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동천교회엔 거제도 출신이 많다.
1953년생 예순둘 동갑인 담임목사
정충현씨와 이석제, 한재화
장로도 그곳 태생이다. 이들의
부모는 1950년 12월
북한에서 떠나온 ‘흥남 철수 1세대’들이다.
함경도 덕천교회를 다녔던
부모 세대 130여명을
대피시킨 것은 미 10군단의
배였다. 흥남부두를 떠난
군함이 닿은 거제도에서 정 목사 등의 흥남철수 2세대가
태어났다. 전쟁이 끝난
뒤 피란민들은 지금의 신길동에 자그마한 교회를
세웠다. 떠나온 함주군
동천면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을 담아 교회이름도
동천교회라고 지었다.
< 지난 10일 서울 동천교회에서 흥남철수 때 내려온 피란민의 아들들이 벤 포니(앞줄 가운데)씨를 만났다.
지난
10일 오후 5시
키가 훤칠한 미국인 청년이 동천교회로 들어섰다.
그를 기다리던 흥남철수
2세대들이 벌떡 일어났다.
이제 백발이 성성한 그들은
“우리는 부모님께‘반드시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얼마
안 되지만 학업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흰 봉투를
건네며 청년에게 머리를 숙였다. 십시일반
모은 100만원이었다.
청년은 얼굴이 상기된 채
우리말로 더듬더듬말했다. “이렇게
다 모시고장학금을 전달받게 돼 정말 영광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청년은
흥남철수의 영웅 에드워드 포니 대령의 증손자 벤
포니(Ben Forney·28)씨였다.
그의 증조부 포니 대령은
6·25전쟁 당시
흥남철수작전안(案)을
세운 주역이다. 포니
대령은 미 10군단 통역장교
고(故) 현봉학
박사(2007년 별세)와
함께 “여기서 우리가 떠나버리면 저기 있는 모든
사람은 중공군의 공격에 몰살당하고 만다”며 군단장
알몬드 소장을 설득했다. 상륙작전
전문가였던 포니 대령은 특히 “철수는 성공할 수 있고
인도적으로도 중요하다”는 말로 성공의 확신을
심어줬다. 군함과 민간
선박을 합쳐 총 193척이
동원된 해상철수작전은 9만1000명의
피란민을 구출하는 ‘기적’을 낳았다.
그로부터
65년이 지난 지금.
그의 증손자 벤 포니씨는
서울대 국제대학원에 진학해 포니가(家)와
한국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고, 흥남철수
2세대들은 ‘은혜를 잊지
말라’는 부모들의 바람을 잊지 않았다. 정충현
목사의 아흔넷 노모(老母)는
“얘야, 우리가 어떻게
목숨을 건진 줄 아니”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고
한다. 정 목사는 “어머니의
이야기는 꼭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자유 대한민국에 우리가 살고 있다. 꼭
은혜를 갚고 싶다’는 말로 끝이 났다”고 전했다.
이석제 장로의 부친은 난리통
흥남부두에서 ‘줄반장’이었다. 행패를
부리는 사람은 줄의 맨 뒤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이 장로는 “100만원
장학금은 보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적은 금액”이라면서도 “고마움을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해서 결국 10만원,
20만원씩 주머닛 돈을 털었다”고
말했다.
벤
포니씨는 1999년 미국
버지니 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의 증조부 묘소를 찾은
현봉학 박사가 눈물을 흘리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2009년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한국에 건너와 목포 영흥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벤
포니씨는 “증조부와 한국의 인연을 듣고 자랐기에
자연스레 한국에 이끌렸다”고 했다.
동천교회
사람들은 5년 전 벤
포니씨가 거제도의 흥남철수작전기념비를 찾았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먼저 연락을 한 뒤, 지금까지
서로 안부를 챙겨왔다. 연세대
어학당을 다녔던 벤 포니씨는 지난해부터 서울대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고 있다. 그는
“서울대 친구들도 ‘흥남철수’이야기를 꺼내면
‘뭐지?’하는 반응을
보이는데 저는 이것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며
“흥남철수는 정치나 이념, 전쟁스토리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구했던 인도적(mankind)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외교관을
꿈꾸는 벤 포니씨는 “흥남철수에 대한 기억이 살아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했다. 베이징
인민대부속중학교(人大附中)의
교장으로 재직하는 그의 부친 네드 포니씨도 현재
흥남철수작전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고 한다.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김형원 기자의 다른 기사
(더보기.)
