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54)
My Precious, Canadian Citizenship
요즘 캐나다 정부는 ‘진짜’ 캐나다인을 요구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가 생각하는 ‘가짜’ 캐나다인은 국적만 취득하면 떠나는 이들이다. 기존의 이민자는 캐나다에 정착해 사회·문화를 키우는 데 일정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순히 캐나다 국적과 여권만 챙겨갈 뿐, 캐나다인으로서 사회적 의미는 존재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고 정부는 본다.
정부의 이런 시각은 캐나다의 보수에서 나왔다. 캐나다인들은 이민 후 좋은 집·값비싼 차를 타고 다니지만 나라에 세금은 내지 않고, 저소득층의 사회보장 혜택을 받아온 이들에 대해 반감을 품었다. 이 반감은 폭동으로 승화하지는 않았다. 대신 법령 개정으로 나타났다.
올해 6월 11일부터 발효된 새 시민권법은 신청자에게 세금 정산서를 요구한다. 국제 시대에, 과한 면이 있지만, 국적취득 후 캐나다를 떠날 이들을 규제하기 위해 캐나다 시민권 취득 후 거주 의사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확인·서약 만으로 부족하다고 여겨서, 정부는 신청서에 거짓이 있으면 시민권을 박탈하고 처벌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시민권법은 일정 기간을 캐나다에서 살고, 일정한 지식을 증명하면 캐나다인 지위를 주던 과거와는 기조가 다르다.
올해 2월 시민권법 개정안을 상정하며 크리스 알렉산더(Alexander) 이민 장관이 시민권을 “우리의 가장 중요한 자원(our most precious commodity)”이라고 부른 것은 그만큼 소중하니 쉽게 넘겨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수당 정부의 정책이 무조건 옳다고만 할 수는 없다. 이민자 입장에서는 캐나다 사회 안착에 필요를 충분히 채워주지 않으면서 요구만 한다는 지적도 나올법하다.
예컨대 과거 70·80년대 이민자는 국비 생활비지원·영어교육·취업알선을 받았다. 현재는 아니다. 자력 생활·자비 영여교육에 취업알선은 프로그램 자체가 날로 축소 중이다.
특히 이민자의 경력·학력을 캐나다에서도 동등하게 인정받는 외국자격인증(FCR)제도는 이민자가 모국에서 펼쳤던 것과 같은 역량을 캐나다 사회에서 고스란히 펼치기 위해 반드시 정비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FCR 마련을 직능 단체에 맡기고, 일부 예산만 지원했을 뿐 실제 작동 여부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자격을 인정받지 못해, 활로가 없는 이민자는 자녀가 정착한 캐나다에 ‘제한없는 영주’자격을 유지하면서, 경제적 필요를 해소하기 위해 시민권 취득 후 캐나다를 떠나는 일도 많다.
이민자를 이 나라에 보탬이 될 꿈을 성취하러 온 사람들이라고 본다면, 정부는 그 사람의 능력과 자격을 인정해주는 일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정착 안내는 매우 불친절 하면서, 제대로 정착 못했다고 캐나다인감이 아니라는 건 너무 야박하지 않은가?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권민수 기자의 다른 기사
(더보기.)
|
|
캐나다의 특정 국가 난민사절
2015.09.03 (목)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56)
Refugee Claims Denied 2일 발견된 쿠르디(3)군의 주검과 사진은 캐나다에도 많은 여파를 일으키고 있다. 그의 가족이 캐나다로 오기 위해 고모를 통해 난민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난민심사가 엄격해진 시점은 2012년 12월부터다. 당시...
|
진짜 캐나다인과 가짜 캐나다인
2015.08.28 (금)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54)
My Precious, Canadian Citizenship 요즘 캐나다 정부는 ‘진짜’ 캐나다인을 요구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가 생각하는 ‘가짜’ 캐나다인은 국적만 취득하면 떠나는 이들이다. 기존의 이민자는 캐나다에 정착해 사회·문화를 키우는 데 일정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포터블 교실 문제
2015.08.27 (목)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53)
Portable classrooms아침에 외풍이 불면 춥다. 난방을 한다고 하지만 가건물 교실은 온기를 오래 보존하지 못한다. 아이들이 몇 번 들락날락하면 애써 쌓아놓은 온기는 금세 사라진다. 과거를 회상하는 글이 아니다. 올해도 BC주, 특히 트라이시티와 프레이저밸리...
|
시골서 밴쿠버 온 소녀가 1등을 하더니...
