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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넘어져도 일어나… 박승희, 쇼트트랙 500m 동메달

김효인 기자 hyoink@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2-13 09:16

경기장에 나선 박승희(21)는 담담했다. 준결승에서 조 1위로 진출해 가장 안쪽 레인을 배정받은 박승희는 이름이 호명되자 질끈 묶은 머리에 핼멧을 눌러쓰며 조용히 표정을 숨겼다. 4년간의 노력을 뽐낼 레이스를 앞둔 순간이었다.
 
박승희는 13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팰리스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경기에서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 앨리스 크리스티(영국) 리지안루(중국)와 함께 결승에 올랐다.
 
박승희는 긴장한 듯 첫번째 총성 직전에 발을 내딛는 부정출발을 했다.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온 박승희는 숨을 고르며 스케이트 날을 출발선에 고정시켰다.
 
두번째 총성이 울리자 박승희는 빠른 속도로 안쪽 레인을 선점하며 1위로 달려나갔다. 박승희의 뒤를 폰타나와 크리스티가 추격했다. 사상 첫 쇼트트랙 500m 금메달이 보이는 듯 했다. 

	박승희, 여자 쇼트트랙 500m서 동메달…16년 만의 쾌거

그러나 박승희의 1위는 오래가지 않았다. 출발 7초만에 뒤따라오던 크리스티가 폰타나를 견제하면서 넘어졌고, 크리스티의 손에 밀린 박승희가 연달아 미끌어지고 말았다.
 
이틈에 가장 마지막에 달리고 있던 리지안루가 빠르게 선두로 치고 나왔고, 나머지 세 선수는 미끄러운 경기장을 짚으며 벌떡 일어섰다.
 
가장 먼저 일어선 박승희는 빠르게 걸음을 뗐지만, 급한 마음에 발이 꼬였고 또다시 넘어지고 말았다.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었지만 가슴 부분이 심하게 부딪히며 얼음 파편이 튀어올랐다.
 
결국 중국의 리지안루가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땄고, 폰타나와 크리스티가 뒤따라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래도 박승희는 포기하지 않았다. 가장 마지막 순위로 뒤쳐졌지만 레이스를 계속했고, 54초207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포기하지 않은 박승희에게는 동메달이 돌아갔다. 무리한 견제로 선수들을 넘어뜨린 크리스티가 실격 처리를 당하면서 박승희가 3위로 올라선 것. 대한민국이 500m 경기에서 메달을 획득한 것은 16년 만이다.
 
여자 쇼트트랙 500m는 한국에게는 취약 종목으로, 결승에 진출한 것은 20년만이었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전이경이 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바 있으나. 당시 전이경은 결승 진출에 실패한 상태였다.  하지만 결승 전 출전 선수 네 명 중 두 명이 실격하거나 레이스를 마치지 못한 덕에 준결승 탈락자끼리 레이스를 펼쳐 메달을 획득했다. 
 
박승희의 실력은 충분히 금메달까지 노릴 수 있는 상황이어서 아쉬움이 컸다. 박승희는 앞서 열린 준결승 1조 경기에서는 43초611의 기록으로 조 1위에 올라 결승에 진출했다.
 
하지만 박승희는 씩씩했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이미 끝난 경기라 후회는 없다”면서도 “준결승에서 좋은 경기를 해서 금메달을 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부러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결승에서 1번 자리 받은 것까지는 하늘에서 도와주셔서 결승에서 제 실력을 발휘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쉬움은 남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 나라가 단거리에서 메달을 딴 것도 기쁘고, 이제 시작이니까 만족한다”며 “후배들에게 단거리에도 메달 가능성이 있다는 걸 보여줘서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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