|
|
더 벌어진 보수-자유당 지지율··· ‘더블스코어’ 충격
2024.05.01 (수)
보수당 44%, 자유당 23%, NDP 17%
예산 발표 후 트뤼도 긍정평가 3%p 하락
저스틴 트뤼도 총리(왼쪽)와 피에르 폴리에브 보수당 대표 지난달 트뤼도 정부의 예산안 발표 이후 연방 자유당의 지지율이 오히려 하락하면서, 연방 보수당과 지지율 격차가 2배 가까이...
|
전 세입자 물건 함부로 처분한 집주인··· 소송 결과는?
2024.05.01 (수)
세입자 개인재산 처분 시, 배상 책임 발생
전 세입자의 물건을 함부로 처분한 집주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BC주 민사해결재판소는 세입자를 퇴거시킨 뒤 버린 소지품에 대한 보상금으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
밴쿠버 월드컵 예상 개최 비용 2배 ‘껑충’
2024.05.01 (수)
최대 5.8억 달러 예상··· 순 투입 비용은 1억 달러 수준
BC 플레이스서 7경기 개최··· 35만 명 관람객 기대
2026년 피파월드컵에서 7경기가 열릴 밴쿠버 BC 플레이스 전경 / BC Government Flickr 밴쿠버의 2026년 피파월드컵 예상 개최 비용이 1년여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BC...
|
‘3白’ 줄이고 젓가락만 써라...치매 명의의 기억력 높이는 한 끼
2024.05.01 (수)
일러스트=박상훈, 사진=게티이미지뱅크46세 R씨는 2년 전부터 왼쪽 눈이 갑자기 컴컴해지는 증상이 있었다. 오른쪽을 가리고 왼쪽 눈으로 보려고 하면, 터널처럼 주변부터 검게 변하다가...
|
에어캐나다 논란의 ‘좌석 지정 요금제’ 잠정 철회
2024.04.30 (화)
항공승객들 반발 끝에··· “전면 취소는 아냐”
항공업계선 별별 서비스에 추가 요금 행진
에어캐나다(Air canada)가 최저요금 운임 승객들에게 부과하려 했던 ‘사전 좌석 지정 요금’(seat selection fee) 정책을 이틀 만에 잠정 철회하기로 했다. 갑작스런 요금 부과 조치로...
|
캐나다 경제 ‘삐걱’··· 금리 인하 보인다
2024.04.30 (화)
2월 경제 성장률 +0.2%··· 기대 이하 성장
3월도 제자리걸음 예상··· 6월 금리 인하 기대
캐나다의 경제 성장률이 예상치보다 하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오는 6월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30일 연방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캐나다의...
|
담배 개비마다 경고문··· 캐나다 30일부터 본격 시행
2024.04.30 (화)
제조업체 ‘담배 개비 경고문 표시’ 본격 의무화
소매점엔 8월부터 의무 적용··· “흡연율 낮출 것”
앞으로 캐나다에서 생산되는 모든 담배 각 개비에 발암 경고 문구가 의무적으로 표시될 전망이다. 담배 제조업체들은 4월 30일부터 캐나다에서 판매하기 위해 생산되는 모든 킹사이즈 담배...
|
화이트락 연쇄 피습사건 용의자 체포
2024.04.30 (화)
지난주 화이트락 해변가서 27세 남성 흉기 찔러 살해
지난주 화이트락 피어 인근에서 이틀에 걸쳐 두 남성을 흉기로 공격한 용의자가 경찰에 체포됐다. 29일 RCMP 살인사건합동수사대(IHIT)는 지난주 화요일 화이트락 피어(pier)에서 26세...
|
흥행 질주 '범죄도시4' 밴쿠버서 5월 3일 개봉
2024.04.30 (화)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범죄 액션 영화로 자리매김한 <범죄도시> 시리즈가 네 번째 후속작으로 돌아온다. 밴쿠버에서는 5월 3일(금)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상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
‘사이버공격 피해’ 런던드럭스 영업 중단 계속
2024.04.30 (화)
추후 공지 전까지 모든 매장 폐쇄
고객 개인정보 유출 여부 조사 중
29일 오후 12시경 버나비 로히드 쇼핑센터에 위치한 런던드럭스 매장 문이 닫혀 있다 약국 체인 런던드럭스(London Drugs)가 사이버 공격을 당해, 캐나다 내 모든 매장의 운영이 사흘째...
