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국민 카페’ 팀홀튼 이야기
“캐나다 출신인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미국 정부의 25% 관세 부과로 캐나다에서 ‘반미 감정’이 고조되던 2월 5일 캐나다의 커피·도넛 체인 ‘팀홀튼(Tim Hortons)’의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올라온 광고 문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공개 석상에서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로 칭했을 때만 해도 짓궂은 농담 정도로 생각한 이가 많았다. 하지만 보복 관세 부과를 넘어 정상 간 욕설이 오간 것으로 알려지고 캐나다 국민이 자발적으로 불매운동까지 벌이는 등 양국의 갈등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전국 대형 마트 곳곳에는 캐나다의 상징인 빨간 단풍 그림과 함께 ‘캐나다산’이라고 적은 라벨이 붙었다. 캐나다 여러 지역의 카페는 ‘아메리카노’ 대신 ‘캐나디아노(Cana-diano)’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온라인에는 미국 여행을 취소하거나 넷플릭스 등 미국 기업의 구독 서비스를 해지했다는 인증 글이 게시되고 있다.
캐나다의 국민 카페 팀홀튼이 절호의 ‘애국심 마케팅’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팀스(Tims)’ 또는 ‘Timmys(티미스)’ 등의 애칭으로도 불리는 팀홀튼은 ‘캐나다의 던킨’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던킨의 ‘먼치킨(한입에 먹을 수 있는 작은 공 모양의 도넛)’을 팀홀튼에서는 ‘팀빗(Timbits)’이라고 부르는 식으로 메뉴 이름이 조금씩 다르다.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커피와 도넛 메뉴도 물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더블더블’ 커피와 캐나다 특산 메이플시럽이 들어간 ‘캐네디언 메이플’ 도넛이다. 더블더블은 우리 식으로 ‘설탕 둘 크림 둘’이라는 뜻으로 ‘다방커피’에 비길 만큼 달콤하다.
팀홀튼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토론토 메이플리프스와 피츠버그 펭귄스 등에서 수비수로 활약했던 팀 홀튼이 선수 시절이던 1964년 캐나다 온타리오주 해밀턴에서 창업했다. 현재 본사는 캐나다 최대 도시 토론토에 있다. 홀튼은 창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직 경찰이었던 론 조이스를 만나 동업하게 된다. 불행히도 홀튼은 현역 활동 중이던 1974년 44세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조이스가 홀튼 가족으로부터 경영권을 인수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캐나다는 미국의 스타벅스가 현지 브랜드에 밀려 주도하지 못한 해외시장 가운데 하나다.
팀홀튼은 캐나다 외에 미국·중국·영국·스페인·인도·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 등 22개국에서 60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한국에는 2023년 12월 서울 신논현역과 선릉역에 1·2호점을 연이어 개점하며 아시아에서 일곱 번째로 진출했다. 현재 수도권 중심으로 16개 매장을 두고 있다. 4월 중으로 신규 매장 두 개를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하지만 매장의 60% 이상은 캐나다에 있다. 미국에서 캐나다로 가는 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 깼을 때 창밖 여기저기에 팀홀튼 간판이 보인다면, 버스는 캐나다 영토를 달리고있는 것이다. 100% 확실하다고 봐도 된다.
팀홀튼의 2024년 매출은 40억400만달러로, 2020년 이후 해마다 늘고 있다. 팀홀튼이 60년 넘게 캐나다의 국민 브랜드로 굳건히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

창업자 팀 홀튼(오른쪽)의 생전 경기 모습. /사진= 팀홀튼 박물관
성공 비결 1┃매력적인 창업 스토리
아이스하키는 캐나다의 국기(國技)다. 캐나다 인구 3500만 명 가운데 정식 등록된 아이스하키 선수만 50여만 명에 이른다. 캐나다 전역에 실내외 링크가 3500개 있으며, 뒤뜰에 미니 링크를 보유한 집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NHL 선수가 창업했다는 것만으로도브랜드 인지도와 호감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선수 생활 중 사고로 세상을 떠난 건 큰 불행이지만 창업자 홀튼은 브랜드에 불멸의 아우라를 덧입혀 줬다.
