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캐나다 내 한류의 미래는…

로스킹 교수 jrpking@interchange.ubc.ca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1-07 15:46

[특별기고] 로스 킹(King)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 아시아학과장

캐나다에 거주하는 비(非) 한인은 한국 문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어떤 면에선 조금 이상한 질문이다. 꽤 많은 캐나다인이 한국 문화는 물론 한국이란 나라 자체를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북한과 남한을 구별 못하는 캐나다인도 상당하다. '코리아(Korea)'를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는 백인을 한국인이 우연히 만났다면 "북쪽에서 왔어요? 아니면 남쪽?"이라는 질문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캐나다에서 한국 문화와 한국의 것이 차지한 비중은 상당히 작은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원인이 한국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을 만나 이야기를 해보면 자국 문화를 캐나다 및 외국에서 적극 알리는 일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면 한국 상품은 캐나다에서 얼마나 인기를 끌고 있을까? 이 질문도 역시 적절하진 않다. 하지만 문제의 오류는 캐나다인이 아닌 한국인으로부터 발생한다. TV, 차, 냉장고, 카메라 등 한국 대기업이 내놓는 상품은 캐나다에서 아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 기업이 생산한 제품 하나 없는 집이 드물 정도다. 그러나 한국 대기업은 캐나다 TV 광고나 홍보활동 어디에서도 자사가 한국기업임을 알리지 않는다. 오히려 숨기는 듯한 인상이다. 50여 년 전 일본 기업이 북미에 진출할 때 일본에서 왔다고 전면에 내세웠던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이 때문에 삼성과 LG가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에, 현대가 일본 차가 아니라 한국 차라는 사실에 놀랄 캐나다 소비자가 많다. 캐나다인 사이에 한국 제품이 인기가 높다고 해도, 정작 캐나다인은 자신이 소비하고 있는 제품이 한국 것임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왜 한국인은 한국이라는 딱지가 붙는 것을 두려워 하는 걸까?

이번엔 한국의 것이라고 전면에 강조하는 '한류'라는 문화 상품이 캐나다 사회, 좁게는 밴쿠버 사회에 얼마나 알려져 있는지 알아보자. 답은 잘 알려져 있다고도,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 한류를 외국에 판매하는 프로듀서나 수출업자는 사업 전략이나 판매처를 정할 때 북미 주류사회가 아니라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를 주 타켓으로 한다. 접할 기회가 없으니 캐나다 내 백인사회가 한류를 잘 알지 못하는 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이 것이 한류가 캐나다에서 전혀 영향력이 없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UBC)의 한국어 수업 수강생 숫자는 한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지난 5~6년 사이에 두 배 이상 늘었다. 밴쿠버 거주자와 UBC 학생의 반수 이상은 넓은 의미의 '아시아인'이다. 그들은 한류에 노출되어 있는 모국(중국, 필리핀, 태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부터 한국 드라마, 가요, 영화 등을 접하고, 한류 열풍에 동참한다. 그 결과, 오늘날 UBC에는14~16개의 한국어 수업이 생겨났다. 한국인과 비한국인의 비율은 반반이다. 16년 전 UBC에 처음 부임했을 때만해도 한국어 수업은 6개에 불과했으며, 수강생 95%가 한국인이었다.

이렇듯 한류의 바람은 밴쿠버 전역에 영향력있게 불고 있고, 특히 백인이 아닌 아시아 교민사회를 중심으로 불고 있다. 요즘엔 아시아 교민사회의 영향을 받아 백인사회로도 한류가 천천히 조금씩 흘러 들어가고 있다.

밴쿠버의 한류 바람이 이대로 지속될지 여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비한인의 한국어를 배울 기회, 즉 한국 문화와 접촉할 기회를 지금보다 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캐나다 내 한국의 문화적*지적 지분을 확대할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요즘 중국은 긴 수면에서 깨어나 공격적으로 전세계에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알리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한국 정부와 한국인도 하루빨리 깨어나 북미 주류사회에서 한국 문화, 한국어 알리기에 힘써야 한다. 한국인이 한국의 이미지를 만들지 않으면 누가 만들어 가겠는가?

아직은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 캐나다에 나와 있는 한국 교민들의 한국 알리기 노력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지금 상태라면 북미에서 한국어를 포함한 한국 문화의 미래는 비관적이라고 본다.

