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젠 '비관세 장벽'도 따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서명한 대통령 각서 ‘상호 무역 및 관세’는 교역 대상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와 같은 수준으로, 미국의 수입 관세를 끌어올린다는 것이 골자다. 각서는 그러나 관세뿐 아니라 부가가치세, 정부 조달, 수출 보조금, 환율 정책, (미국 기업의 시장 진출을 제한하는) 불공정 관행 같은 비관세·비금전적 장벽까지 ‘불공정한 무역 정책’이라고 나열했다. 그러면서 “수년 동안 미국은 우방과 적을 막론하고 무역 상대국으로부터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다. 우리 근로자와 산업은 불공정 관행과 해외 시장 접근 제한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적시했다. ‘대통령 각서’는 ‘행정명령’과 비슷하게 의회 승인 없이 대통령의 직권으로 시행이 가능한 정책 수단이다.
트럼프의 이번 결정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무역 장벽을 낮추는 데 중점을 뒀던 ‘자유무역의 수호자’ 미국의 무역 정책이 자국 기업과 노동자를 중시하는 ‘미국 우선주의’로 극적인 전환을 이룬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는 “(미국에 대한 교역 대상국의) 45~50년간 학대가 마침내 끝날 때가 온 것 같다”며 “우리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 평평한 운동장을 원한다”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 상무부는 4월 1일까지 국가별 통상 정책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뒤 즉각 상호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미국의 무역 적자 규모가 큰 나라부터 들여다볼 방침이라고 밝히며 트럼프는 “각 나라가 (지금 미국산에 부과하는) 관세를 내리고 싶다면 관세를 내리겠다는 의향을 표시하라”고 말했다. 4월 전에 미국이 받아들일 만한 조건을 제시한다면 협상의 ‘문’이 열려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즉시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건 협상을 시작하자는 ‘공개 입찰’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이 배석한 가운데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 회견을 하고 “미국의 정책은 지속적인 무역 적자를 줄이고 무역 파트너와의 무역에서 발생하는 불공정하고 불균형한 측면을 해소하는 것”이라며 “무역 문제에서 미국에 대해 동맹국이 적국보다 더 나쁜 경우가 잦았다”고 했다. 이어 “면제나 예외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 “(상호 관세가) 잘되고 미국은 매우, 매우 강력한 경제 강국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아울러 EU가 재화·서비스에 부과하고 있는, 평균 세율 22%인 부가가치세를 “상호 관세를 시행하게 된 주요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부가세는 유럽의 여러 나라 및 한국 등이 자국산 및 수입품에 대해 두루 부과하고 있지만 미국에선 부과되지 않는 세금이다. 미국은 대신 주(州)별로 징수하는 소비세가 있어 소비자 입장에선 어차피 세금을 낸다. 하지만 소비세는 부과세와 달리 절차상 수입 시점엔 부과되지 않고 미국의 소비세율 또한 평균 8% 정도로 유럽이나 한국(10%)보다는 낮아 차별적이라는 것이 미 백악관의 주장이다.
트럼프는 “부가세는 사실 관세보다 훨씬 더 징벌적”이라며 “본질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부가세는 관세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나바로 고문도 “EU의 부가세는 미국 기업에 대한 불공정 무역의 대표 사례이자 오늘날의 무역 불균형을 낳은 전형(poster child)”이라며 “트럼프는 이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을 것이고, (상호 관세가) 미국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신속하게 종식시키게 하겠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하지만 “세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부가세가 수출국에 차별적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부가세를 이유로 관세를 올린다면 무역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
관세를 올려 미 경제를 부흥시키겠다는 트럼프의 주장과 달리 많은 경제 전문가는 무역 규제 강화가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상호 관세 조치는 자유무역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미국인들의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관세는 수입국 법인·개인이 내는 것이어서 미국의 관세가 올라가면 미 국민의 세금 부담이 늘고 물가가 올라갈 위험도 커진다.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관세가 미국을 파멸의 길로 이끌었다”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관세 인상은 우방을 포함한 교역 대상국의 보복을 불러일으키고 투자를 위축시켜 미국의 경제를 오히려 해칠 것”이라고 전했다.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
무역 상대국이 자국의 수출품에 대해 부과하는 관세의 수준에 맞춰 매기는 관세. 원래는 보호무역의 부작용이 커지자 상대국에 맞춰 관세를 낮추자는 취지로 1930년대에 미국에서 등장한 통상 수단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를 반대로 활용해 관세 인상의 수단으로 쓰겠다면서 관세뿐 아니라 수출 보조금, 환율 정책, 부가세 등도 관세 책정의 고려 사항으로 취급하겠다고 하고 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워싱턴=김은중 특파원의 다른 기사
(더보기.)
