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윤여정 “오스카상 괜히 받았어··· 존경이란 말 무섭다”

신정선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10-08 15:20

오스카 수상 이후 첫 공개 자리

“어머, 이렇게 많은 분이 돈 내고 절 보러 와주신 거예요? 유료 티켓이라고 그러던데.”

‘한국 최초의 오스카 수상자’ 배우 윤여정(76)은 지난 6일 깜짝 놀란 표정으로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로 들어섰다. 지난 4일 개막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대담 프로그램인 ‘액터스 하우스’ 초청 배우로 나선 자리였다. 그를 보자 250석을 꽉 채운 관객은 환호부터 보냈다. 2021년 영화 ‘미나리’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은 후 인터뷰를 사양해 오던 그가 공개 대담 자리에 나선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그는 “제가 워낙 실질적인 사람이라, 오늘 티켓이 9000원이라고 해서 (티켓 값을 못 할까) 걱정”이라며 “제가 말을 거를 줄 몰라서 그간 인터뷰를 피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스카 수상은 제게 행복한 사고 같은 것”이라며 “저는 결점이 많은 사람인데, 상 받고 나선 말 한마디라도 주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니, 오스카가 오히려 족쇄가 됐다”고 말했다. “존경이라는 말 무서워요. 상 괜히 받은 거 같애.”

윤여정은 1966년 TBC 공채 3기로 연기를 시작했다. 이화여고를 졸업하고 한양대 국문과에 입학해 방송국 아르바이트를 하다 PD 권유로 지원해 합격했다. 1971년 고(故) 김기영(1919~1998) 감독이 그를 영화 ‘화녀’의 주인공으로 발탁하며 20대의 절정이 왔다. 한 가정을 파탄 내려 드는 파출부 명자 역으로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 등 여러 상을 받았다. 윤여정은 “정작 그때는 제가 왜 그 작품에 선택받았나 싶어 저주를 퍼부었다”고 했다. 당시 촬영 현장은 맨손으로 생쥐를 잡거나 계단을 그대로 구르는 등 매우 열악했다. “그땐 어려서 몰랐어요. 김기영 감독 같은 천재한테 배웠던 건데 그걸 모르고.” 그러면서 “여러분은 친구를 사귀더라도 고급하고 노세요”라며 “나보다 나은 사람, 나보다 책 많이 읽은 사람하고 얘기해야 배움이 있다”고 했다.

꽃피던 연기 인생은 1974년 가수 조영남과 결혼하며 끊겼다. 미국으로 건너가 두 아들을 낳고 13년을 살다 서울로 돌아왔다. 이혼을 전후로 생계를 위해 연기를 다시 하려 했으나 ‘이혼한 여자'라는 손가락질이 방해했다. 단역·조역 가리지 않고 맡았다. 모욕과 멸시도 견뎠다. 한 번은 후배가 “언니, 이 역할 할 땐 그렇게 깨작거리는 거 아냐. 팍팍 먹어”라고 충고했다. 그의 목소리를 두고 “수챗구멍에 물 내려가는 소리 같다”고 쑥덕대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아무리 괴로워도 한번 한다고 했으면 한다, 중도 하차는 없다고 생각하고 끝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답변 중간중간에 ‘나는 현실적인 사람’ ‘나는 동물적인 사람’ ‘나는 실질적인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이성으로 버텨내야 했던 세월의 결과였다.

