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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인권 변호사’는 NO··· 평범한 이들 일상 지키는 게 나의 정의”

이옥진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5-08-15 15:48

[아무튼, 주말]
[이옥진 기자의 진심]
이윤택·안희정·고은·박원순·n번방···
피해자 곁에 선 변호사 서혜진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 자신의 권력을 남용한 것임과 동시에 소중한 꿈을 이루기 위해 그 권력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들의 처지를 악용한 것이며, 그 결과 피해자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수치심과 고통 및 좌절감을 안겨준 것이다. (중략) 피고인을 징역 6년에 처한다.”

2018년 9월 19일, ‘연극계 대부’ 연출가 이윤택의 1심 선고가 내려졌다. 자신이 이끌던 극단의 여성 단원들을 상습적으로 유린해 온 그는 국내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최초 실형 사례로 기록됐다. 변호사 서혜진(44)은 이날을 자신의 사명(使命)을 또렷하게 깨달은 순간으로 기억한다. ‘피해자를 위한 변호사’다.

그날 이후 안희정 전 충남지사, 고은 시인, 박원순 전 서울시장까지. 전국을 들썩이게 한 권력형 성범죄 사건 피해자 곁에는 늘 서혜진이 있었다. 그는 온라인 성착취로 삶이 무너진 ‘텔레그램 n번방’ 사건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됐고, 61년 전 성폭행을 피하려다 전과자가 돼 평생을 살아온 최말자씨의 재심에도 힘을 보탰다.

자칭타칭 ‘인권 변호사’는 흔해 빠졌지만, ‘피해자를 위한 변호사’는 찾기 어려운 시대. 서혜진은 이 드문 길을 선택했다. 고통과 절망에 빠진 피해자들을 매일 마주하는 그가 무채색 같은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11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그는 명랑하고 말 많은, 옆집 언니 같았다. 화도 많고, 웃음도 많은 사람.

“저는 의뢰인들의 인생 최악의 순간에 나타나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항상 가장 좋은 옷과 액세서리를 하고, 멋지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그들 옆에 있으려고 해요. 삶이 잿빛이 된 이들에게 그들이 잃어버린 색을 되찾아주는 게 제 일이니까요.”

2021년 3월 17일 서혜진 변호사(왼쪽에서 셋째)가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박원순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조선DB
2021년 3월 17일 서혜진 변호사(왼쪽에서 셋째)가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박원순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조선DB

◇피해자를 위한 변호사로 산다는 것

-피해자 변호사란 길을 택한 이유는 뭔가요.

“대단한 사명감이나 거창한 정의감에서 비롯된 건 아니에요.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데, 감동적인 계기나 드라마틱한 서사는 없어요. 그저 제 일이니까, 하루하루 버티듯 한 거죠. 대형 로펌도 서울대 출신도 아닌,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은 여자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더라고요. 2013년 개업 후 국선변호를 시작했는데, 이상하게도 피해자를 만나는 게 괜찮았어요.”

-어렵고 힘든 일 같은데요.

“전혀요. 피해자도 그저 평범한 사람들 중 하나예요. 성폭력 피해자 중엔 20~30대 여성이 많거든요. 제 또래거나 어린 친구들이어서, 대화하는 게 편했어요. 공감도 많이 되고. 피해자라고 다 같지 않아요. 각자 개성과 취향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을 듣는 게 잘 맞았어요.”

-얼마나 많은 피해자를 만났나요?

“많을 땐 1년에 300명 정도. 다 합하면 수천 명 될 것 같아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이토록 많은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이 늘 놀랍죠. 모두 법정까지 간 건 아니에요. 수사 시작조차 못 한 친구도 많죠.”

-가장 마음에 남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오랜 시간 일상적인 성폭력을 견뎌온 이들이에요. 설아(가명)는 10년 넘게 계부로부터 수없이 당했어요. 너무 오래, 너무 깊게, 너무 일상적으로 피해가 스며들어서, 자기가 당한 일을 떠올리는 것조차 힘들었죠. 저는 설아의 머릿속을 뒤져 끔찍한 기억들을 끄집어냈어요. 친족 성폭력 피해자 대부분이 비슷해요. 밥 먹듯 벌어지는 범죄를 어떻게 일일이 기억하겠어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묻어둔 기억을 꺼내야 하니, 너무 고통스럽죠.” 설아의 계부는 징역 11년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하지만 증거불충분으로 기소조차 되지 않는 케이스가 훨씬 많다. “수많은 설아가, 아마도 평생 제 마음에 머물겠죠.”

