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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좋은 1위도시 몰락’···밴쿠버 안전 신화 붕괴

유진우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5-04-28 07:07


캐나다 밴쿠버에서 26일 필리핀계 축제 중 차량이 인파를 덮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11명이 사망하고, 20명 이상이 다친 큰 사고다. CBC 등 캐나다 주요 매체는 이번 사고가 한때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던 밴쿠버의 불안한 변화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밴쿠버 경찰(VPD)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경 프레이저 스트리트에서 열린 ‘라푸라푸 데이’ 축제장에 SUV가 돌진해 최소 11명이 숨지고 24명이 부상했다. 경찰은 30세 밴쿠버 남성을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이어 “테러 단서는 없다”고 밝혔다.

밴쿠버는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평가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다. 특히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주거환경 평가에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7년 연속 단독 1위를 차지했다. EIU는 해마다 범죄 발생률과 테러 위협 등을 고려한 안정성과 문화와 환경, 의료 서비스, 사회간접자본, 교육 등 5개 분야를 평가해 살기 좋은 도시 순위를 매긴다. EIU는 밴쿠버가 2010년 7년 연속 1위를 차지하자 ‘완벽에 가까운 도시’라고 평했다.

밴쿠버는 미국 금융 컨설팅 기업 머서(Mercer)가 평가하는 삶의 질 평가에서도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북미 1위, 세계 5위권 내 순위를 지켰다. 머서는 매년 39개 기준에 맞춰 221개 주요 도시를 비교한다.

그러나 안전 도시 밴쿠버 이미지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기점으로 2020년대 이후 급격히 퇴색했다. CBC는 밴쿠버 경찰청 자료를 인용해 따르면 구역 내 폭력범죄 발생 건수가 팬데믹이 시작한 2019년 5820건에서 2023년 6256건으로 7.5%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수 강력범죄에 해당하는 무작위 폭행이 4년간 16% 늘었다. 또 정신질환·약물 의존과 연루해 벌어지는 강력범죄가 전체 폭력범죄 가운데 절반을 넘겼다.

알자지라는 “테러 사건이 아님에도 이번 교통사고가 캐나다 전역을 넘어 세계적인 관심을 끄는 이유는 밴쿠버가 유지했던 전통적인 ‘안전 도시’ 이미지와 큰 괴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밴쿠버는 2018년 이후 EIU 순위에서 한번도 3위 안에 들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2023년 6위에 두 계단 더 밀린 8위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밴쿠버 범죄율 증가 곡선이 2010년 이후 밴쿠버 주택 가격 폭등 그래프와 맞물린다고 분석했다. 밴쿠버 평균 주택 가격은 2010년 약 75만 달러에서 2023년 120만 달러로 뛰었다. 13년 사이 약 60%가 상승해, 같은 기간 임금 상승률(25%)을 크게 웃돌았다.


주거비 상승은 노숙자 증가를 불렀다. 밴쿠버 노숙자 수는 2010년 1500명에서 2023년 2600명으로 73% 불어났다. 시내와 가까운 이스트사이드 지역에는 노숙자 텐트촌이 확산됐다. 

노숙자를 중심으로 한 저소득층과 불법 이민자들은 2016년부터는 BC주에 유행한 펜타닐 중심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위기에 그대로 노출됐다. BC주 보건당국에 따르면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는 2012년 270명에서 2021년 2224명으로 8배 이상 급증했다. 약물 문제는 치안 불안과 교통사고 증가로 이어졌다. BC주에 따르면 펜타닐 확산 이후 2023년 약물·운전 복합 사고가 2017년 대비 34% 늘었다.

로이터는 “밴쿠버 전체 범죄를 기반으로 산출한 범죄심각성 지수가 2015년 이후 15% 증가했다”며 “약물 관련 사망 사고가 늘면서 밴쿠버 내 안전과 치안 관련 프로그램이 역풍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신속한 제도 보완과 적절한 마약·정신건강 대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밴쿠버가 자랑하던 ‘안전 도시’ 간판은 앞으로 더 흔들릴 전망이다.

캐나다 통계청은 “2023년 한해 약물과 정신질환 관련 신고가 캐나다 전역에서 7% 증가한 가운데, 밴쿠버는 대도시 중 증가율 1위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치료받지 못한 정신질환자들이 거리로 나오면서 공공안전 위협이 증가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밴쿠버를 주거와 사회 안전망 붕괴가 도시 안전, 삶의 질 하락으로 이어진 전형적 사례라고 진단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밴쿠버는 여전히 북미 기준으로는 안전한 도시지만,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는 브랜드가 무색할 정도로 체감 안전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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