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하키스타 창업 60년 브랜드, 스타벅스도 고개 숙여

이용성 국제전문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5-05-06 08:47

‘캐나다의 국민 카페’ 팀홀튼 이야기
“캐나다 출신인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미국 정부의 25% 관세 부과로 캐나다에서 ‘반미 감정’이 고조되던 2월 5일 캐나다의 커피·도넛 체인 ‘팀홀튼(Tim Hortons)’의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올라온 광고 문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공개 석상에서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로 칭했을 때만 해도 짓궂은 농담 정도로 생각한 이가 많았다. 하지만 보복 관세 부과를 넘어 정상 간 욕설이 오간 것으로 알려지고 캐나다 국민이 자발적으로 불매운동까지 벌이는 등 양국의 갈등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전국 대형 마트 곳곳에는 캐나다의 상징인 빨간 단풍 그림과 함께 ‘캐나다산’이라고 적은 라벨이 붙었다. 캐나다 여러 지역의 카페는 ‘아메리카노’ 대신 ‘캐나디아노(Cana-diano)’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온라인에는 미국 여행을 취소하거나 넷플릭스 등 미국 기업의 구독 서비스를 해지했다는 인증 글이 게시되고 있다.

캐나다의 국민 카페 팀홀튼이 절호의 ‘애국심 마케팅’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팀스(Tims)’ 또는 ‘Timmys(티미스)’ 등의 애칭으로도 불리는 팀홀튼은 ‘캐나다의 던킨’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던킨의 ‘먼치킨(한입에 먹을 수 있는 작은 공 모양의 도넛)’을 팀홀튼에서는 ‘팀빗(Timbits)’이라고 부르는 식으로 메뉴 이름이 조금씩 다르다.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커피와 도넛 메뉴도 물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더블더블’ 커피와 캐나다 특산 메이플시럽이 들어간 ‘캐네디언 메이플’ 도넛이다. 더블더블은 우리 식으로 ‘설탕 둘 크림 둘’이라는 뜻으로 ‘다방커피’에 비길 만큼 달콤하다.

팀홀튼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토론토 메이플리프스와 피츠버그 펭귄스 등에서 수비수로 활약했던 팀 홀튼이 선수 시절이던 1964년 캐나다 온타리오주 해밀턴에서 창업했다. 현재 본사는 캐나다 최대 도시 토론토에 있다. 홀튼은 창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직 경찰이었던 론 조이스를 만나 동업하게 된다. 불행히도 홀튼은 현역 활동 중이던 1974년 44세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조이스가 홀튼 가족으로부터 경영권을 인수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캐나다는 미국의 스타벅스가 현지 브랜드에 밀려 주도하지 못한 해외시장 가운데 하나다.

팀홀튼은 캐나다 외에 미국·중국·영국·스페인·인도·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 등 22개국에서 60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한국에는 2023년 12월 서울 신논현역과 선릉역에 1·2호점을 연이어 개점하며 아시아에서 일곱 번째로 진출했다. 현재 수도권 중심으로 16개 매장을 두고 있다. 4월 중으로 신규 매장 두 개를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하지만 매장의 60% 이상은 캐나다에 있다. 미국에서 캐나다로 가는 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 깼을 때 창밖 여기저기에 팀홀튼 간판이 보인다면, 버스는 캐나다 영토를 달리고있는 것이다. 100% 확실하다고 봐도 된다.

팀홀튼의 2024년 매출은 40억400만달러로, 2020년 이후 해마다 늘고 있다. 팀홀튼이 60년 넘게 캐나다의 국민 브랜드로 굳건히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

창업자 팀 홀튼(오른쪽)의 생전 경기 모습. /사진= 팀홀튼 박물관
창업자 팀 홀튼(오른쪽)의 생전 경기 모습. /사진= 팀홀튼 박물관

성공 비결 1┃매력적인 창업 스토리

아이스하키는 캐나다의 국기(國技)다. 캐나다 인구 3500만 명 가운데 정식 등록된 아이스하키 선수만 50여만 명에 이른다. 캐나다 전역에 실내외 링크가 3500개 있으며, 뒤뜰에 미니 링크를 보유한 집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NHL 선수가 창업했다는 것만으로도브랜드 인지도와 호감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선수 생활 중 사고로 세상을 떠난 건 큰 불행이지만 창업자 홀튼은 브랜드에 불멸의 아우라를 덧입혀 줬다.

NHL 스타와 전직 경찰의 동업도 매력적인 스토리 요소였다. 북미에서 경찰은 도넛과 불가분의 관계다. 오죽하면 ‘도넛 가게(donut house)’가 ‘경찰서’를 뜻하는 속어로 널리 쓰일까. 참고로 ‘경찰’을 뜻하는 속어로는 ‘donut eaters(도넛 먹는 사람들)’가 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경찰의 ‘잠복근무’ 간식으로 도넛이 자주 등장하면서 쓰이게 됐다.

성공 비결 2┃고객 경험에 초점을 맞춘 광고 캠페인

팀홀튼의 광고 캠페인도 창업자 이미지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선수 시절 홀튼의 경기 스타일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침착하고 강인한 플레이로 무려 24시즌 동안 경기장을 누볐다. 감독과 동료의 깊은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이미지는 고스란히 팀홀튼의 핵심 가치가 됐다.

