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항소법원 “헌장상 평등권 침해”
EI법 관련 조항 무효 판결
EI법 관련 조항 무효 판결
출산휴가를 전후해 직장을 잃은 여성에게 고용보험(EI) 혜택을 제한하는 것은 성차별에 해당한다는 연방항소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로 그동안 출산·육아휴직 기간 때문에 EI 수급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던 여성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3일 연방항소법원은 퀘벡 여성 6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출산휴가 전후 실직한 여성들의 EI 혜택을 제한하는 것은 캐나다 권리·자유 헌장(Charter of Rights and Freedoms) 제15조가 보장하는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판결했다.
헌장 제15조는 성별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법의 동등한 보호와 혜택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재판부는 특히 임신과 모성에 따른 차별은 성을 근거로 한 차별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사건은 2018년 처음 제기됐다. 해당 여성들은 직장을 잃은 시점이 출산휴가 직전이거나 휴가 중 또는 휴가 직후라는 이유로 EI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문제는 EI를 받기 위해 일정 기간 동안 보험가입 대상 근로시간(insurable hours)을 충족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출산·육아휴직 기간에는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한 근로시간을 채우기 어렵다. 일부 여성은 이미 최대 50주에 해당하는 EI 혜택을 모두 사용했다는 이유로 추가 혜택을 받지 못하기도 했다.
소송을 이끈 시벨 아타오굴 변호사는 EI를 받으려면 지난 1년간 일정 시간 이상 일해야 하지만, 출산휴가 중에는 그 시간을 쌓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현행법에는 교도소에 수감된 사람에게는 수급 요건 적용 기간을 연장해주는 규정이 있지만, 출산·육아휴직 여성에게는 이와 같은 제도가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출산·육아휴직 혜택과 EI를 연계해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는 현행 제도가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판단했다. 출산급여를 직접 받을 수 있는 것은 여성뿐이며, 육아급여 신청자 가운데서도 여성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여성들은 노동권익단체 ‘Mouvement Action Chômage’의 지원을 받아 처음 사회보장재판소에서 승소했다. 당시 재판소 역시 출산휴가 중 또는 직후 여성의 EI 혜택을 제한하는 것이 성별에 따른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고용보험위원회가 이에 불복하면서 판결이 뒤집혔고, 여성들은 2025년 11월 연방항소법원에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항소심에서 법원은 차별적인 내용이 포함된 EI법 조항을 무효로 판단했다. 다만 정부가 법을 개정할 시간을 주기 위해 무효 선언의 효력은 1년간 유예했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는 앞으로 12개월 안에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
소송을 맡은 아타오굴 변호사는 연방정부가 이번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가지 않고, 기본적인 평등권을 인정한 이번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희수 기자 ch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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