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토리 펀드'가 선정한 한국계 영화감독 3인 인터뷰

지난해 베를린 영화제 수정곰 최우수 단편상 수상작인 로이드 리 최 감독의 영화 '클로징 다이너스티'. /Chris Lew
일곱 살짜리 아시아계 소녀 퀴니는 뉴욕의 빌딩숲을 놀이터처럼 뛰논다. 보물찾기하듯 버려진 쓰레기 사이에서 값나가는 물건을 찾고, 행인들에게 장미꽃을 팔며 악착같이 돈을 모은다.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경제적 소외를 그린 단편 영화 ‘클로징 다이너스티’는 지난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수정곰 최우수 단편상(제너레이션 K플러스 경쟁 부문)을 받았다. 한국계 캐나다 감독 로이드 리 최는 “뉴욕의 지하철에서 만난 여섯 살짜리 꼬마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혼자서 아주 당당하게 승객들에게 돈을 뜯어내던 그 아이가 오랫동안 머릿속에 맴돌았다”고 했다.
‘미나리’의 정이삭, ‘패스트 라이브즈’ 셀린 송을 비롯해 한국계 감독들은 이제껏 본 적 없던 새로운 이야기를 계속해서 발굴해내고 있다. CJ 문화재단과 캐나다 토론토 국제영화제(TIFF), 영화진흥위원회는 ‘제2의 미나리’를 찾기 위해 ‘CJ & TIFF K-스토리 펀드’를 출범했다. 북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계 영화감독의 장편 영화 개발을 지원하는 사업. 지난해 11월 공모를 통해 접수된 70여 편의 시나리오 중 1차로 8편을 선정, 약 4개월간 시나리오 멘토링을 제공했다. 이 중 세 작품을 선정해 지난 8일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창작 지원금 총 3만캐나다달러(약 3000만원)를 수여했다. 정이삭, 셀린 송 감독의 뒤를 이을 3인의 영화감독을 서면으로 만났다.
로이드 리 최 감독은 골프 천재 소년과 그를 프로 골퍼로 키우려는 엄격한 아버지가 주인공인 각본 ‘프로디지(Prodigy·영재)’로 K-스토리 펀드에 선정됐다. 어린 시절 골프 유망주였던 최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 그는 한때 타이거 우즈의 스윙 코치로부터 발탁되며 신동으로 불렸지만, 열여섯에 골프를 그만두면서 아버지와 심한 갈등을 겪어야 했다. 최 감독은 “골프를 진심으로 사랑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이민 가정의 자녀들은 성공에 대한 압박을 느낍니다. 타국에서 빈손으로 시작한 부모가 더 나은 삶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극단적으로 비틀어서 윤리적 회색 지대를 끊임없이 넘나드는 부자(父子)를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그래픽=양인성
LA 출신인 조앤 모니 박 감독은 코리아 타운을 배경으로 여성 대리운전 기사 나루와 덕이의 이야기 ‘더 윈디스트 데이’(The Windiest day·바람이 가장 많이 부는 날)를 기획했다. 그에게 코리아 타운은 한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제적 허브이자, 강한 소속감을 주는 정신적 중심지였다. 코리아 타운에서 자란 박 감독은 “트럭 운전사로 일하는 아버지, 한국 신문을 배달했던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차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이른 아침 고요한 LA와 코리안타운의 네온사인, 활기찬 밤 문화가 극명한 대조를 이뤘죠. 수십 년 동안 영어를 배우지 않아도 될 정도로 한인이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코리아 타운이 저에겐 항상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그래픽=양인성

/조앤 모니 박
최아름 감독은 울산에서 태어나 호주 농장 워킹홀리데이를 시작으로 태국·유럽 등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노마드(nomad·유목민)로 살았다. K-스토리 펀드에 지원한 각본 ‘솔리다드 앤드 페이스’는 고독사 현장을 청소하는 멕시코계 여성과 뇌종양으로 안락사를 고민 중인 한국계 여성의 우정을 그렸다. 최 감독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에서도 혼자 사는 중년 인구가 늘면서 경제적 어려움과 외로움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영화를 통해 잊힘과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을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했다.

