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맛바람에 뚫린 입학사정관제... 교사도 돈받고 가담
[한국] 2010년 11월 6일 서울에서 열린 한 고교생 영어발표대회에서 K고 2학년 손모군이 상을 받았다.
연단에서 돋보이는 영어 실력을 과시한 그는 수상자가 호명되자 뛰어나가 상을 받았다. 다들 손군이라 여겼던 학생은 그러나 같은 학교 김모군이었다. 지도교사 권모씨가“오늘 손○○가 아파서 못 왔으니까 네가 대신 발표를 좀 해라”며 김군을 떠민 것이다. 손군의 엄마라는 사람은 대뜸“너 영어 잘하니?”라며 김군의 손에 연설문을 쥐여주기도 했다. 김군은“내가 수상 경력이 있어서 선택된 것 같다”고 했다.
대학생이 된 김군은 당시 일에 대해 “어린 마음에도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수상 경력은 손군의 생활기록부에 등재됐다.
손군은 이를 포함한 368시간의 봉사활동, 14차례의 교내외 수상 경력을 내세워 입학사정관 전형에 응시, 서울 S대와 K대에 잇따라 합격했다. 최근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밝혀낸 사실이다.
경찰 조사 결과, 손군의 이력 중상당수는 손군의 엄마 이모(49·대학 시간강사)씨와 이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현직 교사들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2010년엔 J여고 국어교사 민모(57)씨가 연설문을 써주고 K고생물교사 권씨가 수상 경력이 있는 다른 학생을 연단에 세우는 식이었다.
2011년 녹색성장 관련 토론대회 때도 동일한 수법으로 손군은 대회에 나가지도 않고 상을 챙겼다. 경찰에 따르면 J여고 교사 민씨는 손군 누나의 입시 상담을 해줬던 인연으로 손군 엄마 이씨와 연결됐다. 이씨는 민씨에게“아들이 입학사정 관제도로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해달라”며 논술 지도 등의 명목으로 2500만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민씨는 2010년 10월 한글날 기념 백일장 때 자신이 쓴 시 4편을 손군에게 건넸다. 엄마 이씨는 아들의 글씨체가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민씨의 시를 자신이 손수 옮겨 적었다. 손군은 선생님이 짓고, 엄마가 옮겨 쓴 원고를 그대로 내 최우수상을 받았다.
민씨는 손군의 각종 봉사활동 기록도 날조했다. 민씨는 알고 지내던 모 병원 관계자에게 부탁해 손군이 2009년 3월부터 2010년 5월까지 121시간의 봉사활동을 한 것처럼 확인서를 받아줬다. 하지만 이 기간은 손군이 자기소개서에“어머니와 함께 영국, 스코틀랜드, 노르웨이 등을 다니며 외국 체험학습을 했다”던 때와 겹쳤다. 출입국 기록을 보면 손군은 당시 출국 사실조차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봉사활동과 해외 체험학습 양쪽 모두 조작한 것인데 무수한 자료를 날조하다 보니 자신들도 그걸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손군의 선행 사실도 석연치 않았다. 손군은 길거리에서 지갑을 주워 경찰에 넘긴 적이 있었다. 이 지갑의 주인이‘마침 시골에서 올라온’민씨의 노모(老母)였다. 민씨의 노모는“지갑을 주워다 준 학생이 참 고맙다”며 2장 분량의 손편지를 써서 경찰서장에게 보내기도 했다.
엄마와 선생님이 만들어준‘화려한 스펙’을 내세워 손군은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2012년엔 S대에 들어갔지만“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자퇴하고, 이듬해 역시 같은 전형을 통해 17.6대1의 경쟁률을 뚫고 K대에 입학했다. 두 대학교의 입학사정관들은 봉사활동과 체험학습 시기가 겹친다는 기초적인 사실도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터면 영원히 비밀로 남을 뻔했던 이번 사건은 교사 민씨가 2012년부터 2013년까지 다른 학부모로부터 돈을 받고 중간·기말고사 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꼬리가 잡혔다. 민씨의 계좌에서 시험지 유출과는 무관한 다른 자금이 발견된 것이다.
경찰은 추적 끝에 그 돈이 손군 엄마가 건넨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손군의 엄마 이씨는 그러나 경찰에서“왜 나만 갖고 그러세요. 지금 강남 한번 가보세요. 다들 이렇게 하고 있어요”라고 항변했다고 한다.
