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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완저 "12 12 구데타와 나"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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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5-01-01 00:00

<독자투고>

장태완저 "12 12 구데타와 나"를 읽고

아! 자랑스러운 군인, 나는 몇번을 울었다

반 병 섭 (시인·목사·서부캐나다재향군인회고문)

미국 수도 워싱톤에서 목회할 때(1989-1992) 나는 미재향군인회 모임에 초청을 받았던 일이 있다. 미국인 노(老)목사의 축사가 매우 감명적이었다.
"미군(美軍)은 불명예스러운 역사를 갖지 않았다. 정의, 평화, 자유를 위해 싸우고 생명을 바쳤다"라고.
나에게도 어떤 기회가 있어 한국군을 말하게 된다면 그런 칭찬을 할 수 있을까?
그러던 지난 97년 이곳 밴쿠버에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캐나다 서부지회가 창설되던 날, 본국에서 장태완회장께서 참석하셨다. 초대 지회장으로 선임된 이유성장로는 나에게 회원을 대표해 조그만한 선물을 증정하게 하면서 짤막한 말 한마디를 부탁했다. 선물은 밴쿠버의 상징인 옥돌에 조각된 돌고래였다.
"우리는 진심으로 장장군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지금 드리는 이 선물은 작은 조각품이지만 참으로 크고 빛나는 영원한 선물을 드리려고 합니다. 장장군은 한국의 자랑스러운 군인입니다"라고. 우리는 기립하여 한참 뜨거운 박수를 보냈었다.
한국군도 창군이래 빛나는 업적이 적지 않았었다. 그러나 두번의 군사 구데타와 장기적인 군사정권으로 인한 그 오명(汚名) 역시 적지않다. 그러나 이런 불명예스러운 한국군의 역사속에서도 빛나는 별들이 있다. 그중의 한분이 장태완장군이다. 아니 장장군은 별중의 별이다.
나는 미국 수도의 어느 노목사와 같이 모국군(母國軍)의 역사를 자부할 수는 없지만 장군 한분을 이렇게 칭찬할 수 있었던 일을 잊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6일 다시 장장군을
작년 9월부터 모교인 한신대(韓神大)의 초청으로 한학기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니 나는 고문의 자격으로 장태완회장과의 회식에 초대되어 "자랑스러운 군인"과 다시 마주 앉게 되었다. 늙으면 소언다청(小言多聽)이라 했던가. 나는 이날따라 말을 적게 하고 듣기를 많이 했다. 그리고 돌아오면서 그래도 몇 마디는 했었을걸,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어느 회원이 12 12 구데타를 회상시켰다.
장회장은 "용서하고 화해(和解)해야지요"
그때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나는 1987년 중국에 갔다가 "하늘엔 천당 땅에는 항주"라고 중국인들이 그 아름다움을 자부하는 항주를 구경한 일이 있다. 그곳에 악왕묘(岳王廟)라는 명소가 있는데 악비라는 장군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악비(岳飛)는 남송(南宋)의 명장으로 금(金)의 침공을 막고 있는 나라의 기둥이었다. 그러나 그때의 남송의 정권을 한손에 잡고 있던 재상 진휘의 음모로 악비는 일선에서 소환되고 드디어는 옥사시킨다. 그때 악비의 나이 38세, 재상 진휘는 19년간의 권좌와 65세의 장수를 누린다.
악비가 없는 남송은 드디어 금에게 굴욕적인 항복을 당하고 왕과 백성들은 말로 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다. 남송의 패망이 1126년이니 874년 전의 일이다. 역사는 흘러도 사실(史實)은 영원이 남는다. 역사는 악비의 무덤을 왕능 같이 만들고 그 무덤 앞에 두 늙은이의 상(像)을 세웠는데 그것이 진휘 내외다. 허리를 구부리고 두손을 모으고 무엇인가를 빌고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지금도 그 앞을 지나가면서 역사의 죄인을 격멸하는 눈총을 쏘고 있다.
"정치적인 죄인, 살인자는 용서 받는 일이 없다."
나는 1997년 광주의거원년(光州元年)이라는 행사에 초청받는 영광이 있어 망월동에서 "그대들 나를 용서 하겠는가"라는 시를 낭독한 일이있다. 원년(元年)이라 함은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비로서 '의거'라는 명예를 회복한 해(年)이기 때문이다. 오후에는 기독교연합회 주최의 추모예배에서 설교를 했었다. 그때 나는 이 악비의 교훈을 상기 하면서 "살인자는 역사에서 죽고 또 죽고, 정치적인 범죄자는 역사에서 죽고 또 죽고"를 반복 노호(努號)했었다.
"역사는 정직하고 그 심판을 냉혹하다"는 것도.
이 교훈을 그날 저녁 장태완장군에게 들려주었어야 했다. 나는 그 말을 못하고 작별 한것을 아쉬워 하고 있다. 더욱 그의 저서 '12 12 구데타와 나'를 읽으면서...

그의 저서"12 12 구데타와 나"를 읽고
나는 그날 밤 그의 저서 '12 12 구데타와 나'를 선물 받았다. 우리는 그때의 일들을 여러 경로를 통해 대충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 책을 읽기 시작했다. 머리말을 읽다가 나는 울었다. 반란군을 진압 하려는 결단, 좌절되는 투혼, 잡혀가는 비분, 투옥당하는 용장, 군복을 벗는 비운, 그야말로 육필, 혈필(血筆)의 기록을 읽으며 나는 통분했다.
나는 '남자의 눈물' '지도자는 함부로 눈물을 보여서는 아니된다' '목사는 설교에서 눈물을 흘려서는 아니된다' 그런 생각을 늘 했다. 그러나 나는 울었다.
장장군이 죽지 못해 살고 있는 그 칠흑같은 인생길에서 아들의 비보를 접하고 아버지가 사망한다. 서울대에 재학중이던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이 또한 자살을 한다.
실종된지 한달만에 꽁꽁 얼어 죽은 아들을 안고 돌아오는 차속에서 눈과 입을 빨아 녹이며 그속에서 나오는 얼음덩이를 목구멍에 삼킨다. 나는 지금 이렇게 타자 하면서도 눈물 때문에 몇번은 손을 멈추었었다.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사는 장태완' 나는 장태완을 사랑한다.
나도 육군종합학교를 졸업한 해병3기간부후보생(해간3기)이다. 나는 정훈관, 군목(軍牧)을 복무하다가 제대했지만, 그때의 소위 임관 그것은 일선의 총알받이인 소대장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장소위는 소장(小將)까지 진급되고 수경(수도경비)사령관이 된다. 그 요직에 부임된지 24일만에 12 12를 맞는다. '반란군 집합' 그것은 참다운 군인정신이었다. 진정한 사람의 올바른 판단이었다. 사명에 철저한 지휘관이었다.
그런 군인이 한국군에 있었다.
그가 '장태완'이다.
그가 지금은 한국재향군인회를 가장 훌륭하게 이끌고 있는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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