|
|
[영상] 밴쿠버서 행인 여성에 ‘팔꿈치 공격’ 장면 포착
2026.06.30 (화)
용의자, 과거 4건 이상 연쇄 폭행 연루
밴쿠버 커머셜 드라이브(Commercial Drive) 지역에서 한 여성을 팔꿈치로 가격하는 장면이 영상에 포착된 가운데, 해당 남성이 과거 밴쿠버에서 발생한 최소 4건의 무작위 폭행 사건과도 연관된...
|
|
시민권 받았는데 다시 심사?··· ‘혈통 시민권’ 재검토
2026.06.30 (화)
‘잃어버린 캐나다인’ 시민권 67건 발급 보류
이민 당국 “증빙 부족 가능성··· 기준 불명확”
캐나다 이민 당국이 해외 출생자의 혈통 기반 시민권 제도, 이른바 ‘잃어버린 캐나다인(lost Canadians)’ 제도를 통해 발급된 시민권 67건에 대해 효력을 일시 정지하고 재검토에 나섰다....
|
|
보온병 브랜드 써모스 “뚜껑 튀어 올라 부상 위험”
2026.06.30 (화)
120만 개 리콜··· 부상 사례 3건
보온용품 제조업체 써모스(Thermos)가 120만 개가 넘는 제품에 대해 리콜을 실시한다. 일부 제품에서 사용 중 압력으로 인해 뚜껑이 튀어 오르며 부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데...
|
|
북미 3국 협상 ‘연장 vs 재협상’ 갈림길
2026.06.30 (화)
7월 1일 CUSMA 3국 공식 점검 회의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캐나다와 미국, 멕시코가 7월 1일을 기점으로 북미 자유무역 질서를 좌우할 핵심 통상협정인 CUSMA의 향방을 놓고 본격적인 논의에...
|
|
임대료 하락세?··· 임차인은 여전히 부담
2026.06.30 (화)
응답자 약 70%, 임대료 가장 큰 장애물
40%는 저렴한 곳으로 이사 예정
캐나다의 임차인들은 지난 2년간의 임대료 하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임대료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렌털 전문 플랫폼 ‘Rentals.ca’는 캐나다 주요 시장의 임차인 1194명을...
|
|
美대법원, ‘출생 시민권 금지’ 트럼프 이민정책에 제동
2026.06.30 (화)
상호 관세 위법 판단 이은 정치적 타격
보수 성향 대법관 3人, 다수 의견 동참 트럼프 “나라에 큰 불행, 입법으로 만회”
▲/The White House미국 연방대법원은 30일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자동으로 미국 시민권을 부여하는 이른바 ‘출생 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을 금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
|
써리에 1만 석 규모 경기장 들어선다
2026.06.30 (화)
밴쿠버 자이언츠 새 홈구장으로
▲써리시가 공개한 밴쿠버 자이언츠 새 홈구장의 렌더링 이미지. / City of Surrey 써리시(City of Surrey)에 1만 석 규모의 대형 경기장이 들어선다. 이 경기장은 서부하키리그(WHL) 소속...
|
|
위고비 복제약 나온다··· 캐나다 첫 제네릭 승인
2026.06.30 (화)
캐나다 제약사 아포텍스 개발
12세 이상 체중 관리용 주사제
▲/Getty Images Bank캐나다에서 체중 감량 치료에 사용되는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성분의 첫 제네릭 주사제가 승인됐다.캐나다 보건부는 29일 캐나다 제약사인 아포텍스(Apotex)가 개발한...
|
|
加 경제 깜짝 성장…경기 침체 속 반등 신호?
