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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에 부는 태권 웨이브”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6-06-10 14:11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49_ 2회 연속 태권도 올림픽 심판 김송철씨
“한류”(Hallyu)라는 단어가 사전에 올라오기 훨씬 전에도, 세계는 이미 한국의 대표 문화를 공유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태권도다. 세계 태권도연맹에 가입한 나라는 현재까지 총 206개, 전세계적으로 태권도인은 7000만명으로 추정된다. 거의 모든 대륙에서 한류의 최초 열매, 즉 태권도를 만나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른바 “태권도 웨이브”는 이곳 밴쿠버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특히 대한민국 국기원 시범단의 밴쿠버 방문 이후 그 물결은 확실히 선명해졌다. 동 시범단은 지난 2014년과 2015년 “밴쿠버 한인 문화의 날”(주최 밴쿠버한인문화협회)에 참가해 문자 그대로 신기(神技)를 선보인 바 있다.

이날 관람객들의 갈채는 메트로밴쿠버내 몇몇 도시의 “태권도의 날” 선언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8월 캐나다에서는 처음으로 버나비시가 “태권도의 날”을 제정한 데 이어 곧바로 노스밴쿠버시가, 그리고 최근 5월에는 밴쿠버시가 여기에 동참했다. 올해 11월에는 태권도 세계 청소년대회가 버나비에서 열린다. 이쯤 되면 “태권도 한류”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열기를 가장 근거리에서 느끼고 있을 사람을 만났다. 그는 BC태권도협회 김송철 회장(공인 7단)이다.


“태권도 심판 중 배 나온 사람 아마 없을 걸요”

김송철 회장은 요즘 들어 무척 분주해진 모습이다. 본인의 도장을 운영하는 틈틈이 챙겨야 할 일들이 많아져서다. 협회장으로서 태권도의 날 선언식에 얼굴을 비춰야 했고, 현재는 세계 청소년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직까지 겸하고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세계연맹 심판분과 부위원장이도 한 그는 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 리우에도 가야 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이어 또 한 차례 올림픽 심판으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서 태권도 올림픽 심판은 김 회장이 유일하다. 두번 연속 올림픽 무대의 판관이 된 사례도 찾기 힘들다.




김송철 회장은 버나비 메트로타운 인근에서 22년째 태권도장을 운영해 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올림픽 당시 모습. 사진 제공=김송철 



올림픽 심판이 된다는 것, 이거 쉬운 일이 아닐텐데요.
일부에서는 올림픽 선수되는 것보다 심판되는 게 더 어렵다고들 해요. 태권도의 경우 올림픽 참가 선수는 128명인데, 심판은 30명에 불과하죠. 전세계적으로 국제 심판 자격을 갖춘 사람만 4000명 정도 됩니다. 결과적으로는 이 중에서 몇몇만 심판으로서 올림픽 무대에 서게 되는 거죠. 때문에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 같은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고 생각해요.

심판, 그러니까 올림픽 심판으로 선정되는 과정이 상당히 까다롭겠군요.
처음에는 각 나라별로 추천 과정이 이루어지고, 이후에는 대륙별로 테스트가 계속됩니다. 순발력이나 체력 등 각종 항목을 통과해야 하는데, 무척 벅찬 편이에요. 심판 중에, 특히 태권도 심판 중에는 배 나온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걸요.

2012년 런던 올림픽에도 심판으로 참가했는데, 그 뒷무대가 궁금합니다.
경기장에 들어가려면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때는 고추장 튜브 같은 것도 다 걸려요. 그만큼 경비가 삼엄하지요. 경기장 안에서도 늘 통제를 받게 됩니다. 전화 같은 건 절대 사용할 수 없고 화장실에 갈 때도 누군가가 따라 붙죠. 어떤 경기의 심판을 맡을지도, 시작 30분 전에야 알게 됩니다.

