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옆집 할아버지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3-10-14 00:00

김혜원/
BC한인미술인협회장

옆집 할아버지

우리 옆집엔 이탈리안 부부가 살고 있다. 빌(Bill) 할아버지는 연세가 80세가 넘으신 근면, 성실하신 부지런한 분이시다. 아침 6시부터 채소밭 가꾸시고, 정원 가꾸기에 분주하시어, 뒷마당엔 항상 예쁜 꽃들로 가득하다. 나를 보시기만 하면 한아름 꽃을 따서 주시곤 하시며 해 맑은 미소를 띄우곤 하셨다. 캐나다에서 40년 이상 사셨는데 영어는 잘 못하였고 내 차가 그 댁 앞을 지나려면 정원일 하시다 말고 손을 흔드시며 악수하자고 뛰어나와 내 손을 꼭 잡아 주시곤 하셨다. 매번 자기 집에 와서 차를 마시자고 하시지만 허리가 아프셔서 잘 움직이지 못하시는 테레사(Theresa) 할머니께서 힘들어 하시는 것을 알기에 놀러 가겠다 대답만하고 놀러 가지는 않았다.

일주일 전쯤 다시 빌 할아버지를 만났을 때도 손을 꼭 잡아 주시며 한번 꼭 놀러 오라고 하시기에 "그러지요" 하고 지나 갔었다. 사흘 전 집 앞을 막 나가려는데 앞집 사시는 이탈리안 할머니 수잔(susan)이 손짓을 하며 나를 부르시기에 갔더니 우리 옆집 할머니께서 돌아 가셨다고 말하시며 눈물이 글썽이신다.

나는 오랫동안 지병으로 고생하는 부인을 지성으로 간호하던 빌 할아버지를 위로해 드리고 싶어 좀 일찍 장례 미사가 있는 성당으로 갔다. 성당으로 막 들어가는데 입구쪽에서 할아버지 사진이 보였다. 갑자기 가슴이 쿵 하며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을 하며 성당으로 들어가 중간 정도에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니 동양인은 나 하나뿐이고 검정 옷을 입은 많은 이탈리안 교우들이 성당 안을 꽉 메우고 있었다.

조금 후 신부님이 들어 오시고 돌아가신 분을 모신 관이 들어 오는데 보니 빌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었다. 너무 당황이 되고 다리에 힘이 빠져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착하고 그렇게 건강해 보이던 부지런 하신 할아버지께서 이렇게 갑자기 돌아 가시다니...

