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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응원 있으면 망해도 망한게 아냐”

권승준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3-01-22 14:20

[다시, 가족이다] 재기하는 이승록씨네
사업 실패와 재기 - 사업 망하자 지인들은 모른체
폐렴으로 응급실 실려가기도… "의지할수 있는건 오직 가족뿐"
의연한 아내 - "이번일 넘기면 잘될 거야… 
내 패물도 팔아 돈 보태자" 흔들리지 않고 용기 북돋아줘
美 유학 포기한 두 아들 - 큰아들, 특전사 수당 모으고
둘째 아들은 아르바이트해 아버지 병원비 마련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40석 규모의 작은 해장국집을 빌려서 운영하는 이승록(50)씨는 2년 전 후배에게 4500만원을 빌려서 겨우 가게를 차릴 수 있었다. 한때는 10억원대의 재산이 있었고, 강남의 아파트에 살면서 고급 외제차를 굴리고, 두 아들을 미국에 유학 보낼 정도였다. 하지만 2008년 살던 집까지 담보로 맡겨 30억원을 투자해 운영하던 회사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부도가 나면서 '쫄딱' 망했다. 당장 길거리에 나앉을 판이었다. 그래도 그는 가족에게 '사업이 망했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차, 명품시계, 골프채 등 돈이 될 만한 것은 모두 팔아가면서 버텼지만 한계가 왔다. 아들 학비가 모자랐다. 사업이 망한 지 1년이 넘은 후에야 부인 최은승(50)씨에게 말했다.

"여보, 친구와 하던 사업이 망해서 전 재산을 말아먹었어. 어떻게 하지?"

"벌써 알고 있었어. 괜찮아. 내 패물도 같이 팔자. 이번 일 넘기면 잘 될 거야."

 이승록(오른쪽)·최은승씨 부부가 지난달 21일 자신들이 운영하는 서울 신촌의 해장국집에서 중국에 유학 간 두 아들의 사진을 들고 웃고 있다. 두 아들은 중국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만나서 함께 식사를 하고 부모님에게 ‘건강하다는 증거’로 사진을 찍어서 보낸다. /채승우 기자
이씨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집 안 물건들이 없어지는데 아내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일 년 동안 나를 지켜봐 줬던 것"이라며 "나보다 훨씬 의연하게 대처한 아내가 없었다면 그대로 무너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사업은 다시 살아나지 못했다. 집을 담보로 받은 대출이자도 못 갚을 형편이었다. 2009년 7월 이씨는 미국의 명문 뉴욕대에 재학 중이던 큰아들 균헌(23)씨에게 전화를 걸어 "아버지가 너무 힘들어서 수업료를 낼 수 없으니 돌아와야겠다"고 말했다. 큰아들은 "어렵게 들어간 대학인데 어떻게 안 될까요?"라며 울먹거리기도 했다. 방법이 없었다. 귀국해 특전사에 입대했다. 역시 미국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둘째 정현(21)씨도 돌아왔다.

이씨는 "재기해 보려고 사방팔방 뛰어다녀봐도 암흑뿐이었다"면서 "내가 이전에 100만원씩, 300만원씩 넣어줬던 사람들이 내가 망했다는 소리를 듣고서는 전화도 안 받더라"고 말했다. 그가 의지할 수 있는 건 가족뿐이었다.

이씨가 2011년 6월 스트레스성 폐렴으로 3일을 앓다가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을 때도 곁에는 가족이 있었다. 막상 입원하고 보니 돈이 없었다. 부인 최씨가 울면서 두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큰아들 균헌씨가 50만원을 보냈다. 특전사 복무하면서 낙하산 훈련 때 나오는 생명수당이었다. 작은아들 정현씨는 영어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 80만원을 보탰다. 그 돈으로 병원비를 낼 수 있었다.

이씨는 퇴원한 후 한 후배에게서 4500만원을 빌려 서울 신촌에 식당을 차렸다. 인천광역시의 한 다세대 빌라 월세방에 살면서 신촌의 가게로 출퇴근했다. 오전 5시면 일어나 7시에 가게에 도착해서 부부는 장사 준비를 했다. 매일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일한 뒤 막차를 타고 귀가했다. 3시간만 잔 뒤 다시 출근한다. 이렇게 1년 반을 일해 후배에게 빌린 돈을 거의 다 갚았다. 이씨의 두 아들은 중국에서 유학 중이다. 학비는 물론 생활비까지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 이씨는 작년 말부터 아들들에게 "힘들 때일수록 서로를 자주 만나서 보듬어 줘야 된다"며 "일주일에 한 번씩 둘이 꼭 식사를 한 뒤에 둘이 만났다는 '인증 샷'을 보내라"고 시켰다. 매주 일요일이면 형제는 베이징의 한식당에서 만나 밥을 먹고 사진 찍어 보낸다.

이씨는 작년 7월부터 매달 둘째 주 월요일에 인근 독거노인들에게 공짜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신촌주민자치센터에서 소개를 받아 40여명의 독거노인들이 돌아가면서 이씨의 가게에 밥을 먹으러 온다. 올해는 월 2회로 늘릴 예정이다.

"한때 저도 망해서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죠. 돌이켜보니 가족이 있으면 망해도 망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우리 가족이 어려움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웃으면서 생활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도 국밥 한 그릇이라도 따뜻하게 먹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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