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興南 2세대, 28세 美청년을 껴안다

김형원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1-13 11:39

65년전 흥남서 피란한 덕천敎會 신도 후손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동천교회엔 거제도 출신이 많다. 1953년생 예순둘 동갑인 담임목사 정충현씨와 이석제, 한재화 장로도 그곳 태생이다. 이들의 부모는 195012월 북한에서 떠나온 ‘흥남 철수 1세대’들이다. 함경도 덕천교회를 다녔던 부모 세대 130여명을 대피시킨 것은 미 10군단의 배였다. 흥남부두를 떠난 군함이 닿은 거제도에서 정 목사 등의 흥남철수 2세대가 태어났다. 전쟁이 끝난 뒤 피란민들은 지금의 신길동에 자그마한 교회를 세웠다. 떠나온 함주군 동천면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을 담아 교회이름도 동천교회라고 지었다.


< 지난 10일 서울 동천교회에서 흥남철수 때 내려온 피란민의 아들들이 벤 포니(앞줄 가운데)씨를 만났다.
포니씨의 증조부인 고 에드워드 포니 대령은 6·25전쟁 당시 흥남철수작전을 이끌어 피란민 91000명을 구했다. 이날 피란민의 후손들은 “은혜를 갚고 싶다”며 서울대 국제대학원에 재학 중인 포니씨에게 장학금 100
만원을 전달했다./ 김지호 기자

 

 지난 10일 오후 5시 키가 훤칠한 미국인 청년이 동천교회로 들어섰다. 그를 기다리던 흥남철수 2세대들이 벌떡 일어났다. 이제 백발이 성성한 그들은 “우리는 부모님께‘반드시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얼마 안 되지만 학업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흰 봉투를 건네며 청년에게 머리를 숙였다. 십시일반 모은 100만원이었다. 청년은 얼굴이 상기된 채 우리말로 더듬더듬말했다. “이렇게 다 모시고장학금을 전달받게 돼 정말 영광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청년은 흥남철수의 영웅 에드워드 포니 대령의 증손자 벤 포니(Ben Forney·28)씨였다. 그의 증조부 포니 대령은 6·25전쟁 당시 흥남철수작전안()을 세운 주역이다. 포니 대령은 미 10군단 통역장교 고() 현봉학 박사(2007년 별세)와 함께 “여기서 우리가 떠나버리면 저기 있는 모든 사람은 중공군의 공격에 몰살당하고 만다”며 군단장 알몬드 소장을 설득했다. 상륙작전 전문가였던 포니 대령은 특히 “철수는 성공할 수 있고 인도적으로도 중요하다”는 말로 성공의 확신을 심어줬다. 군함과 민간 선박을 합쳐 총 193척이 동원된 해상철수작전은 91000명의 피란민을 구출하는 ‘기적’을 낳았다.

그로부터 65년이 지난 지금. 그의 증손자 벤 포니씨는 서울대 국제대학원에 진학해 포니가()와 한국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고, 흥남철수 2세대들은 ‘은혜를 잊지 말라’는 부모들의 바람을 잊지 않았다. 정충현 목사의 아흔넷 노모(老母)는 “얘야, 우리가 어떻게 목숨을 건진 줄 아니”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고 한다. 정 목사는 “어머니의 이야기는 꼭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자유 대한민국에 우리가 살고 있다. 꼭 은혜를 갚고 싶다’는 말로 끝이 났다”고 전했다. 이석제 장로의 부친은 난리통 흥남부두에서 ‘줄반장’이었다. 행패를 부리는 사람은 줄의 맨 뒤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이 장로는 “100만원 장학금은 보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적은 금액”이라면서도 “고마움을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해서 결국 10만원, 20만원씩 주머닛 돈을 털었다”고 말했다.

벤 포니씨는 1999년 미국 버지니 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의 증조부 묘소를 찾은 현봉학 박사가 눈물을 흘리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2009년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한국에 건너와 목포 영흥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벤 포니씨는 “증조부와 한국의 인연을 듣고 자랐기에 자연스레 한국에 이끌렸다”고 했다.

동천교회 사람들은 5년 전 벤 포니씨가 거제도의 흥남철수작전기념비를 찾았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먼저 연락을 한 뒤, 지금까지 서로 안부를 챙겨왔다. 연세대 어학당을 다녔던 벤 포니씨는 지난해부터 서울대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고 있다. 그는 “서울대 친구들도 ‘흥남철수’이야기를 꺼내면 ‘뭐지?’하는 반응을 보이는데 저는 이것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며 “흥남철수는 정치나 이념, 전쟁스토리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구했던 인도적(mankind)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외교관을 꿈꾸는 벤 포니씨는 “흥남철수에 대한 기억이 살아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했다. 베이징 인민대부속중학교(人大附中)의 교장으로 재직하는 그의 부친 네드 포니씨도 현재 흥남철수작전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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