입학사정관제를 시행하는 대학은 2012년 121개에서 2013년 125개, 지난해 127개로 증가하는 추세다. 8일 경찰은 대학생 손군과 엄마 이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씨로부터 각각 2500만원과 1000만원씩을 받고 각종 조작에 가담한 민씨, 권씨 등 교사 3명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김형원 기자
연단에서 돋보이는 영어 실력을 과시한 그는 수상자가 호명되자 뛰어나가 상을 받았다. 다들 손군이라 여겼던 학생은 그러나 같은 학교 김모군이었다. 지도교사 권모씨가“오늘 손○○가 아파서 못 왔으니까 네가 대신 발표를 좀 해라”며 김군을 떠민 것이다. 손군의 엄마라는 사람은 대뜸“너 영어 잘하니?”라며 김군의 손에 연설문을 쥐여주기도 했다. 김군은“내가 수상 경력이 있어서 선택된 것 같다”고 했다.
대학생이 된 김군은 당시 일에 대해 “어린 마음에도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수상 경력은 손군의 생활기록부에 등재됐다.
손군은 이를 포함한 368시간의 봉사활동, 14차례의 교내외 수상 경력을 내세워 입학사정관 전형에 응시, 서울 S대와 K대에 잇따라 합격했다. 최근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밝혀낸 사실이다.
경찰 조사 결과, 손군의 이력 중상당수는 손군의 엄마 이모(49·대학 시간강사)씨와 이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현직 교사들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2010년엔 J여고 국어교사 민모(57)씨가 연설문을 써주고 K고생물교사 권씨가 수상 경력이 있는 다른 학생을 연단에 세우는 식이었다.
2011년 녹색성장 관련 토론대회 때도 동일한 수법으로 손군은 대회에 나가지도 않고 상을 챙겼다. 경찰에 따르면 J여고 교사 민씨는 손군 누나의 입시 상담을 해줬던 인연으로 손군 엄마 이씨와 연결됐다. 이씨는 민씨에게“아들이 입학사정 관제도로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해달라”며 논술 지도 등의 명목으로 2500만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민씨는 2010년 10월 한글날 기념 백일장 때 자신이 쓴 시 4편을 손군에게 건넸다. 엄마 이씨는 아들의 글씨체가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민씨의 시를 자신이 손수 옮겨 적었다. 손군은 선생님이 짓고, 엄마가 옮겨 쓴 원고를 그대로 내 최우수상을 받았다.
민씨는 손군의 각종 봉사활동 기록도 날조했다. 민씨는 알고 지내던 모 병원 관계자에게 부탁해 손군이 2009년 3월부터 2010년 5월까지 121시간의 봉사활동을 한 것처럼 확인서를 받아줬다. 하지만 이 기간은 손군이 자기소개서에“어머니와 함께 영국, 스코틀랜드, 노르웨이 등을 다니며 외국 체험학습을 했다”던 때와 겹쳤다. 출입국 기록을 보면 손군은 당시 출국 사실조차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봉사활동과 해외 체험학습 양쪽 모두 조작한 것인데 무수한 자료를 날조하다 보니 자신들도 그걸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손군의 선행 사실도 석연치 않았다. 손군은 길거리에서 지갑을 주워 경찰에 넘긴 적이 있었다. 이 지갑의 주인이‘마침 시골에서 올라온’민씨의 노모(老母)였다. 민씨의 노모는“지갑을 주워다 준 학생이 참 고맙다”며 2장 분량의 손편지를 써서 경찰서장에게 보내기도 했다.
엄마와 선생님이 만들어준‘화려한 스펙’을 내세워 손군은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2012년엔 S대에 들어갔지만“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자퇴하고, 이듬해 역시 같은 전형을 통해 17.6대1의 경쟁률을 뚫고 K대에 입학했다. 두 대학교의 입학사정관들은 봉사활동과 체험학습 시기가 겹친다는 기초적인 사실도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터면 영원히 비밀로 남을 뻔했던 이번 사건은 교사 민씨가 2012년부터 2013년까지 다른 학부모로부터 돈을 받고 중간·기말고사 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꼬리가 잡혔다. 민씨의 계좌에서 시험지 유출과는 무관한 다른 자금이 발견된 것이다.
경찰은 추적 끝에 그 돈이 손군 엄마가 건넨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손군의 엄마 이씨는 그러나 경찰에서“왜 나만 갖고 그러세요. 지금 강남 한번 가보세요. 다들 이렇게 하고 있어요”라고 항변했다고 한다.
입학사정관제를 시행하는 대학은 2012년 121개에서 2013년 125개, 지난해 127개로 증가하는 추세다. 8일 경찰은 대학생 손군과 엄마 이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씨로부터 각각 2500만원과 1000만원씩을 받고 각종 조작에 가담한 민씨, 권씨 등 교사 3명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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