2026.06.30 (화)
4月 GDP 0.5% 증가, 예상치 웃돌아
석유·가스 생산량 급증이 주요 원인
캐나다 경제가 올해 첫 3개월간의 소폭 위축에서 벗어나 2분기 초에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캐나다 통계청(SC)은 30일 4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7월...
|
|
캐나다 민족주의당 대표, 온라인 혐오 발언 혐의로 기소
2026.06.29 (월)
유대인 추방 내용 게시해··· 경찰 사칭하기도
▲ /CNP캐나다 민족주의당(CNP) 창립자 출신인 트래비스 패트론이 온라인에 반유대주의적 내용을 게시해 고의적인 증오 조장 혐의로 기소되었다.캐나다 왕립 경찰(RCMP)은 지난해 공개 온라인...
|
|
BC 간호사노조, 72시간 파업 예고
2026.06.29 (월)
협상 진전 없을 경우 목요일부터 파업 가능
▲/BC Nurses' UnionBC 간호사노조(BCNU)가 72시간 파업 예고 통보를 발령했다. 이로 인해 의료 현장과 보건 시스템 전반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이번 조치는 BC 간호사노조가 주도하는 간호사...
|
|
연방 정부, 주택 개조 프로그램으로 저소득층 돕는다
2026.06.29 (월)
주택 소유주·세입자 모두 지원··· 최대 1700불 절약 가능해
연방 정부가 저소득층 주택 소유자와 세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친환경 주택 개조 프로그램(CGHAP)을 약 2년 만에 확대 재개한다.정부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세계적인 불확실성과 변동적인...
|
|
늘어난 지자체 지출, 커지는 세금 부담
2026.06.29 (월)
BC 지자체 지출 14년 새 94% 급증
재산세는 110% 증가··· 전국 평균 넘어
BC주 지방자치단체의 운영 지출이 지난 14년간 인구 증가와 물가 상승 속도를 크게 앞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재산세 부담도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준까지 높아졌다는...
|
|
AI 데이터 센터 건설, 수백 명 반대 시위 참여해
2026.06.29 (월)
물·전기 부족 악화할 것
반대 청원서에는 1만5000명 이상 서명해
▲ /YouTube 영상 캡처수백 명의 시위대가 지난 27일 밴쿠버 미술관 근처에 모여 BC주에서 추진 중인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 설립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는 지난 5월 말 이후 두 번째...
|
|
식품 경고 라벨, 소비자 혼란만 가중한다고?
2026.06.29 (월)
잘못된 선입견 줄 수 있어
영양 성분 표 확인이 우선
▲ /Canada Health캐나다 보건부(HC)는 지난 1월 1일부터 식료품점에서 판매되는 수백 가지 제품에 강력한 식품 경고 문구를 부착하고 있다. 라벨은 흑백으로 되어 있으며, 일반적으로 포장지의...
|
|
“美 보이콧은 잠시”··· 월드컵에 흔들리는 캐나다인들
2026.06.29 (월)
▲28일 캐나다 팬들이 월드컵 32강 남아프리카공화국전 중 터진 스티븐 유스타키우의 골에 환호하고 있다./Canada Soccer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과 ‘51번째 주’ 발언 이후...
|
|
“날 키워준 캐나다에 보답” 32강전 주인공 ‘유스타키오’는 누구
2026.06.29 (월)
후반전 45분이 지나 경기장 시계는 멈췄고, 전광판은 여전히 0-0이었다. 29일 미국...
|
|
한국·일본·브라질·스페인··· 세계 전통예술 무대 펼쳐져
2026.06.29 (월)
▲한국전통예술원 단원들의 길놀이 판굿 공연밴쿠버 한국전통예술원(원장 한창현)은 지난 27일 노스밴쿠버 캐필라노대학교 내 블루쇼어 파이낸셜 공연예술센터(BlueShore Financial Centre for the...
|
|
“불과 몇 달 전 정상이었는데”··· 건강검진 결과만 100% 믿어선 안 되는 이유
2026.06.29 (월)
건강검진에서 정상 판정을 받으면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검진 결과만 믿고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를 지나쳤다가 뒤늦게 질환을 발견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
|
‘39세’ 리오넬 메시, 강철 체력 비결로 꼽히는 음식의 정체
2026.06.29 (월)
아르헨티나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는 39세의 나이에도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새로운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기네스 세계기록에 따르면, 메시는 지난 23일 오스트리아전에서 최다 골,...
|
|
|











워싱턴=김은중 특파원의 다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