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공연은 2012년 런던올림픽 기념 '세계 셰익스피어 축제' 일환인 '글로브 투 글로브(Globe to Globe)' 축제에 초청돼 이뤄졌다. '셰익스피어(1564~1616)의 37개 희곡을, 37개국 대표 극단이, 37개 언어로 공연한다'는 전무후무한 행사다. 지난달 21일 시작해 내달까지 6주간 이어지는 이 축제에서 그리스 국립극단은 '페리클레스',인도의 컴퍼니시어터는 '십이야', 중국 국립극단은 '리처드 3세'를 각각 자국어로 공연했다. '여행자'의 '한여름밤'은 여덟 번째 순서였다.
- 지난달 30일 한국 연극 최초로‘셰익스피어의 심장’인 영국 런던 글로브극장에 오른 극단여행자의‘한여름밤의 꿈’공연을 관객 1400명이 관람하고 있다. 아래 작은 사진은 '한여름밤의 꿈' 공연 장면. /글로브 극장 제공
'글로브 투 글로브' 축제 감독 톰 버드(Bird)는 1년 6개월간 전 세계를 여행하며 극단과 작품을 골랐다. '여행자'의 '한여름밤'을 2006년 바비칸센터에서 봤다는 그는 "도저히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인 작품(irresistible show)"이라며 "반드시 글로브 극장에 올려야겠다고 보자마자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늘도 공연에 축복을 내리는 듯, 전날까지 비와 강풍으로 을씨년스럽던 날씨가 30일 아침에 거짓말처럼 갰다. 지붕이 둥글게 뚫린 글로브 극장은 날씨에 따라 공연 몰입도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자리 안내를 맡은 극장 직원은 입장하는 관객에게 "감사합니다"라며 한국말로 인사했다. 3개 층 좌석을 800여명이 채우고, 무대를 둘러싼 입석 공간을 600여명이 메웠다. 쌍둥이 도깨비의 등장으로 공연이 시작됐다. 익살스러운 미소를 짓던 두 도깨비가 티격태격하자 좌중에 왁자한 웃음이 번지기 시작했다. 이후 2시간은 갈채와 환호의 바다였다. 네 명의 주인공 루·벽·항·익이가 얽히고설킨 사랑싸움을 벌일 때는 작은 몸짓에도 박장대소가 터졌다. 약초 캐는 할머니인 아주미가 씹다 뱉은 수박을 정통으로 맞은 앞줄 관객들조차 재밌어서 어쩔 줄 몰랐다. 커튼콜이 이어지는 7분가량은 극장이 록 콘서트장으로 변한 듯했다. 1400명이 발을 구르고 휘파람을 불며 '브라보!'를 외쳤다.
이날 공연을 본 런던 시민 프랜시스 밀리건(Milligan)은 "살면서 5~6개 극단의 '한여름밤'을 봤는데, '여행자' 공연이 가장 독특하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아내를 따라왔다는 앤드류 밀리건도 "한국어를 전혀 모르지만, 음악과 몸짓만으로도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극장 측도 흥분된 반응이었다. 닐 콘스터블(Constable) 글로브 극장 극장장은 "'여행자'는 '한여름밤'으로 셰익스피어의 본산을 완전히 사로잡았다"며 "연출을 한 양정웅은 국보(國寶)감으로 손색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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