2015.08.25 (화)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52)
Kim Campbell’s Story 킴 켐벨(Campbell) 캐나다 19대 총리는 캐나다 정치사에 세 가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1993년 6월 말부터 그 해 11월 초까지 4개월 일주일의 최단기 총리라는 기록·최초의...
|
“박빙이면 보수가 이긴다? 근거는...”
2015.08.21 (금)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51)
Shy Tory Factor‘부끄럼타는 보수 현상(Shy Tory Factor)’은 영국에서 수입돼 캐나다에서도 쓰이는 정치용어다. 영국 유권자들이 보수당, 통칭 ‘토리(Tories)’를 지지하면서도 여론조사에서는 진의를 감춰 총선 사전 여론조사와 투표결과가 어긋나는 현상을 칭하는...
|
방학의 끝, 이제 수면 시간을 챙길 때
2015.08.20 (목)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50)
How much sleep do we need?북미는 이제 본격적인 개학 준비철(back-to-school)이다. 9월 첫 번째 월요일, 올해는 9월 7일 레이버데이(Labour day) 연휴가 끝나면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가게 된다. BC주 공립학교만해도 52만1038명의 초중고교생이 새 학년·새 학기 수업을 위해 9월 8일...
|
加진보와 보수 “안보·보안기관의 사찰권은 당연 ”
2015.08.18 (화)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49)
Civil Rights & Fear of Terrorism 캐나다 보수-진보 진영 간에도 날 선 대립을 보이는 주제는 안보 분야다. 이미 입법과정을 끝냈는데도 총선 토론회에서 여전히 거론되는 사항으로 반테러법 개정이 있다. 이 법을 두고 캐나다의 중도는 보수의 편에 섰다. 처음...
|
“못살겠다 갈아보자” 캐나다에서도 통할까?
2015.08.14 (금)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48)
Economic Downturn & Politics 한국정치사에서 유명한 구호 “못 살겠다 갈아보자”는 캐나다에서도 통할까? 이 구호는 1956년 민주당 신익희후보 진영이 자유당을 공격하기 위해 내세웠다. 신 후보는 유세 중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고, 이승만 대통령이 일명 사사오입...
|
캐나다 모든 주요당이 세부담 줄인다 공약
2015.08.13 (목)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47)
Taxes & User fees어느 나라건 정치에서 항상 거론되는 주제는 세금이다. 2015년 연방총선을 앞두고 집권 보수당(Conservative)은 2006년 보수당 집권 첫 해부터 행한 연방소비세(GST) 세율 인하를 여전히 자랑하고 있다. 13일 보수당에서 온 보도자료에서 정부의 업적 중...
|
연금은 몇 세부터 지급해야 하나?
2015.08.11 (화)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46)
Pensions & Solutions 2015년 총선에서 탁아 지원만큼 관심이 높은 부분은 연금이다. 집권 보수당(Conservative)은 연금에 대해 보수주의적 손질을 했다. 일정 연령대에 도달하면 캐나다 국민·영주권자에게 주는 노년연금(Old Age Security·약자 OAS)과 저소득층 노인에게 주는...
|
加보육지원 방식, 정당별로 어떻게 다른가
2015.08.06 (목)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45)
Childcare Ideas by Ideological roots캐나다 정당들의 색깔은 매우 분명해서, 정책도 닮은꼴이 거의 없다. 다른 나라, 주로 유럽·미국의 정당 중 진영이 맞는 진보·보수 정책을 수입해 쓸 지언정,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는 모습 자체가 이례적이다. 여느 민주주의 국가가 그렇...
|
캐나다달러 가치 어디까지 내릴까?