공정한 판정을 위한 조치겠군요.
그렇지요. 예를 들어 한국계인 저는 한국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에는 심판을 맡을 수 없어요. 뿐만 아니라 심판의 출신 대륙까지 꼼꼼하게 살핍니다.

경기장에 서면 어떤 느낌이 듭니까?
일단 조명이 엄청나게 환합니다. 선수들의 실핏줄까지 다 보일 정도지요. 대신 주변은 암흑이에요. 두 명의 선수와 주심 한 명에게 모든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지요. 그래서 태권도 경기가 열리는 날은 하루 종일 긴장 속에 살아야 합니다. 내 결정 하나로 승패가 엇갈릴 수 있으니까요. 어찌됐건 런던 올림픽은 잘 치른 것 같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제겐 자랑스러운 기억입니다.

그 자랑스러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다시 말해 심판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요?
실력이나 운도 따라야겠지만, 솔직히 말해 시간이나 경제적 여유 아니면 열정이 없다면 심판 활동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웬만한 국제대회에서는 심판에 대한 지원이 크게 없어요. 때문에 각 나라 협회의 도움이 없다면 자비로 많은 부분을 해결해야 하지요. 이 일이 미치도록 좋지 않다면 심판으로서의 생명력은 길지 않을 겁니다.



지난달 25일 밴쿠버 시청에서 열린 태권도의 날 선언식에서. 맨 왼쪽이 신재경 BC주의원, 그 바로 옆이 
김송철 회장이다. 사진 제공=김송철



“태권도의 날 제정, 태권도인 모두에게 좋은 소식”

메트로밴쿠버에서 태권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밴쿠버시가 “태권도의 날"을 공식 선언하기도 했지요.
무척 기쁩니다. 태권도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거니까요. 태권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겐 분명 좋은 소식이에요.

달라진 위상을 체감하고 있습니까?
글쎄요. 태권도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갑자기 많아진 건 아니에요. 대신 태권도에 대한 이곳 사람들의 인식은 서서히 달라지겠지요. 생각해 보세요. 가라데 데이나 유도 데이 같은 날은 없어요. 오로지 태권도의 날 뿐이지요. 이거 하나만 봐도 대단한 거 아닐까요?

태권도의 날이 제정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국기원 태권도 시범단이 밴쿠버 한인문화의 날 행사에 참여한 게 시작점일 거에요. 이후 신재경 BC주의원의 정치적 노력이 있었고, 토니 쿡 BC태권도협회 부회장 등도 큰힘을 보탰습니다.
 
버나비시가 태권도에 가장 우호적이라는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요. 태권도의 날이 제일 먼저 제정된 곳도 버나비였고, 올 11월 열리는 세계청소년대회도 버나비시와 버나비 관광청이 후원하기로 했으니까요. 

버나비에서는 태권도 의무 교육도 실시된다면서요.
의무 교육은 아니구요. 유치원생부터 7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4주간의 태권도 입문 수업이 있을 예정입니다. 선택 수업이 될테지만, 태권도 보급에는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태권도를 익히면서 얻게 되는 장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여러 가지죠. 자신감이나 집중력을 키울 수 있고, 자기 방어하는 능력도 생기고… 이 모든 것이 나중에 사회 생활 할 때 유용하게 쓰이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여러 가지 변화를 느끼셨나 봅니다.
그렇지요. 벌써 22년째 태권도장을 운영해 오고 있는데 숫기 없는 아이가 매사에 자신만만해지고, 예의 없던 관원이 반듯해지는, 그런 모습을 자주 봐 왔습니다. 이것이 운동, 그러니까 태권도를 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올 11월 버나비시에서 세계청소년대회가 열리게 되는데, 태권도인 입장에서는 이것도 경사겠지요?
물론이죠. 캐나다에서 세계청소년대회가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만큼 기대되는 이벤트지요. 전세계 90국에서 약 1000명이 버나비시를 찾을 겁니다. 대회 규모가 결코 작지 않다는 거죠. 이런 저런 면에서 태권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또 다른 계기가 될 겁니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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