최아름 감독은 단편 '솔리다드'(사진)를 발전시킨 장편 '솔리다드 앤드 페이스'로 K-스토리 펀드에 선정됐다. /세인트루이스 국제영화제

그래픽=양인성
세 감독 모두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소외된 계층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최아름 감독은 “한국계 이민자가 주인공인 경우 이민자로서의 정체성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은데, 정체성 밖에서 살아 숨 쉬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조앤 모니 박 감독은 “시나리오 멘토링을 받으면서 캐릭터를 어떻게 차별화할지 깊게 고민했다. 아시아계 공동체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독특하고 개성 있는 캐릭터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했다. 아니타 리 토론토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는 세 편의 선정작에 대해 “한국계 이민자의 복잡하고 미묘한 삶을 새로운 시각으로 대담하게 담아낸 신선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고 평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 |
![]() |
밴쿠버 스패니시 뱅크 해변, 유료 주차제 정식 도입
2025.06.17 (화)
성수기 요금도 시간당 1.5달러로 인상
▲Spanish Banks Beach/ Google Maps밴쿠버 공원관리위원회가 지난해 7월부터 시범 운영해 온 스패니시 뱅크 해변(Spanish Banks Beach) 유료 주차제를 정식 정책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위원회는...
|
캐나다, 난민 신청 세계 4위··· 작년 역대 최다 접수
2025.06.17 (화)
재정착 규모는 2위, 영주권 부여는 세계 1위
유엔난민기구 “강제 이주자 1억2000만 시대”
▲/Gettyimagesbank전 세계 강제 이주 인구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캐나다가 지난해 역대 최다 난민 신청을 접수하며 세계 주요 수용국으로 부상했다.유엔난민기구(UNHCR)가 최근...
|
관세에 중동발 리스크까지··· 밴쿠버 기름값 ‘들썩’
2025.06.17 (화)
중동산 원유 의존도 높은 BC주 직격탄
미국발 무역전쟁까지 겹쳐 불확실성 가중
광역 밴쿠버의 기름값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미국의 관세에 따른 불확실성에 더해, 중동 지역의 긴장까지 겹치면서 유가 불안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기준...
|
카니-트럼프, 30일 내 관세 합의 시동
2025.06.17 (화)
加·美 정상, 한 달 내 관세 합의 도출 약속
보복 관세 유보하며 협상 진전··· 긴장 완화
▲G7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에 도착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 Government of Canada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
싱 NDP 전 대표, 래퍼에게 ‘디스’당한 사연
2025.06.17 (화)
캐나다 뮤지션 드레이크에게 ‘멍청한 놈’ 저격
드레이크의 라이벌 콘서트 갔다가··· 싱, 사과
저그밋 싱 전 NDP 대표(왼쪽)와 그를 '디스'한 캐나다 출신 뮤지션 드레이크 지난 총선 낙선 뒤 좀처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저그밋 싱 NDP 전 대표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
G7 정상들 “관세 철회”···트럼프에 무역전쟁 완화 촉구
2025.06.17 (화)
G7 정상들 / Government of Canada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에서 16일(현지 시각) 개막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관세 철회를 요구하며...
|
“중범죄자 트럼프, 어떻게 캐나다에 입국했나?”
2025.06.16 (월)
▲/ Government of Canada16일 캐나다에서 G7(7국) 정상회의가 시작된 가운데 캐나다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국이 법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보도가 이어졌다. 캐나다 이민법상...
|
국내 여행 환영 ‘스트롱 패스’ 20일 시행
2025.06.16 (월)
캐나다 전역 국립공원·사적지 무료 입장
청소년 박물관·열차 무료··· 일부는 할인
▲ /Banff National Park캐나다 전역의 국립공원, 사적지, 해양 보호구역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캐나다 스트롱 패스’(Canada Strong Pass) 프로그램이 오는 20일(금)부터 시행된다....
|
캐나다 도착 李대통령, 1박2일 정상외교 일정 시작
2025.06.16 (월)
16일 비회원국, 17일 회원국 정상회담 예정
한미, 한일 정상회담에 주목
G7 정상회의 참석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국제공항에 도착해 원주민 공동체 대표자와 인사하고 있다 / 대통령실사진기자단7국(G7) 정상회의 참석을...
|
개스타운 매주 일요일 ‘차 없는 거리’ 변신
2025.06.16 (월)
8월 말까지 워터 스트리트 차량 통제
2024년 개스타운 차 없는 거리 행사 당시 모습 / City of Vancouver 밴쿠버의 개스타운(Gastown)이 올여름 매주 일요일 ‘차 없는 거리’로 탈바꿈한다. 밴쿠버시(City of Vancouver)에 따르면...
