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외환시장이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지난 23일(현지시각) 실시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결과, 브렉시트 찬성표가 과반수를 넘어서면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현실화 됐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국 통화가치가 요동치고 있지만, 특히 브렉시트의 당사자인 영국과 유로존의 타격은 더욱 크다. 영국의 파운드화와 유로화는 당장 폭락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파운드화와 유로화의 장기적 전망에 대한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영국 등 유럽이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안정세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시각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절차가 복잡하고 정치적 불안이 가중될 수 있는 만큼 안정세 자체를 입에 올리기엔 이르다는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브렉시트 현실화를 계기로 스페인, 네덜란드 등의 EU 탈퇴 여론이 확대된다면 ‘유로화 폐기’라는 논의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소로스 “파운드화 15%까지 떨어질 것” 예언
단기적으로 파운드화는 약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파운드화는 이날 장중 10% 이상 낙폭을 벌리며 1파운드당 1.3242달러까지 폭락한 뒤 소폭 반등했다. 이 하락폭은 2008년 8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당시 6.52% 하락한 이후 최고치다.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는 지난 20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기고문을 내고 “브렉시트로 결정된다면 영국 파운드화의 가치는 폭락해 ‘검은 금요일’을 맞이할 수 있다”며 파운드화의 낙폭이 15%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었다. 모건스탠리는 파운드화 환율이 1.25달러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파운드화의 중장기적 전망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이날 브렉시트가 국민투표로 결론나긴 했지만,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진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기 위해선 최소 2년의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앞날이 불투명한 탓이다.
먼저 영란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이 적극적으로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은 파운드화 안정세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영란은행은 브렉시트가 가결되자 성명을 발표하고 “영국 경제 안정을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ECB 또한 오는 27~29일 3일 간 포르투갈에서 주요 중앙은행 수장들과의 포럼이 예정돼 있다. 브렉시트 현실화에 따른 정책 공조를 논의하는 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은혜 KR선물 연구위원은 “브렉시트 가결로 시장 불안정성은 계속 이어지겠지만, 영란은행을 비롯한 ECB가 정책 공조를 통해 회복세를 도모할 것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파운드화가 다시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면 아직까지는 파운드화의 안정세를 예견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파운드화의 경우 영국이 브렉시트의 당사국인 만큼 다른 통화보다 큰 피해를 입는 것이 당연하다”며 “영국 경제와 정치의 불확실성이 쉽게 해소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파운드화는 추가 절하가 계속 될 것이며 아직 안정세를 논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라고 했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위원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파운드화의 안정세가 나타날 것이라면, 그 ‘중장기’를 굉장히 길게 잡아야 할 것”이라며 “파운드화가 1.4달러대 이상으로 회귀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선일보 그래픽>
◆ECB, 추가적 완화정책 필요...유로화에 하방압력으로 작용
유로화 환율도 파운드화와 함께 급락했다. 유로화 환율은 전일대비 2.2% 하락한 1.1133 유로당 달러까지 내려갔다. 시장에서는 유로가 달러와 ‘패리티(등가)’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유로와 달러는 약 1.1대1 수준을 보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도 유로화가 안정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유럽 경제가 부진한 가운데 회복세를 보이고 있던 영국이 이탈하자 유럽 경제에도 빨간 불이 켜진 영향이다. 이 때문에 ECB가 현재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운용하고 있지만, 추가 부양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는 유로화의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
브렉시트를 계기로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다른 유럽 국가들의 유럽 탈퇴 여론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 또한 유로화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유로화의 폐지 논란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유로화는 지역, 경제규모 등이 가지각색인 유럽 국가의 통화를 통일했기 때문에 탄생 초기부터 성공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유로존 단일통화로 통화정책은 동일하게 적용되는 반면 재정정책은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 국가별로 차이가 날 수 있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가 터진 것도 경제가 안 좋은 남유럽 국가들이 경기 부양 수단으로 재정지출에 과도하게 의존했기 때문이다.
단일통화로 인해 환율의 가격조정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부작용도 있다. 그리스처럼 경제가 나쁜 곳은 통화가치 하락으로 수출 가격경쟁력이 높아져야 하는데 유로에 묶여 있어 그럴 수가 없었다.
김은혜 KR선물 연구위원은 “브렉시트가 시발점이 돼 유럽 각국의 이탈 분위기가 확장된다면 굉장히 위험하다”며 “(이를 막기 위해) 유럽 각국이 다양한 정책 공조에 나설 것이고, 이 정책들이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윤정 기자 fac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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