미사를 드리는 동안 난 멍청히 앉아 있었다. 미사가 끝나고 나와서 영어를 잘하는 어떤 분에게 사연을 물어보니 이랬다. 빌 할아버지는 건강하셨는데 두 달 전쯤 갑자기 몸이 안 좋아 병원에 갔더니 간암 진단이 나왔고 수술 받았으나 온 몸으로 암세포가 펴졌고 이 주일 만에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일 주일 전에 마지막으로 빌 할아버지를 뵈었을 때도 본인은 얼마 못사신다는 것을 아셨을 텐데 아무일 없다는 듯이 정원 일을 하고 계셨다. 죽음을 얼마 앞두고도 항상 해오던 일을 태연히 하시던 할아버지. 마지막까지도 웃음을 잃지 않으신 그분 생각을 하니 평범한 삶을 사시며 소리없이 많은 교훈을 주신분이란 생각이 든다. 이제 다시 뵐 수는 없지만 굳은 살 베긴 일꾼 같은 손으로 악수를 청하시며 밝게 웃으시던 부지런한 빌 할아버지를 난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빌 할아버지 부디 천국 영광 누리소서. 아멘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한국에서 밴쿠버까지 색다른 여행을 즐겨보자. 바로 크루즈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크루즈 여행 전문회사, 홀란드 어메리카 라인(Holland America Line∙이하 홀란드)은 일본-부산-밴쿠버를 잇는...
취업 상담 서비스(Employment Service)
2008년 출범한 ‘코리안 커뮤니티 워커스 네트워크(KCWN∙회장 장기연)’는  비영리 이민자 지원단체와 교육청의  정착담당, 카운셀러로 일하는  한인 직원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제이슨 케니(Kenney) 이민장관이 19일 소수 민족 언론을 대상으로 원탁회의(round table)를 개최했다. 중국, 이란, 인도, 필리핀 등 10여국의 언론인이 초청된 이번 원탁회의에 한인 언론 중에는...
[행복한 이민생활을 도와드립니다 2] 이민정착/ESL수업 서비스
2008년 출범한 ‘코리안 커뮤니티 워커스 네트워크(KCWN∙회장 장기연)’는  비영리 이민자 지원단체와 교육청의  정착담당, 카운셀러로 일하는  한인 직원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장기연 KCWN 회장 인터뷰
낯선 문화와 사회에서 막막할 때, 이민자들에게 따뜻한 길잡이가 되어주는 이들이 있다. 석세스, 옵션스, ISS, 모자익 같은 비영리 이민자 지원단체 및 교육청 학교 정착 담당...
예기치 않게 곰 마주치면…“등 보이지 말고 뒷걸음 치면서 도망쳐야” 최근 곰 등 야생동물에 습격 당하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면서 예기치 않게 야생동물과 마주쳤을 때의 행동수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 또한 나들이가 잦아지는 여름을 맞아...
BC주 면허 체계와 지역별 규정 숙지해야
낚시는 여름철 가장 인기 있는 레저 문화로 자리잡았다. BC주는 낚시하기에좋은다양한 장소들이 많고 다양한 종류의 낚시가 가능해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최적의 장소이다....
LMO 발급 승인률 50~60% 수준평균임금 캐나다인과 동등하거나 높아야… 캐나다 영주권 취득의 통로로서 근로허가(work permit) 비자를 통한 이민 및 유학 후 이민의 수요가 대폭 늘었다. 이민부도 최근 근로허가 비자를 기본 전제로 하는 주정부이민(PNP), 캐나다 경험...
한국에서 치기공사로 근무하던 A씨(35)는 지난 2009년 밴쿠버로 입국했다.치기공 사업을 준비하던 지인의 부탁이었다. A씨는 밴쿠버에 거주하며 근로허가(work permit) 비자를 발급 받고 지난해 초 전문인력이민을통해 영주권을 신청했다. 하지만 근로허가 비자...
휴가시즌이 다가오면서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당뇨병·심장병등 만성질환자 등은 휴가지로 향하는 비행기 안이나 휴가지에서 건강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안전한 여행을 할 수 있도록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
구름없는 맑은 날씨에 반드시 챙겨야할 필수품이 있다. 바로 자외선 차단제다. 사실 자외선(UV)은 날씨와 장소에 큰 상관이 없다. 비가오는 흐린 날에도, 그늘∙건물∙차 안에 있어도...
15일 북미아이스하키리그 결승 흥분의 도가니10여만 시민 거리 운집… 밴쿠버 사상 최대 [현장르포] 15일 밴쿠버 커낙스와 보스턴 부루인스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탠리 컵을 놓고...
캐나다∙미국을 포함한 세계 많은 나라는 6월 3째주 일요일을 아버지의 날, ‘파더스 데이(Father’s day)’로 정하고 있다. 올해는6월 19일이 아버지들을 위한 하루다. 사실 ‘파더스 데이’는...
캐네디언 록키산맥에 가기 전에 주의할 점은 먼저 이 곳을 보고 나면 다른 지역에 가서 무엇을 보아도 감흥이 덜할 것이란 점이다. 지난해 밴프-재스퍼를 여행한 후, 캐나다 다른 지역을...
3박 4일 알뜰 여행 상품
바쁜 일상 속 직장인이나 록키 여행이 처음인 사람에게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여행 상품을 통해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짜여진 일정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단점이...
캐나다 록키는 웅장하다. ‘창조주가 빚어낸 예술품’이라고 감탄하게 된다. 그저 스쳐 지나며 보기만 해도 록키의 이미지는 강하게 뇌리에 남는다. 사시사철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하와이라면 서핑의 고향인 줄만 알았다. 사방에서 달려드는 에메랄드 빛 파도로 충만한 물의 나라인 줄만 알았다. 빅 아일랜드에서 비로소 깨달았다. 하와이에선 물과 불이 공존한다. 불의 고리. 환태평양 화산대를 일컫는 말이다. 서핑의 고향 하와이도 이 일대다....
신사의 나라’ 영국. 그 수도 런던엔 남성용 의류·잡화 매장이 모인 ‘신사의 거리’가 있다. 간판에 적힌 창업연도를 보면 100년은 기본이고 200년이 넘는 곳도 있다. 오랜 세월 신사복의...
‘선샤인 스테이트(Sunshine State)’가 되살아났다. 선샤인 스테이트는 연중 300일 이상 태양이 내리쬐는 호주 최고의 관광명소 ‘퀸즐랜드(Queensland)’의 또 다른 이름. 퀸즐랜드는 지난 1월...
“자기 몸 알고, 먹는 것 조절하고, 그리고 바르게 뛰어라”
건강하게 되는 방법은? 주변에 조언을 구하다가 스티브 내쉬 트레이닝 센터에서 근무하는 아이리스 양 트레이너를 소개 받게 됐다. 양 트레이너의 도움말과 캐나다 국내 보건관련...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