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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사제, 동성애, 신부 결혼··· 85세 교황, 천주교 3단계 대개혁 착수

파리=손진석 특파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1-10-11 12:48

프란치스코 교황이 천주교를 본격적으로 바꾸기 위해 앞으로 2년간 3단계로 된 개혁에 착수했다고 BBC가 1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그동안 천주교 개혁 논의가 고위 성직자들끼리 이뤄진 것과 달리, 교황이 시작한 이번 계획은 평범한 신도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에서 미사를 집전하며 “(앞으로 2년 동안) 우리 스스로의 확신에 갇혀 있지 말고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고 촉구했다. BBC는 “교황이 가장 야심 찬 개혁을 시도한다”고 평했다.

교황의 3단계 개혁 중 첫 단계는 ‘듣는 과정’이다. 전 세계 각 교구 단위로 가톨릭 개혁과 관련한 평범한 신도들의 의견을 경청한다. 교황은 “여성, 지역 목회자와 같은 과거 주변부에 머물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단계는 대륙별로 주교들이 모여 1단계에서 논의된 개혁 주제들을 공식 의제로 가다듬는 과정이다. 마지막 3단계로 2023년 10월 바티칸에서 전 세계 주교들이 한 달간 토론 모임을 갖고 개혁 논의를 하게 된다.

3단계까지 마무리되면 교황은 논의된 주제들에 대해 자신의 견해와 결정을 제시하는 사도적 권고를 작성할 예정이다. 이때 교황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가톨릭 역사에 남을 큰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교황은 이날 미사에서 “우리는 이 여정의 모험을 준비하고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그건 쓸모없다’거나 ‘우리는 늘 이런 식으로 해왔다’라며 핑계 뒤에 숨으려 하는 건 아니냐”고 했다. 관성에서 벗어나 과감한 논의를 하라는 주문으로 해석됐다.

교황은 논의할 주제를 미리 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벌써 가톨릭 내부에서 여성의 역할 확대가 중심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유럽 언론들이 전했다. 가톨릭에서 여전히 금지하고 있는 여성에 대한 사제 서품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또한 사제에게 결혼을 허용한다거나 동성애를 과거보다 폭넓게 받아들이자는 주장도 논의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과 빈부격차 해소도 토론할 만한 주제로 거론되고 있다.

계속해서 폭로가 나오는 사제들의 성 학대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강구될 수도 있다. 지난 6일 교황은 프랑스 가톨릭 교단에서 지난 70년간 성직자들이 아동 33만명을 대상으로 성 학대를 자행했다는 보고서가 나오자 “그렇게 오랜 시간 이 문제를 방치한 교회의 무능력함은 나의 수치이자 우리 모두의 수치”라고 했다.

천주교 내에서는 2년간의 개혁 계획에 대해 벌써 찬반 양론이 대립하고 있다. 미국의 진보 가톨릭 매체인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는 찬사를 보냈다. 이 매체는 “평범한 가톨릭 신자들의 요구를 표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미국의 보수 가톨릭 매체인 ‘퍼스트 싱스(First Things)’는 “가톨릭에 대한 믿음이 줄어드는 현상을 논의할지 불분명하다”며 우회적으로 반대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여성에 대한 사제 서품 허용과 같은 논의가 신자 숫자가 줄어드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교황이 개혁 드라이브를 서두르는 건 나이·건강과 관련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는 올해 85세다. 그는 지난 7월 초 지병인 결장 협착증을 치료받기 위해 대장의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공개 석상에서 거동이 불편한 모습도 종종 보여주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건강상 이유로 사임한 베네딕토 16세의 후임으로 선출됐다. 그는 가톨릭계의 비주류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그는 첫 미주 대륙 출신 교황이다. 비(非)유럽권 교황이 탄생한 건 1282년 만에 처음이었다. 그는 취임 초기부터 재정 투명화, 고위 성직자에 대한 사법 특권 폐지, 사제 성 추문에 대한 공개 사과 등 역대 교황과는 다른 경로를 밟아오며 화제를 뿌렸다.

교황의 행보가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2017년 로마 시내에 교황을 비난하는 벽보가 붙었다. 지난달 교황은 슬로바키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나에 대해 역겨운 말을 하는 성직자들이 있는데, 나도 가끔 인내하지 못할 때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존 맥마너스 BBC 종교전문기자는 “2년간의 개혁으로 가톨릭 교리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지는 말라”면서도 “고위 성직자들의 생각과 다른 평범한 신도들의 우려 사항이 바티칸까지 정식으로 전달될 수 있게 한 것은 2000년 가톨릭 역사에서 커다란 변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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