서혜진은 정치 특검이 연일 신문 1면을 장식하는 게 불만스럽다고 했다. 그보다 ‘범죄로부터 사람을 지키는 일’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2024년 한 해에만 112에 성폭력 3만1724건, 아동학대 2만9735건, 가정폭력 23만6647건이 신고됐다. 드러나지 않은 범죄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그는 속사포같이 말을 쏟아냈다.

“모든 관심이 특검에 쏠려 있잖아요. 온갖 범죄로 매일같이 사람이 죽는데도요. 특검을 포함해서 정치 권력과 관련된 일엔 엄청난 관심이 쏠리고 인력, 재원이 투입되죠. 이런 노력을 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에 쓰면 많은 게 해결될 거에요. 우리 사회가 방점을 찍어야 할 것은 정치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정의는 평범한 사람들이 하루를 온전하게 살아내고, 소소한 일상을 지켜내는 것입니다.”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의 편에 서다

“언니, 이윤택 피해자들 우리가 좀 만나 봐요.” 2018년 2월 이윤택에 대한 미투가 터졌을 때, 서혜진은 동료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피해자 20여 명과 동고동락하며 하루 4시간 수면으로 버틴 날들이 이어졌지만, 피곤하지 않았다.

2018년 2월 1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연극연출가 이윤택이 공개 사과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이윤택은 최종 징역 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지난 3월 출소했다. /조선DB

2018년 2월 1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연극연출가 이윤택이 공개 사과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이윤택은 최종 징역 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지난 3월 출소했다. /조선DB

-이윤택 사건 피해자들을 직접 찾아갔다고요.

“뉴스를 보는데 그냥 ‘피해자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윤택이 배역 하나에 매달리는 연극인들의 처지를 악용했다는 게 가장 화가 났죠.” 항소심에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은 이윤택은 지난 3월 출소했다.

-안희정, 고은, 박원순 등 이어진 미투 사건들도 함께했죠.

“피해자가 세상에 알리고 싶은 피해라면 그 일을 제대로 돕는 게 제 업이니까요. 권력형 성폭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피해가 심각해지고, 가해자 추종 세력에 의해 폭력이 용인돼요. 조직 내 해결은 불가능에 가깝죠. 안희정 사건에서 제가 맡은 역할은 피해자 김지은씨에 대한 2차 가해에 대한 대응이었어요.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피해자에게 가혹할 수 있구나’란 생각을 했죠. 정치 권력자들이 연루된 사건은, 사람들이 양심이 아닌 자신이 속한 진영 논리대로 사건을 바라본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일부 민주당 정치인들은 ‘피해 호소인’이란 말을 썼어요.

“굉장히 잘못된 말, 결코 있을 수 없는 말이죠. 그들이 해왔던 말과 표방한 가치 같은 게 다 가짜였나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본심이 드러난 것 아닐까요?”

서혜진은 권력형 성폭력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기본적으로 사람을 존중하지 않고 우습게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50대 이상 남성 기득권의 문제가 크죠. 자신보다 지위가 낮은 여성을 같은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고, 성적 대상으로 보니 이런 범죄가 생기는 거예요.”

-성폭력 가해자들이 죽음을 선택하는 경우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가해자의 죽음보다 완벽한 가해는 없다고 생각해요.”

-n번방 사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법정에서 본 조주빈 등 가해자들이 너무 평범하단 것? 솔직히 ‘찐따’스러웠어요. 찌질이들이죠. 피해자들에게는 굉장히 크고 무서운 사람이었단 게 안타까워요.”

지난달 검찰이 무죄 구형을 한 최말자씨 재심에 대해 묻자 서혜진은 환하게 웃었다. 1964년 밤길을 걷던 19세 최씨는 자신을 넘어뜨리고 강제로 키스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었는데, 중상해죄 유죄 선고를 받고 범죄자가 됐다. 형법 교과서의 정당방위 부분에 항상 등장하는 사건이다. 최씨는 2020년에야 재심을 청구했다. “지금도 틀렸지만, 그때도 틀렸다”는 말과 함께.