NHL 스타와 전직 경찰의 동업도 매력적인 스토리 요소였다. 북미에서 경찰은 도넛과 불가분의 관계다. 오죽하면 ‘도넛 가게(donut house)’가 ‘경찰서’를 뜻하는 속어로 널리 쓰일까. 참고로 ‘경찰’을 뜻하는 속어로는 ‘donut eaters(도넛 먹는 사람들)’가 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경찰의 ‘잠복근무’ 간식으로 도넛이 자주 등장하면서 쓰이게 됐다.
성공 비결 2┃고객 경험에 초점을 맞춘 광고 캠페인
팀홀튼의 광고 캠페인도 창업자 이미지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선수 시절 홀튼의 경기 스타일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침착하고 강인한 플레이로 무려 24시즌 동안 경기장을 누볐다. 감독과 동료의 깊은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이미지는 고스란히 팀홀튼의 핵심 가치가 됐다.
팀홀튼의 TV 광고는 홀튼의 플레이 스타일을 많이 닮았다. 유명 연예인을 내세우거나 맛과 서비스에 대해 자화자찬을 늘어놓지않는다. 대신 고객의 입을 빌려 소소한 일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항에서 가족을 기다리는 이민자도 있고, 추운 날씨에 어린 아들을 새벽같이 하키 연습에 보내고 돌아오는 엄마도 등장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실제 이야기(True Stories)’라는 제목으로 수년간 방영되면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TV 광고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이런 종류의 TV 캠페인은 대부분 경우 도넛이 아닌 커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던킨의 경우도 비슷하지만, 팀홀튼 매출의 60% 이상이 커피 판매에서 나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성공 비결 3┃기상천외한 경품 이벤트
팀홀튼이 매년 2월 시작하는 ‘가장자리를 말아 올려요(Roll Up the Rim)’라는 이벤트는 패스트푸드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경품 행사 중 하나다. 1986년에 시작해 3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 행사를 통해 지금까지 제공된 경품만 500만 개가 넘는다. 경품 종류도 자동차와 TV에서 도넛과 커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참가 방법은 간단하다. 매장에서 주문한 일회용 커피컵 상단 가장자리 말린 부분을 펴 올리면 당첨 여부가 표시된 글귀가 나타난다. 정해진 횟수 이상 매장을 이용해야 응모 자격이 주어지는 다른 패스트푸드점 이벤트와 달리 커피 한 잔을 구입하기만 해도 경품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에 매출 성장의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성공 비결 4┃지역 밀착형 사회 공헌 활동
팀홀튼은 다양한 방법으로 미국과 캐나다의 저소득층 어린이를 후원하는 어린이 재단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어린이를 책임감과 리더십을 겸비한 미래 지도자로 양성하기 위한 캠프도 운영한다. 1년 중 하루를 ‘캠프 데이’로 정해 그날 수익 전부를 어린이를 위한 여름 캠프 비용으로 후원한다. 연말연시에는 매장 점주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각지에서 무료 스케이팅 행사도 연다. 또 1달러짜리 ‘스마일 쿠키’ 판매 수익금을 여러 병원과 자선단체에 기부해 지역사회 어린이를 돕는다.
Plus Point
정말 캐나다 기업 맞아? 논란 이유
지분 구조만 따지면, 지금의 팀홀튼을 ‘캐나다 기업’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버거킹의 모기업이기도 한 레스토랑브랜즈인터내셔널(RBI)이 2014년 팀홀튼을 110억달러에 인수했기 때문이다. RBI의 최대 주주는 브라질계 사모펀드 3G캐피털이다. 인수 당시 3G캐피털은 RBI 지분 47%를 보유했다. 하지만 2024년 12월 31일 기준으로 3G캐피털 지분율은 26%까지 낮아졌다. 지금은 토론토도미니언, 몬트리올은행, 로열뱅크 등 캐나다 금융사와 투자사의 통합 지분이 3G캐피털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홍콩계 사모펀드(PEF)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 모기업인 BKR이 버거킹과 함께 팀홀튼 운영을 맡고 있다. 이런 이유로 팀홀튼이 SNS에 ‘캐나다 출신인 것이 자랑스럽다’는 문구를 올렸을 때 국적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 경영학자와 기업 전문가는 캐나다에서 탄생한 팀홀튼 본사와 다수의 매장이 여전히 캐나다에 있고, 캐나다에서만 약 10만 명을 고용 중이며, 무엇보다 캐나다인의 일상과 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캐나다 기업’으로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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