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민/ 스코시아 은행 노스로드 지점 |
캄보디아의 쭌 허인
나의 책상의 여러 사진들 중에는 쭌 허인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있다. 쭌 허인, 사진을 볼 때마다 그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을 느낀다. 나는 1999년 12월 27일 캄보디아의 스텅뜨랭이라는 마을에서 그를 만났다. 나는 단기 선교로 그 곳에 있었고, 그는 캄보디아 CCC 일행들을 따라와 그곳에 있었다. 그 당시 쭌의 나이는 14살. 하지만, 나에게는 10살로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리게만 보였었다.
그는 유난히 나를 따랐고 내 행동을 따라하며 즐거워 했다. 말은 잘 통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 귀여운 친구다. 캄보디아를 떠나오기 전 쭌이 살고 있는 마을을 방문했다. 정확히 말하면 쭌이 살고 있는 줄도 모르고, 나환자 촌을 방문하기 위해 간 것이었다.
그런데 그곳에 쭌과 가족이 살고 있었다. 그 작은 마을은 세 부류의 사람들로 나눠져 있었는데, 심하게 나병에 걸려 격리되어 있는 사람들과, 나병이 시작되었으나 아주 심하지 않아 병원에 입원해 있는 사람들, 그리고 언제 나병에 걸릴지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 이었다. 안내인이 말하기를 그 곳에 살면 언젠가는 나병에 걸린다고 했다.
나병환자가 수용되어 있는 병원 정문에 눈에 익은 이름이 붙어 있었다. 김씨 성을 가진 한국 사람의 이름이었다. 누구인지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지만 의사인 그는 캄보디아의 조그마한 마을에 나병환자들을 위한 병원을 지었던 것이다.
병원 관계자는 1달러면 나병을 치료하는 약을 한달 어치나 살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6개월 정도를 꾸준하게 치료 받으면 나병을 고칠 수 있다고 했다. 그 곳 사람들은 6달러가 없어서 손발이 문드러지고, 얼굴이 비틀어지며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쭌과 그의 가족들은 얼굴이 밝았다. 무엇이 그리 좋은지 쭌은 항상 웃는 얼굴이었다. 나병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은 찾아 볼 수도 없었다.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밝은 마음을 간직한 쭌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쭌과 내가 헤어질 때 우리는 같은 사진을 두 장 찍어서 나눠 가졌다. 서로 간직하며 다시 만날 때까지 기억하자고 약속했다. 지난 2000년 그곳에 간 사람을 통해 쭌이 나를 기다리며 사진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올 겨울 나는 그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4년 만에 캄보디아를 방문한다. 그를 만나서 꼭 말해주고 싶다. "너는 나에게 아주 특별한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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