기고자=로스 킹(King) 브리티시 콜럼비아 대학교 아시아 학과장
번역=한혜성 기자 Helen@vanchosun.com

로스 킹(King) 교수 약력:
현(現)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 아시아학과장
박사학위 취득 (하버드대, 1991)  언어학
석사학위 취득 (하버드대, 1986)  언어학
학사학위 취득(예일대, 1983) 언어학 (일본어-한국어), 정치학

 

*본 기고는 본지의 편집성격과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BC주에서 1년 중 6개월 미만 거주하면 자격 박탈”
대부분 유학생과 신규 이민자의 타지생활에서 가장 힘들 때를 꼽으라면 ‘아플 때’다. 특히 유학생의 경우 BC주정부에서 의료보험(MSP) 신청을 장려하고 있음에도 많은 이들이 ‘설마 아플...
東티베트 캄(Kham) 사진기행
1만 승려 가운데 8천이 비구니다. 이들은 해발 4000m 고원 깊숙한 곳에 집단으로 거주하면서 티베트 불학과 수도에 정진하고 있다. 워낙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다 보니 비밀스럽기까지 하다....
2011년을 달굴 하이브리드 자동차
꾸준히 상승 곡선을 이루고 있는 휘발유 가격. 휘발유 가격이 저렴한 주유소를 찾는데 열을 올리고 조금이라도 저렴한 저녁 시간 대에 기름을 넣는 풍경도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오늘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특별기획 한국상품 통하려면 “트렌드보다 반발자국 빨리 움직여야” 한류문화 흐르려면 “고유문화 긍지 갖고 알리기에 힘써야” 양국보 코트라 밴쿠버KBC...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특별기획 [캐나다를 휩쓰는 한국상품의 비밀] 효성 모터사이클 "스쿠터 한 대로 시작된 인연" 캐나다의 모터사이클 시장은 전체 자동차 시장의 25%를 차지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특별기획 [캐나다를 휩쓰는 한국상품의 비밀] 현대 로템 밴쿠버를 가로지르는 한국의 무인 전동차 지난해 2월 세계를 열광케 했던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숨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특별기획 [캐나다를 휩쓰는 한국상품의 비밀] LG 전자 캐나다 똑똑한 스타일로 승부를 걸었다 LG의 옛 사명(社名)은 ‘금성(Goldstar)’이다. LG전자가 캐나다 시장에...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특별기획 [캐나다를 휩쓰는 한국상품의 비밀] 대한항공 오픈 스카이 도약대로 크게 날다 1969년 구형프로펠러기 8대를 보유한 아시아의 작은 지역 항공사로...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특별기획 [캐나다를 휩쓰는 한국상품의 비밀] 현대 자동차 캐나다 불황 속 최대실적, 캐나다가 놀라다  지난해 말 캐나다 주요언론마다 ‘현다이’가...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특별기획* [캐나다를 휩쓰는 한국상품의 비밀] 기아 모터스 캐나다 젊은 마인드로 변화 앞세워 발전하는 기업 기아(Kia) 모터스 캐나다 법인은 1999년에 설립됐다....
[특집기획 1편] 캐나다로 흐르는 한류의 경로 2009년 12월, KBS 예능프로그램 ‘출발 드림팀 2’가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특집편 촬영차 밴쿠버에 왔다. 남성그룹 샤이니 멤버인 민호,...
[특별기고] 로스 킹(King)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 아시아학과장 캐나다에 거주하는 비(非) 한인은 한국 문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어떤 면에선 조금 이상한 질문이다. 꽤 많은 캐나다인이 한국 문화는 물론 한국이란 나라 자체를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네트워킹과 인포메이션 인터뷰
◇ 네트워킹관심분야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고용주 등과 나누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기회를 얻는 것을 네트워킹이라 한다. 네트워킹에는 여러 사람과 만나면서 구인정보나 기타 다른...
[여행특집] BC주 겨울 여행계획 12가지
BC주정부가 새해를 맞아 ‘BC 스테이케이션(B.C StayCation)’을 권장하고 나섰다. 스테이케이션은 ‘경기 침체와 고유가로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을 뜻하는 경제용어로, 주정부는 앞에...
獨 레드닷 디자인상 수상 제품
‘레드닷 디자인상(red dot design awards)’은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 중 하나로 세계 디자인계에서 공신력을 갖춘 공모전 중 하나다. 1955년부터 매년 독일에서 수여되는 레드닷 디자인상은...
“22세 전 '외국국적 행사 않겠다' 서약땐 복수국적 허용”
한국 정부가 새 국적법을 통해 65세 이상의 영구 귀국자와 출생과 동시에 복수 국적을 취득하는 선천적 복수 국적자의 우리 국적 이탈을 최소화하고 사회통합, 국가경쟁력 강화, 저출산...
“면접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한인 구직자들에게 면접은 정말 피하고 싶은 것 중 하나다. 이민 구직 희망자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많은 고용주가 본격적인 면접 전에 전화 면접을 하면서 구직자의...
시민권 취득 후 아파트와 토지관리 어떻게 하나 동포 사회에 시민권 취득 후 부동산이나 유산 상속 등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은 반면 신청 절차나 방법에 대한 정보가 적다. 오늘은 지난...
“커버레터요? 자기소개서 아닌가요?” 커버레터라는 단어의 생소함과 캐나다와 한국 구직 문화의 차이 때문에 커버레터 작성에 어려움을 느끼는 구직자들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재외동포 복수국적 자격·토지 보유 신고 의무화 등
지난 10일 주밴쿠버 총영사관(총영사 최연호)과 이민자봉사단체 ISS가 주최한 국적법 설명회가 교민 70여 명이 자리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다.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많은 교민이 참여한 이날 설명회에는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개정된 국적법의...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