팀홀튼의 TV 광고는 홀튼의 플레이 스타일을 많이 닮았다. 유명 연예인을 내세우거나 맛과 서비스에 대해 자화자찬을 늘어놓지않는다. 대신 고객의 입을 빌려 소소한 일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항에서 가족을 기다리는 이민자도 있고, 추운 날씨에 어린 아들을 새벽같이 하키 연습에 보내고 돌아오는 엄마도 등장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실제 이야기(True Stories)’라는 제목으로 수년간 방영되면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TV 광고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이런 종류의 TV 캠페인은 대부분 경우 도넛이 아닌 커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던킨의 경우도 비슷하지만, 팀홀튼 매출의 60% 이상이 커피 판매에서 나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성공 비결 3┃기상천외한 경품 이벤트

팀홀튼이 매년 2월 시작하는 ‘가장자리를 말아 올려요(Roll Up the Rim)’라는 이벤트는 패스트푸드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경품 행사 중 하나다. 1986년에 시작해 3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 행사를 통해 지금까지 제공된 경품만 500만 개가 넘는다. 경품 종류도 자동차와 TV에서 도넛과 커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참가 방법은 간단하다. 매장에서 주문한 일회용 커피컵 상단 가장자리 말린 부분을 펴 올리면 당첨 여부가 표시된 글귀가 나타난다. 정해진 횟수 이상 매장을 이용해야 응모 자격이 주어지는 다른 패스트푸드점 이벤트와 달리 커피 한 잔을 구입하기만 해도 경품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에 매출 성장의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성공 비결 4┃지역 밀착형 사회 공헌 활동

팀홀튼은 다양한 방법으로 미국과 캐나다의 저소득층 어린이를 후원하는 어린이 재단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어린이를 책임감과 리더십을 겸비한 미래 지도자로 양성하기 위한 캠프도 운영한다. 1년 중 하루를 ‘캠프 데이’로 정해 그날 수익 전부를 어린이를 위한 여름 캠프 비용으로 후원한다. 연말연시에는 매장 점주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각지에서 무료 스케이팅 행사도 연다. 또 1달러짜리 ‘스마일 쿠키’ 판매 수익금을 여러 병원과 자선단체에 기부해 지역사회 어린이를 돕는다.