“대학 시절 교과서에서 본 이름 없는 피고인이 ‘최말자’란 이름으로 세상에 등장했어요. 과거에는 ‘키스 한번 하려다 혀가 잘린 남성의 억울하고 슬픈 사연’이 이 사건의 서사였죠. 하지만 그게 맞나요? 강간을 피하려다 일어난 사건이잖아요. 최말자 할머니 재심을 겪으면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사람의 힘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뒤쫓는 법이 아니라, 막는 법이어야 한다

그는 최근 피해자들과 함께한 시간을 기록한 책 ‘법정 밖의 이름들’을 펴냈다.

-책에서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에 대한 분노가 느껴지더군요.

“사람들이 성폭력 피해자는 굉장히 우울하고, 고통스럽고, 주눅이 들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해요. 회사도 그만둬야 될 것 같고. 이런 ‘틀’에 맞지 않은 행동을 하는 피해자에게 우리 사회는 굉장히 가혹하죠. 사회적 편견이 심각해요.”

서혜진은 성폭력 피해에 대한 요즘 젊은 여성의 감정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했다. “성폭력 피해가 곧 수치심이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아요. ‘가족 보기 부끄럽다’ 이런 말, 요즘 친구들은 절대 안 하거든요. ‘빡친다’고 하죠. 성범죄 당한 게 내 잘못인가요? 부끄럽거나 창피한 일이 아니에요. 수치심은 너무 오랫동안 강요된 감정이에요. 모든 법률에서 성적 수치심이라는 용어를 폐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어떤 것들을 바꿔야 한다고 보나요.

“친족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하고, 피해자의 형식적인 처벌불원서 제출이나 피고인의 반성문으로 감형하는 관행도 사라져야 합니다. 형사 절차 전반에서 피해자의 권리를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하고요.”

-법이 더디다고 생각하나요.

“굉장히요. 1997년에야 ‘정조에 관한 죄’가 ‘강간과 추행의 죄’로 바뀌고, 성범죄 사건의 친고죄는 2013년에야 폐지됐어요. 스토킹 범죄만 해도 영미권은 1990년대, 일본도 2000년에 법이 생겼죠. 우리나라는 2021년에 생겼는데, 지금 그 법이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게 명확합니다. 교제 폭력은 법도 없어요. 너무 많은 사람이 희생됐고, 희생되고 있잖아요. 법이 범죄를 뒤늦게 쫓는 게 아니라, 막는 힘이 되면 좋겠습니다.”

-수사 시스템도 바뀌어야 할까요.

“어떤 경찰을 만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일이 없으면 좋겠어요. 제 의뢰인 한 명은 남자친구한테 맞고 지구대에 들어가서 신고했는데, 경찰이 남자친구에게 전화해 ‘당신이 때렸다고 하는데 맞느냐’고 물었어요. 그러곤 제 의뢰인을 향해 이렇게 말했죠. ‘그런 일 없다는데요?’ 정말 황당하죠.”

서혜진 변호사가 2022년 tvN '알쓸범잡2'에 출연한 모습. 서 변호사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 출연했다"고 했다. /tvN 캡처
서혜진 변호사가 2022년 tvN '알쓸범잡2'에 출연한 모습. 서 변호사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 출연했다"고 했다. /tvN 캡처

서혜진은 30여년 전 지방광역시의 고위 공무원인 최신영(가명)씨가 겪은 일도 들려줬다. “같은 시험 보고 공무원 됐는데, 사무실에선 그녀를 ‘최양’이라 불렀어요. 결혼을 하자 ‘최여사’가 됐어요. 출근하면 제일 먼저 남자 상사에게 커피를 타서 대령하는 게 일이었어요. 아이를 낳고 모유 수유 중이었는데, 한 남성 동료가 전화를 받더니 ‘최여사 젖 나왔어요!’라고 크게 외쳤대요. ‘전화 왔어요’란 말을 의도적으로 그렇게 발음한 거죠.”

-끔찍하네요.

“진짜 미쳤죠? 제가 이 얘길 60대 선배들에게 하니까, 그분들이 ‘어, 그거 있었어’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놀라웠어요. 수십 년이 지나서야 그분들이 당한 일에 이름이 붙었잖아요.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수많은 최양, 최여사가 버텼으니까 법이 바뀌고 사회가 바뀐 거라고 생각해요.”

-여성 직업인으로서 직접 겪은 일도 있으신가요.

“연수원 때부터 시작됐죠. 남성 중심적 법조 문화에 익숙해지는 2년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거기에 따라가지 못하면 굉장히 별난, 이상한 주변인으로 전락하는 거죠. 예전에는 룸살롱에서 회식하는 회사도 많았어요, 비밀이 보장된다면서. 한국 사회의 여성 직업인은 크고 작은 성희롱은 한 번쯤 다 경험한다고 봐야 돼요.”