한 관객이 “무자녀 싱글이었으면 연기 인생이 달랐을 것 같냐”고 묻자 “자식 없었으면 그렇게 목숨 걸고 안 했을 것”이라며 “걔네 먹여 살려야 해서 했다. 어떻게 보면 두 아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물어봐요. 돈 벌어 건물이라도 샀느냐고. 아니라고 했더니 ‘돈 벌어 젊은 남자 갖다줬냐’고 해요. 맞다고 했죠. 젊은 남자 둘 있다고.” 두 아들 얘기다. 두 아들은 미국 컬럼비아대와 뉴욕대를 졸업한 엘리트다. 윤여정은 오스카 수상 소감 때도 “아들들아, 이게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란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장래가 고민이라는 배우 지망생의 질문에 국민학교 양호교사를 하며 세 자매를 홀로 키운 모친의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엄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연기는 김혜자가 잘하지’라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저는 김혜자가 되지 말아야지 결심했어요. 특출 난 배우를 따라 하려고 하면 안 돼요. 세상에 똑같은 배우가 또 필요하진 않으니까요. 나는 나다워야 해요.”

2030 관객이 많은 객석을 둘러본 그는 “어떤 젊은이가 ‘엄마가 태극기 부대라 꼴 보기 싫다’는 말을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엄마 아버지를 미워하지 마세요”라고 당부했다. “제가 1947년생인데, 격동기에 태어나 6·25를 겪은 우리한테 공산당은 너무 무서운 것이에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다시는 전쟁을 겪고 싶지 않은 공포 때문에 나서는 것이죠. 엄마 아버지가 특별 활동 하러 간다고 이해해 주세요.”