Plus Point

정말 캐나다 기업 맞아? 논란 이유

지분 구조만 따지면, 지금의 팀홀튼을 ‘캐나다 기업’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버거킹의 모기업이기도 한 레스토랑브랜즈인터내셔널(RBI)이 2014년 팀홀튼을 110억달러에 인수했기 때문이다. RBI의 최대 주주는 브라질계 사모펀드 3G캐피털이다. 인수 당시 3G캐피털은 RBI 지분 47%를 보유했다. 하지만 2024년 12월 31일 기준으로 3G캐피털 지분율은 26%까지 낮아졌다. 지금은 토론토도미니언, 몬트리올은행, 로열뱅크 등 캐나다 금융사와 투자사의 통합 지분이 3G캐피털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홍콩계 사모펀드(PEF)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 모기업인 BKR이 버거킹과 함께 팀홀튼 운영을 맡고 있다. 이런 이유로 팀홀튼이 SNS에 ‘캐나다 출신인 것이 자랑스럽다’는 문구를 올렸을 때 국적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 경영학자와 기업 전문가는 캐나다에서 탄생한 팀홀튼 본사와 다수의 매장이 여전히 캐나다에 있고, 캐나다에서만 약 10만 명을 고용 중이며, 무엇보다 캐나다인의 일상과 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캐나다 기업’으로 인정하고 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이용성 국제전문기자의 다른 기사 (더보기.)
전문가 “수개월 내 20~25% 인상 예상”
▲/gettyimagesbank최근 캐나다 전역에서 닭고기 가격이 오르며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고 있다. 공급 차질과 조류독감 확산 우려가 맞물리면서 유통업계와 전문가들은 추가 가격...
중소기업 위한 실질적 지원 턱없이 부족
불확실성 속, 소상공인 경제 신뢰 ‘바닥’
▲/Getty Images Bank 자유당 정부가 역대급 지출을 담은 2025년도 연방 예산안을 발표했지만, 위기를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은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캐나다...
최대 교역국 미국의 목재 관세 폭탄에 ‘패닉’
대규모 무역 사절단, 韓·日 방문··· 시장 확대 추진
▲데이비드 이비 BC 수상이 지난달 14일 버나비에 있는 철강노조(USW) 본부를 방문해, 미국의 목재 관세가 BC주 임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 BC Government Flickr 미국...
노스쇼어 등 일부 지역에 큰 비
▲/Getty Images Bank광역 밴쿠버 일부 지역을 비롯한 BC 남부 해안가에 강우·강풍 주의보가 내려졌다.   6일 오전 기상청은 노스쇼어와 코퀴틀람, 메이플릿지 등 광역 밴쿠버 북부 지역에...
사건 직후 불에 탄 차량 발견··· 표적 살인 추정
▲수요일 저녁 총격이 발생한 메트로타운 스테이션 스퀘어 / 구글맵 캡처수요일 저녁 시민들로 붐비던 버나비 메트로타운 인근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1명이 숨졌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이번 주말, 단독 분양 혜택 제공
브렌트우드 지역을 대표하는 두 대형 주거 단지 ‘Brentwood Block’과 ‘The Amazing Brentwood’를 대상으로 한 특별 인센티브 행사가 이번 주말 열린다.이번 행사는 밴쿠버 상위 1% 리얼터 팀으로...
▲경찰 관련 이미지. /조선일보DB서울 강남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캐나다 국적의 남성을 치어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6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음주운전 및...
2026년 운영 예산·5개년 재정 계획 확정
가정당 평균 897달러··· 가계 부담 최소화
▲/gettyimagesbank메트로 밴쿠버 지역구(Metro Vancouver Regional District, MVRD)가 2026년 운영 예산과 향후 5개년 재정 계획을 최종 확정했다.이번 예산 승인으로 2026년 가정용 평균 연간 요금은...
로또맥스 엑스트라 번호 4개 모두 적중
▲50만 달러 복권에 당첨된 김명준, 이상은 씨 부부 / BCLC 포트코퀴틀람의 한인 부부가 50만 달러 복권에 당첨됐다.   5일 BC 복권공사(BCLC)는 포트코퀴틀람에 거주하는 김명준, 이상은...
보수당 소속 의원, 탈당 후 자유당 입당
예산안 여야 힘겨루기 속 카니 ‘천군만마’
▲4일 보수당 탈당 후 자유당에 입당한 크리스 덴트르몽 하원의원 / chrisdentremont.ca 노바스코샤의 보수당 소속 의원이 탈당 후 여당인 자유당에 입당했다. 4일 발표된 예산안 통과를...
켈로나, 캐나다 최초로 ‘미식 창의 도시’로 선정
▲켈로나가 유네스코가 발표한 '미식 창의 도시'로 선정됐다. / Tourism Kelowna 켈로나가 캐나다 최초로 유네스코(UNESCO)가 발표한 ‘미식 창의 도시(Creative City of Gastronomy)’로 선정됐다.  ...
1400억 추가 투입··· 인프라·국방·주거 강화
재정 적자 대폭 확대··· 공공 일자리 대폭 감축
예산안 통과 여부 안개 속··· 조기총선 가능성도
▲마크 카니 총리 / Prime Minister of Canada X 캐나다 정부가 향후 5년간 1400억 달러를 투입해 인프라, 생산성, 방위, 주택 등 주요 현안을 강화하는 예산안을 발표했다. 다만 재정 적자가 당초...
캐나다 이민 3개년, 경제 이민자 우선 정책
임시 외국인 근로자 수는 이전보다 소폭 늘어
내년부터 학생 비자 발급이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캐나다 정부는 2026~2028년 이민 수준 계획을 발표하며, 경제 부문 이민자를 우선 수용하고 임시 체류자 수를 줄이는 방안을 내놨다.4일...
1850만 명, 경기 일부 또는 전부 시청
로저스 방송 역사상 최고 시청률 기록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7차전 경기가 펼쳐졌던 로저스 센터 / Rogers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32년 만의 우승을 눈앞에 두고 펼친 월드시리즈 7차전을 캐나다인의 거의...
BC주 대표 겨울축제··· ‘매직 토이샵’ 테마
100만 개 넘는 조명 아래서 찍는 ‘인생샷’
BC주를 대표하는 겨울 축제 ‘글로우 랭리(Glow Langley)’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게 돌아온다.   랭리 20에이커 규모의 부지에서 열리는 올해 행사는 ‘매직 토이샵’을 테마로 오는...
알츠하이머 진행 시작된 노년층에게 효과↑
▲/Getty Images Bank하루 3000보만 걸어도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되는 속도가 약 3년 늦춰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 학술지 네이처의 의학 분야 대표 자매지 ‘네이처 메디신’에 3일(현지...
양국 정상, 8년 만에 APEC 계기 회담
캐나다 단체 관광, 팬데믹부터 중단
캐나다 관광 허용에 “관계 해빙 신호”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한국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8년 만에 회담을 가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 Mark Carney...
2027년 개장 목표··· 무료 개방·400명 수용 규모
▲부유식 해상 수영장 조감도. /City of North Vancouver노스밴쿠버시(City of North Vancouver)가 오는 2027년까지 BC주 최초의 부유식 해상 수영장(floating swimming platform)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곳에는...
10만명 당 32명 사망··· 팬데믹 이후 최저치
▲/Getty Images Bank BC주의 약물 관련 사망자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하루 약 5명의 주민이 약물로 목숨을 잃고 있다.   3일 BC 검시소(BC Coroners Service)에 따르면, 지난 9월...
“허위 입학서류 우려”··· 인도발 지원도 급감
▲/gettyimagesbank캐나다 정부가 유학생 관련 사기 방지를 이유로 인도인 유학 허가 신청의 대부분을 거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때 인도 유학생들의 대표적 유학지로 꼽혔던...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