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배우 클레어 브로슈. /IMDB
캐나다 배우 클레어 브로슈(Claire Brosseau‧48)가 조력 자살(안락사)을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29일 미 뉴욕타임스(NYT)는 브로슈가 수년간 심각한 정신 질환으로 고통받아 왔으며, 이 때문에 조력 자살을 희망했다고 전했다. 조력 자살은 의사가 처방한 약물을 환자가 투여하는 식으로 의사가 환자의 자살을 돕는 행위로, 의사가 환자에게 약물 투여 등의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적극적 안락사’와는 구별된다.
브로슈가 조울증을 진단받은 건 34년 전, 그가 불과 14세였을 때였다. 당시 그는 몬트리올의 우등생이었지만, 술과 마약, 문란한 성생활로 얼룩진 방탕한 생활을 하기도 했다. 결국 부모님은 딸을 정신과 의사에게 데려갔고, 조울증 진단을 받았다. 이를 시작으로 브로슈는 섭식 장애, 불안 장애, 인격 장애, 약물 남용 장애, 만성적인 자살 충동 등 수많은 정신 건강 문제로 고통받았다.
그는 최소 25가지 약물과 24가지의 다양한 상담, 미술, 행동 치료, 수십 차례의 전기충격 요법(ECT), 환각제 투여 등의 치료법을 받아봤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브로슈는 정신 질환으로 고통받으면서도 탄탄한 경력을 쌓아왔다. 그는 학교 연극에서 주연을 맡았고, 명문 연극 프로그램에 선발됐다. 고등학교 졸업 후 뉴욕의 연극 학교에 진학했고, 영화와 뮤지컬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그는 TV 시리즈 ‘11.22.63’, 영화 ‘해필리 에버 애프터’ 등 2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하며 활발히 활동해왔다. 유명 배우 제임스 프랭코, 다니엘 스턴과 함께한 프로젝트, 방송 출연, 코미디 클럽 계약 등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정신 질환 증세가 때때로 심각해졌고, 그럴 때마다 친구들은 브로슈를 집으로 돌려보내 도움을 받도록 했다.
브로슈는 20대 후반 유럽에서 촬영 중인 영화의 주요 배역을 맡기도 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돈도 많이 벌었고, 동료 배우들도 좋았다. 꿈에 그리던 역할이었다. 좋은 숙소도 있었고, 영화도 잘됐고, 촬영장도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매일 밤 호텔로 돌아가면 엉엉 울고 소리 지르고 옷을 찢어버렸다. 그냥 죽고 싶었고, 빨리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런데 다음 날 촬영장에 가면 괜찮아지고 너무 재밌었다”고 했다.
캐나다가 조력사망과 관련한 새로운 법을 제정하면서, 브로슈는 안도감을 느꼈다고 한다.
캐나다는 원래 ‘합리적으로 예측 가능한 자연사를 앞둔 사람들’에 한해서만 조력자살을 합법화했다. 하지만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 두 명이 “불치병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임박한 죽음에 이르지 않은 사람들을 조력자살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법 앞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2021년 새로운 법이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임종을 앞두지 않은 이들도 조력자살 대상이 될 수 있게 됐다.
단, 캐나다 정부는 ‘만성 질환이 신체가 아닌 정신 질환뿐인 경우’에 대해서는 예외를 뒀다. 정부는 이들의 자격 심사를 위한 특별 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2년간 대상 포함을 연기했다. 이 예외 조항은 2023년 3월 종료될 예정이었고, 브로슈는 이때 조력 자살을 신청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캐나다 정부는 이를 2027년까지 유예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브로슈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는 전직 종군 기자 존 스컬리와 함께 캐나다 정부를 상대로 안락사 권리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브로슈는 “불치병을 앓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언제 어떻게 죽을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며 “현행 조력 자살법은 차별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소송은 이미 뜨겁게 달아오른 조력 자살에 대한 논쟁에 불을 지폈다.
브로슈는 자신의 결정을 바꾸지 않을 계획이다. 그는 자신이 마지막 인사를 할 때 반려견 올리브와 언니, 부모님, 주치의 두 명이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작별 인사를 한 후, 다른 방에서 기다려 주면 좋겠다. 내가 떠나는 모습을 보는 건 마음 아플 것”이라며 “(고통은) 이미 너무 과했다. 이제 충분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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