그는 대담을 마무리할 때도 ‘실질’을 잊지 않고 물었다. “제가 오늘 9000원어치 했어요?” 객석 여기저기에서 “좋아요” “멋져요”라는 큰 목소리가 들렸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감자칩 레이즈 허니버터맛. 봉지에 한글로 '신제품' '허니버터'라고 적혀있다./Loblaws미국 유명 감자칩 브랜드 ‘레이즈’(Lay’s)가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과 유사한 맛의 제품을 최근...
킥보드타고 주문하려다 거부당하자 침 뱉어
코퀴틀람의 한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매장에서 손님이 직원에게 침을 뱉는 사건이 일어나 논란이다. 경찰은 용의자의 신원을 특정하기 위해 관련 CCTV 영상을 공개하며 수배에...
총선 5달 앞두고 ‘군소정당’ BC 보수당 돌풍 계속
두 보수야당 지지율 합하면 BC NDP에 앞서
데이비드 이비 BC 수상, 케빈 팰컨 BC 유나이티드 대표, 존 루스태드 BC 보수당 대표 BC주의 총선이 약 5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제1야당 BC 유나이티드(BC United)와 최근 지지율에서 돌풍을...
플레이랜드, 5월 18일 2024 시즌 공식 오픈
▲PNE의 최신 놀이기구 '썬더볼트' 롤러코스터 공사 사진.밴쿠버의 대표 놀이공원인 플레이랜드(Playland Amusement Park)가 빅토리아데이 연휴를 앞두고 오는 18일(수) 2024 시즌 공식 개장에...
▲앨리스 먼로. 사진= 노벨상 공식페이지 제공‘단편소설의 거장’으로 불리는 캐나다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앨리스 먼로(93)가 13일(현지 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한 요양원에서...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가 말하는 감속 노화법
60대 중반 부터는 흰쌀밥을 하루 세끼 챙겨 먹으면서 충분한 동물성 단백질을 먹는 것이 좋다./조선DB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 중 하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Published on Main 7위, Kissa Tanto 10위 선정
빅토리아의 Marilena는 ‘최고의 신장개업 식당’
캐나다 최고의 식당 100곳이 공개됐다. BC에서는 총 20곳의 식당이 이름을 올렸다.   매년 캐나다의 최고 식당과 바, 신장개업 식당을 선정하는 ‘Canada’s 100 Best’는 13일 2024년...
세 자녀 살해한 앨런 쉔본 3년전 개명
정부 “개명 통한 책임 회피 방지해야”
BC 정부가 살인 등 심각한 흉악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의 개명을 금지할 방침이다.   13일 애드리언 딕스 BC 보건부 장관은 살인자들의 개명을 금지하는 개정안을...
시즈닝에 들어가는 재료, 오염 가능성
스낵제조업체 프리토레이(Frito-Lay)의 일부 자사 제품이 살모넬라균 함유 가능성으로 리콜됐다. 리콜 대상은 썬칩 하비스트 체다치즈 홀그레인 통곡물 스낵(SunChips Harvest Chedda Flavor...
BC주 북부에 대피령, 대기질 주의보 잇따라
앨버타도 피해 커져··· 2년 연속 최악 산불 우려
BC주 북부 파커 레이크 산불 모습 / BC Wildfire Service BC주 북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바람을 타고 계속 번지면서, 대피령과 대기질 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
5월 17일(금)부터 10월 말까지 야외 연소 금지
0.5m 캠프파이어 가능하지만··· 주의할 점 많아
BC주 곳곳에 산불 발생이 잇따르자 당국이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나섰다. 이번주 말부터 BC 대부분 지역에는 야외 불 피우기(open fire) 금지령이 내려질 예정이다. 13일 BC산불관리국(BC...
김동연 지사, 이비 수상과 협력 방안 논의
13일 오전 빅토리아 의회를 방문한 김동연 경기도 지사(왼쪽)가 방명록 서명 이후 데이비드 이비 BC 수상과 악수하고 있다 / BC Government 제공 해외투자 유치를 위해 캐나다와 미국 일정을...
한국 축구 대표팀의 차기 사령탑 후보 1순위로 꼽혔던 제시 마시(51) 감독이 캐나다 지휘봉을 잡는다.캐나다 축구협회는 14일 마시 감독이 북중미 월드컵이 열리는 2026년 7월까지 캐나다...
캐나다로 서비스 지역 확대··· 911 대응 빨리질 듯
구글이 캐나다에서 안드로이드 휴대폰 사용자들을 위한 긴급 위치 서비스(emergency location service)를 시작한다.구글은 13일 성명을 통해 캐나다에 있는 안드로이드 폰 사용자들이 911에 전화를...
‘히트펌프’ 설치 리베이트 최대 1.6만달러 제공
‘에너지 효율’ 주택 업그레이드에도 지원 추가
BC주 가정의 냉난방 비용 부담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길이 추가로 열린다. 연방정부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히트펌프(Heat Pump) 설치에 대한 리베이트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13일...
음주사고 내고 증거 인멸 시도까지
경찰 감시시관, 징계 재검토 지시
음주 운전 사고를 낸 밴쿠버시경(VPD) 소속 경찰관이 5일 정직 처분을 받은 징계에 대해 감시기관이 재검토를 명령했다.   VPD 소속의 사무엘 청(Cheung) 순경은 비번일이었던 지난 2022년...
어미곰이 아기곰 보호하려고 공격한 듯
애완견과 하이킹할 때는 목줄 항상 채워야
곰 습격 사건이 발생한 스쿼미시 트레일 / District of Squamish Facebook 스쿼미시의 트레일에서 애완견과 산책을 하던 한 여성이 흑곰에게 습격을 당해 중상을 입는 일이 있었다.   BC주...
저위도 국가까지 이례적 관측
지난 10일 미국, 영국, 독일, 중국 등 북반구 곳곳의 밤하늘이 오로라로 화려하게 물들었다. 오로라는 북위 60~75도 부근에서 주로 겨울에 관측된다. 큰돈을 들여 아이슬란드·핀란드·캐나다...
날씨가 오락가락할 때면, 큰 일교차로 면역력이 떨어지기 쉽다. 몸이 춥고, 두통이 오는 등 곧 감기가 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때 '아연'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감기에 걸릴...
[아무튼, 주말]
[정시행 기자의 드라이브]
한국 창작 동요 100주년
국민 응원가 작곡한 박문영
‘독도는 우리땅’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을 쓴 동요 작곡가 박문영씨가 5월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 기타를 들고 섰다. 그는 “대한민국은 그냥 만들어진 나라가 아니다....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