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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무게 1톤 호주의 명물 코끼리물범을 둘러싼 고민

이철민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6-07-16 11:04

최근 6주 동안 호주 태즈메이니아 주 남동부 해안인 세븐마일 비치에서 야생 남방코끼리물범 ‘닐(Neil)’은 주민과 관광객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명물이었다. 모래사장에 드러누운 닐을 보려고 교통은 늘 정체됐고, 20m 이내로 접근할 수 없게 24시간 경비 인력이 배치됐지만 매일 수천 명이 닐 주변으로 와 사진을 찍었다. TV 방송 차량도 몰렸다.

올해 만 다섯살인 닐의 몸무게는 2200파운드(약 1톤). 닐은 2020년 10월 태즈메이니아 주 주도(州都) 호바트의 남동부에 위치한 살렘 베이에서 태어났다. 이후 매년 세 차례, 6~8월ㆍ9~10월ㆍ12~1월에는 호바트 인근 여러 해안에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는 6월 중순에 세븐마일 비치에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지난 9일밤 다시 바다로 돌아가기까지, 닐은 소셜미디어를 달구는 인터넷 스타였다.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지역 보험 광고에도 등장했고, 지난 수년 간 ‘닐 더 실(Neal The Seal)’ 등 여러 주제가가 만들어질 정도로, 태즈메이니아 주의 상징이 됐다.

적잖은 소동도 일으켰다. 큰 덩치를 끌고 사람을 좇아 다녔고, 주차된 승합차와 SUV 차량에 몸을 부딪혀 흔들기도 했다. 도로를 가로막고 울타리를 부수고 표지판을 들이받고 교통 고깔을 납작하게 눌러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사람을 위협한 사례는 없었다.

그러나 닐이 해마다 태즈메이니아주의 남동부 해안을 찾는 데에는 ‘출생의 아픔’이 있다. 사실 이 지역의 남방코끼리물범은 대부분 호바트에서 남쪽으로 약 1500㎞ 떨어진 매쿼리섬에서 태어나 평생 그곳으로 돌아가 번식한다. 닐처럼 친구들은 하나도 없는 살렘 베이에서 태어나는 것 자체가 매우 드문 일이라고 한다.

시드니 해양과학연구소의 연구생태학자 클라이브 맥마흔은 “닐의 어미가 젊고 경험이 부족해 매쿼리섬으로 제때 돌아가지 못했고, 결국 출산이 임박해 태즈메이니아 주의 가까운 해변에서 새끼를 낳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끼리물범은 본능에 따라 해마다 털갈이와 사회적 교류, 짝짓기 등을 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간다. 결국 닐은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을 했을 뿐인데, 친구들이 한 마리도 없는 곳에서 비슷한 덩치의 차량과 어울리며 외롭게 귀향 생활을 한 것이다.

코끼리물범에게 특히 한해 중간쯤인 6~8월 육지 생활은 어린 수컷들이 서로 몸싸움을 하며 사회적 행동을 익히는 기간이다. 코끼리물범은 일부다처제이며, 힘이 가장 센 수컷은 많게는 100마리의 암컷과 번식한다. 따라서 어린 수컷에게 이 시기는 성체가 됐을 때 경쟁하는 법을 배우는 훈련기간이다. 그런데 닐은 비슷한 또래의 어린 수컷이 없는 호바트 시내와 세븐마일 비치 등에서 차량의 인도 진입을 막는 기둥(bollard)과 SUV, 교통 고깔 등과 씨름을 벌인 것이다.

닐에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언젠가 매쿼리섬의 집단 서식지를 찾아가 다른 코끼리물범들과 어울리며 번식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닐의 추적 자료에선 닐이 그렇게 멀리 남쪽까지 간 적도 없고, 친구들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고 한다.

닐은 불행하게도 평생 태즈메이니아 주의 남동부 해변에서 혼자 암컷을 찾아 도로와 해변을 돌아다닐 가능성이 더 크다.

더 큰 문제는 닐이 앞으로 길이 5m, 몸무게도 지금의 3배가 넘는 3.6톤에 달하는 성체로 자란다는 점이다. 소형 픽업 트럭 무게가 된 야생 해양 포식동물인 닐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이면 의도치 않은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사람을 크게 다치게 할 수 있다.

실제로 2022년 8월 노르웨이 정부는 수도 오슬로의 명물이었던 몸무게 600㎏에 달하는 바다코끼리(walrus) ‘프레야(Freya)’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고, 사람들이 너무 가까이 접근하고 물건을 던지는 일이 잦아지자 야간에 사살했다. 프레야도 작은 보트 위에 올라가 낮잠을 자고 햇볕을 쬐는 모습이 소셜미디어로 퍼져 큰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사람들이 너무 몰리자 스트레스를 받은 프레야가 사람들을 쫓아내는 등의 위협적인 행동을 보였고, 노르웨이 정부는 안락사 조치로 이후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태즈메이니아 주는 닐을 안락사시킬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주민 6만여 명이 닐을 죽이지 말고 출입 제한 구역을 만들어 서식지를 보호하자는 온라인 청원에 서명했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도시 시설은 3톤짜리 동물이 들이받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닐을 수용하려면, 지역 사회도 각종 인프라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태즈메이니아 주 천연자원부 야생동물보건 책임자인 크리스 칼리언은 사람들이 “닐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닐은 이런 인간의 관심과 고민을 분명히 모른 채, 지느러미 한 번 흔드는 작별 인사도 없이 지난 9일 다시 바다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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