어요. 할아버지가 보관하던 자료에는 증조부의 군 복무와 참전 기록, 각종 증명서들이 있었죠. 증조부가 6·25에 참전해 한국에서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서류는 서류일 뿐 처음엔 크게 와닿진 않더라고요.”

증조부가 묻힌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하러 서울에서 KTX를 타던 날 아침엔 조금 긴장된 마음이었다고 했다. “미군 기념비, 호주군 기념비를 지나 캐나다군 기념 동상을 찾았고 증조부 이름이 적힌 묘비를 발견했어요. 얼굴 한번 본 적 없고 서류에서만 만났던 증조부가 진정으로 제 가족이 된 순간이었죠.” 트렌터 생도는 증조부가 전사한 임진강 일대 서부전선을 답사하며 그에 대해 진심 어린 존경과 가족애가 생겼다고 했다. 트렌터 생도는 한국에서의 생활을 “가족을 찾아가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트렌터 생도는 친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 그리고 삼촌이 군인인 집안에서 나고 자라 자연스레 군인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평화 유지와 인도주의 임무에 방점을 두는 캐나다군의 활동이 그의 가치관과 통했다고 했다. 그는 “6·25전쟁이나 오늘날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분쟁이 일어날 일이 없어 군인이라는 직업이 필요하지 않은 세상을 희망한다”면서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군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캐나다 왕립 사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하는 그는 한국 육사에서 한국전쟁사(史)를 비롯해 동아시아의 군사 역사와 국제 정세 등에 관한 수업을 듣고 있다. 그를 지도하는 나종남 육사 교수는 “수업 때 적극적으로 예리한 질문을 던지는 생도”라며 “한국에 대한 애정도 남달라 제주·부산·대구·광주 등에 여행도 많이 다니고, 동료 생도들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했다. 다음 달 초 캐나다에 돌아갈 예정인 트렌터 생도는 “한국에 머무는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쉽다”며 “훗날 주한 캐나다 대사관 무관(武官)이 되어 증조부가 목숨 바쳐 지켜낸 한국에 다시 돌아오고 싶다”고 말했다.

사지=2022년 5월 26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6·25 전쟁에 참전했다 전사한 캐나다군 故 시드니 트렌터 준위의 증손자 제이컵 트렌터 생도가 포즈를 취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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