2015.07.31 (금)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43)
Falling loonie 한국·캐나다 언론은 환율 기사를 다룰 때 기준이 다르다. 한국은 미화 1달러의 원화환율이 기준이다. 따라서 한국발 기사에서 환율이 “올랐다"고 하면, 미화를 구하려면 더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 하는 상태, 즉 원화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한국...
|
정보를 총탄 삼아, 해커 그룹대 정부 대결
2015.07.28 (화)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41)
Anonymous vs RCMP 캐나다에서는 최근 안보·공안 기관대 해커 그룹의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헤커그룹 어나니머스(Anonymous)는 정부의 기밀 문서를 28일부터 언론에 전달하고 있다. 내셔널포스트지는 어나니머스가 제공한 정부 재무위원회...
|
캐나다에 펼쳐지는 보수대 사민주의의 대결
2015.07.24 (금)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40)
conservative party vs social-democratic party 이제 3개월 후면 캐나다 시민들은 연방총선에 투표하게 된다. 내각제에 따라 연방하원의원(MP)을 가장 많이 배출한 당대표는 총리가 돼 연방정부 내각을 구성하게 된다. 10월 총선의 가장 굵직한 관심사는 정권교체 여부다....
|
토피노와 가평기념비
2015.07.23 (목)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39)
Kap’Yong Memorial 밴쿠버아일랜드 토피노와 접한 퍼시픽림 국립공원(Pacific Rim National Park)에 가면 한국과 캐나다 사이의 오랜 인연을 확인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레이더힐에 있는...
|
동·서양에 따라 부모 마음이 다를까?
2015.07.21 (화)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38)
Different parenting styles & the same goal 캐나다인 부모 10명 중 8명(78%)은 ‘행복감(happiness)’ 을 자녀 양육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설문대상 16개국 중 행복감을 가장 중시하는 부모 비중은 10명 중 6명꼴(64%)이다. 캐나다인은 프랑스인(86%)에 이어 두 번째로 자녀의...
|
마른 잔디를 자랑하는 밴쿠버 사람들
2015.07.10 (금)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37)
Drought solutions 주말과 다음 주초 비로 해갈될 지 모르지만, 메트로밴쿠버의 가뭄은 생소한 일은 아니다. 매년 8월에는 여름 가뭄이 있다. 올해 가뭄은 너무 일찍 시작돼 문제다. 7월에 “8월 같은 모습(It looks like August out there)”이라는 표현이 자주 보인다. 이른...
|
“극단적인 종교인을 제재하자”
2015.07.09 (목)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36)
Countering extremism and fails 캐나다 연방상원의 안보·국방위원회가 ‘테러리즘과 과격화 대응에 관한 중간보고서’에 담은 권고안 일부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8일 공개된 총 25항 권고안 중 9항은 “연방정부는 주정부와 모슬렘 커뮤니티와 함께 캐나다...
|
큰소리친 일이 계획대로 안될 때 정치인들의 자세
2015.07.07 (화)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35)
Aftermath of the plebiscite 메트로밴쿠버 교통망 정비를 위한 주판매세(PST) 인상안이 지난 2일 공개된 주민투표 결과대로 수포가 됐다. 여론은 공공교통사업을 총괄하는 공사(公社) 트랜스링크의 방만한 운영을 투표로 응징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응징 대상의...
|
만취 상태에 적발되면... 각오하세요
2015.07.03 (금)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34)
Drinking driving BC주에서는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적발되면 상당한 손해를 각오해야 한다. 운전자의 혈중알코올 농도가 0.08 이상이면 운전 중인 차를 30일간 압수 당하고, 90일간 면허정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