◇어떤 것도 당신을 파괴할 만큼의 가치는 없다

-피해자 변호사는 돈과는 거리가 멀 것 같습니다.

“피의자나 피고인을 대리하는 것처럼 돈을 많이 벌 순 없어요. 그렇다고 ‘어떡해, 돈을 너무 못 벌었어’ 같은 생각은 한 적은 없어요. 사실 경제적 가치로만 보면 지속 가능성이 낮은 분야는 맞아요. 저는 자문 같은 일로 부족분을 메우고 있어요. 피해자 변호로도 충분한 수익과 인정을 받을 수 있다면, 이 길을 택하는 변호사들이 훨씬 많아지겠죠.”

서혜진은 피해자를 변호하는 일을 그만둘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서혜진이라는 변호사를 만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게 범죄 피해자들이에요. 그래서 저는 피해자들에게 빚진 게 많아요. 제 일을 열심히 하는 게 그 빚을 갚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서혜진 변호사의 별명은 ‘동번서번’이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바쁘게 다닌다는 뜻.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인 그에게 아이들이 바쁜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지는 않느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적응해서 괜찮아요, 하하. 엄마가 어떤 일을 해왔는지 알면, 아이들도 느끼는 바가 있지 않을까요?”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서혜진 변호사의 별명은 ‘동번서번’이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바쁘게 다닌다는 뜻.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인 그에게 아이들이 바쁜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지는 않느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적응해서 괜찮아요, 하하. 엄마가 어떤 일을 해왔는지 알면, 아이들도 느끼는 바가 있지 않을까요?”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인권 변호사’란 말을 싫어한다고요?

“자꾸 저더러 인권 변호사라기에, 방송에 출연할 때 그 단어를 절대 쓰지 말아 달라고 요청할 정도였어요. 훌륭한 인권 변호사들 있었죠, 과거에. 요즘은 그 말이 홍보 수단이 된 것 같아요. 만나보면 반(反)인권적인 경우가 얼마나 많은데요. 저는 빛바랜 ‘인권 변호사’라는 이미지 속에 갇히고 싶지 않아요. 다 떨어진 구두 신고, 허름한 차림으로 다니는 거 진짜 싫거든요. 저는 의뢰인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요. 범죄 피해 입어서 짜증나고 힘든데, 옆에 있는 변호사가 초라한 행색이면 그게 좋을까요? 굳이 타이틀이 필요하다면, 저는 ‘생활밀착형 변호사’란 말이 좋아요.”

-인권 변호사 타이틀로 국회의원이 되는 분들도 있는데요.

“본인이 제일 잘 알지 않을까요? 타이틀에 걸맞은 삶을 지금도 살고 있는지.”

-피해자 변호사를 하면서 가장 기분 좋을 때는 언젠가요.

“한참 지나서 ‘나 잘살고 있다’고 할 때. 그런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웅장해져요. 9년 전쯤 교제 폭력 피해자로 만난 친구가 있는데, 지난달 한 영화제에서 우연히 만났어요.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아 굉장히 힘들어했던 친구예요. 그때 제가 그 친구한테 ‘이거 아무것도 아니다’ ‘네 인생에서 티끌도 아닌 일이다’ ‘여기에 집착하지 말고 잘 살라’고 그랬다고, 그 말들이 위로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화가 많다고 하셨죠. 눈물도 많은 편인가요.

“안 울려고 엄청 노력해요. 피해자들에겐 제가 ‘믿을 구석’일 텐데, 제가 울면 어떻겠어요. 근데 진짜 눈물 나는 순간보다 화나는 순간이 더 많아요. 욕은 굉장히 많이 하죠, 하하.”

-피해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너는 혼자가 아니야. 도움을 청하면 누군가는 반드시 손을 내어주게 돼 있어. 그리고 피해자들이 자신을 내던지고, 그로 인해 불이익을 당할 각오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요. 어떤 것도 나를 파괴할 만큼의 가치는 없으니까요.”

-꿈은 무엇인가요.

“접근성 좋은 곳에 민간 범죄피해자지원센터 같은 걸 열고 싶어요. 피해자들이 오면 법률 상담뿐 아니라 의료·심리 상담, 각종 지원을 한 자리에서 받을 수 있는. 제 로망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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