|
웨스트밴 호수서 수영하던 20대 男 사망
2025.06.16 (월)
약혼녀와 수영하다 변 당해
웨스트밴쿠버 캐빈 레이크 전경 / alltrails.com 웨스트밴쿠버의 한 호수에서 약혼녀와 함께 수영하던 20대 남성이 실종된 후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15일(일) 오후 6시 30분경...
|
한인 추정 남성, 5명 사상 교통사고로 기소
2025.06.16 (월)
2명 사망·3명 중상··· 약물·위험 운전 등 15건 적용
2024년 버나비에서 발생한 사고 당시 모습 / RCMP 한인으로 추정되는 30대 남성이 5명의 사상자가 나온 교통사고와 관련해 15건의 혐의로 기소됐다. 13일 RCMP는 지난 9일 BC 검찰청이 써리...
|
집주인 자는 사이에··· 밴쿠버 주거침입 연쇄범 주의보
2025.06.13 (금)
용의자는 30대 아시아계 남성
▲이번 사건의 유력 용의자 /VPD밴쿠버 경찰(VPD)이 최근 밴쿠버 서부 지역에서 발생한 잇따른 주거침입 사건과 관련해 시민들에게 문과 창문을 반드시 잠그고 경계할 것을 당부했다.VPD는...
|
작년 고속도로 참사··· 써리 30대, 15개 혐의 기소
2025.06.13 (금)
당시 사고로 여성 2명 사망·3명 부상
지난해 버나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여성 2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한 사건과 관련해, 써리에 거주하는 35세 남성이 15개 형사 혐의로 기소됐다.사고는 2024년 2월 18일 새벽 3시경,...
|
코스코, ‘이그제큐티브’ 회원 대상 신규 혜택 공개
2025.06.13 (금)
150달러 이상 주문 시 매달 10달러 크레딧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비자들을 위해 창고형 대형할인점 코스코(Costco)가 이그제큐티브 회원을 대상으로 새로운 혜택을 선보인다.코스코는 당일 배송 파트너사인...
|
여름철 ‘음주·약물 운전 근절’ 집중 단속
2025.06.13 (금)
6/15~8/31까지 BC주 전역서 시행
BC 고속도로 순찰대(BC Highway Patrol)가 올여름 음주 및 약물 운전 예방을 위한 집중 단속에 나선다.‘여름철 음주·약물 운전 근절 캠페인’(Summer Impaired Driving Campaign)이라는 이름으로...
|
'한강 라면'으로 히트해 K푸드 세계화의 첨병··· "한류 박람회마다 대박"
2025.06.13 (금)
세계 40국에 '하우스쿡' 수출
범일산업 신영석 대표
금융맨을 꿈꾸던 청년이 밥솥 부품을 만드는 아버지 회사를 이어받아 ‘한강라면 기계’라는 대박 상품을 개발했다. 열판과 인덕션에 넣는 코일 앞에 앉은 신영석 범일산업 대표는...
|
G7 앞둔 캐나다, 외교·경제 ‘이중과제’
2025.06.13 (금)
15일 앨버타서 개막··· 카니 리더십 시험대에
비G7 초청국 다수 참석··· 캐나다 ‘협력 확대’
오는 15일부터 사흘간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이번 회의는 캐나다가 글로벌 경제 아젠다를 주도하는 동시에 민주주의 가치를 지켜낼 수...
|
치료비 부담에··· 반려인 절반 “동물병원 포기”
2025.06.13 (금)
소득 무관하게 진료 포기 현상 보여
접근성도 영향··· 원격진료 등 대안 필요
재정적 부담으로 인해 반려동물의 치료를 포기하는 캐나다 반려인이 증가하고 있다. 반려동물 용품 체인 펫스마트(PetSmart)가 11일 발표한 ‘반려동물 진료 실태조사 보고서’에...
|
오일러스, 캐나다 32년 우승 가뭄 풀까?
2025.06.13 (금)
결승 4차전서 연장 접전 끝 대역전극
2-2 시리즈 균형··· 우승까지 2승 남아
사진출처= Edmonton Oilers Facebook 에드먼턴 오일러스가 짜릿한 연장 골든골로 대역전극을 완성하며, 32년 만에 캐나다 연고팀 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오일러스는 12일 플로리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