|
요즘 '스트레스' 심한 거 같다면···몸에서 보내는 ‘의외의’ 신호 4
2024.04.30 (화)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있는 만큼 스트레스가 쌓이면 독이 된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아가는 건 힘들기 때문에 잘 관리해주는 게 중요하다. 스트레스가 우리 몸에...
|
리치몬드서 71세 여성 사망··· 30대 아들 체포
2024.04.29 (월)
리치몬드의 한 주택에서 71세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숨진 여성의 38세 아들을 용의자로 체포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BC주 살인사건합동수사대(IHIT)에 따르면, 숨진...
|
캐넉스 대역전극··· 2라운드 진출까지 "단 1승"
2024.04.29 (월)
경기 종료 8초 전 동점 만들고, 연장 골든골로 승리
브락 베서 해트트릭 활약··· 시리즈 3승 1패 리드
연장 골든골을 넣고 환호하는 엘리아스 린드홀름 / Vancouver Canucks Facebook 창단 첫 우승을 노리는 밴쿠버 캐넉스가 대역전승 드라마를 쓰며 다음 플레이오프 라운드 진출을 눈앞에 두게 됐다...
|
한-캐, 플라스틱 오염 대응 위해 공조
2024.04.29 (월)
26일 오타와에서 플라스틱 오염 대응 국제협약 성안을 위한 제4차정부간협상위원회(INC-4) 양자 협의를 한 스티븐 길보 캐나다 환경기후변화부 장관(왼쪽)과 김효은 대한민국 기후변화대사/...
|
5g 종이 비행기에 인생을 건 3총사 “행사·강연·캠프로 너무 바빠요”
2024.04.29 (월)
종이비행기 국가대표 삼총사
이정욱·김영준·이승훈 선수
▲곡예비행 국가대표 이승훈(왼쪽부터), 멀리 날리기 국가대표 김영준, 오래 날리기 국가대표 이정욱 선수가 종이비행기를 동시에 허공으로 던졌다. 5g짜리 종이비행기에 인생을 쏟아부은...
|
'계단 오르기' 습관처럼 한 사람들에게 생긴 변화
2024.04.29 (월)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 39% 낮아져
습관처럼 실천하는 계단 오르기가 수명 연장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영국 노리치 이스트앵글리아대학과 노퍽·노치리대학병원재단 연구팀은 27일(현지시각) 그리스...
|
BC주, 마약류 규제 재강화··· 비범죄화 실패?
2024.04.26 (금)
공공장소 내 불법약물 사용 금지··· 소량 소지는 여전히 합법
이비 “중독 치료도 중요하지만, 거리 무질서 용납 못 해”
데이비드 이비 BC 수상 (BC Government Flickr) 불법약물 비범죄화가 시행된 지 1년이 넘어가고 있는 가운데, BC주가 모든 공공장소에서의 불법약물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
“에어컨 없는 BC 저소득 가정, 무료로 받으세요”
2024.04.26 (금)
작년 이어 올해도 포터블 에어컨 무상 제공
폭염 대비 일환··· 소득 기준 꼼꼼히 확인해야
BC주 저소득 가정은 다가오는 올여름 폭염에 대비해 포터블 에어컨(portable air conditioner) 신청을 서두르는 것이 좋겠다. 25일 BC하이드로(BC Hydro)는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저소득 가정 및...
|
다시 고용한파··· 취업자 1.7만 명 증발
2024.04.26 (금)
연방 통계청, “2월 임금 근로자 0.1% 감소”
숙박·식당·소매업 등 7개 부문 취업 줄어
캐나다의 취업자 수 증가 폭이 2월 들어 다시 축소되면서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 온 고용 한파가 쉽사리 풀리지 않는 모습이다. 연방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
캐나다 빈곤율 증가··· 인종별 빈부격차 여전
2024.04.26 (금)
유색인종 8명 중 1명이 빈곤··· 비유색인종과 격차 커져
팬데믹 지원 종료 여파에, 2022년 캐나다인 소득 감소
지난 2022년 캐나다인의 소득은 줄어든 동시에 빈곤율은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유색인종과 비유색인종의 빈곤율은 서로 큰 차이를 보이는 등 인종별 빈부격차는 여전히 존재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