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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우범지대에 몸이 마비된 남자가 나타나...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11-13 12:02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84)
What Men Live By

메트로밴쿠버에서 대표적인 우범지대로 꼽히는 밴쿠버다운타운 동부. 그곳에 한 남자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앉아있었다. 그 남자의 무릎 위에는 사진기가 올려져 있었고, 주머니는 열린 상태로 있었다. 당장 강도가 나타나 모든 것을 가져가도 몸이 마비된 그 남자는 저항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 남자의 정체는 밴쿠버경찰(VPD) 소속 마크 홀스리(Horsley) 경사로 두 건의 장애인 강도사건을 일으킨 범인을 잡기 위해 ‘휠체어 작전’을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장애인에게 칼을 들이대고 물품을 빼앗아간 범인을 잡기 위한 잠복근무는 성과가 별로 좋지는 않았다.

밴쿠버 경찰이 공개한 잠복근무 동영상을 보면, 몸이 마비된 장애인을 가장한 홀스리 경사 주변에는 사람이 모였다. 그가 거리에 나타나자 가장 가난한 동네의 가난한 이웃들은 그를 받아 줬다.




퀘벡에서 밴쿠버에 방문자로 온 한 청년은 그를 붙잡고, 기도해도 되겠느냐고 묻고, 쾌유를 빌었다. 한 남자는 다가와 그의 무릎에 놓인 카메라를 집어 보고, 주머니에 살짝 빠져나와 있는 돈을 유심히 봤다. 홀스리 경사는 처음에 그가 도둑질하려는 줄 알았지만, 그 남자는 홀스리 경사의 열린 주머니를 잠가 주면서, 자신도 휠체어를 타는 어머니가 있다며 돈을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하라고 말하고는 떠났다.  사람들은 잔돈을 교환하기 위해 홀스리 경사를 찾았다. 홀스리 경사는 사람들에게 자신은 돈을 셀 수 없다고 했는 데, 대부분은 그의 앞에서 제대로 돈을 세서 보여주고, 제대로 지폐와 잔돈을 교환해갔다. 혹자는 홀스리 경사에게 그냥 돈을 주기도 했다.

홀스리 경사는 "휠체어에 앉은 약자로 밴쿠버 다운타운 동부를 다른 각도에서 볼 기회였다”며 “이 지역사회에는 영혼(soul)이 있다”고 말했다. 

가끔 우리는 밴쿠버의 자연을 보고, 천당에서 하나 모자란 999당이란 표현을 쓴다.  그 자연에 사람들의 작은 따뜻함이 하나 더해 천당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홀스리 경사의 증언에서 본다. 레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What Men Live By)>에서 천사 미하일이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점을 깨닫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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