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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마지막 비서실장, 이젠 청와대 주인 됐다

박국희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7-05-09 14:27

[문재인 대통령 당선] 문재인 대통령이 걸어온 길
- 피란민 가정 2남3녀 중 장남
지역 명문 경남고 진학했지만 '문제아'로 찍혀 정학만 4번

- 대학 시절엔 반독재 운동
구치소서 司試 합격 소식 들어… 사법연수원 차석으로 수료

- 인권 변호사 하다가 청와대로
민정수석·시민사회수석 맡으며 노 前대통령 마지막까지 지켜

- 노무현 서거 이후 정치 입문
민주당 국회의원·黨대표 거쳐 대선 再修 끝에 대통령 당선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5일 경남 양산 상북면의 부친 묘소를 찾았다. 이틀 전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였다. 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씨와 함께 묘소를 참배하고 소주를 따라 올렸다. 남들과 똑같이 공동묘지 가운데 평범하게 있는 부친 묘소에는 작은 비석 하나만 있었다. 지난 7일 전국 유세 중 강원도 횡성휴게소에서 육개장으로 식사한 문 대통령은 수행 비서의 빈 그릇을 대신 반납하는 사진이 찍혀 화제가 됐다. 이처럼 문 대통령의 삶은 정치에 발을 들여놓기 전까지는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1953년 1월 경남 거제에서 피란민 가정의 2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누나와 여동생들은 주부이고 남동생은 원양어선 선원 생활을 했다. 함경남도 흥남 출신 부모는 1950년 12월 '흥남 철수' 때 월남해 경남 거제에서 문 대통령을 낳았다. 그 당시 모두가 그랬듯 가정 형편은 어려웠다. 아버지는 포로수용소에서 막노동을, 어머니는 문 대통령을 업고 계란 행상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가계는 어려웠지만 머리는 명석해 지역 명문인 경남중·고에 입학했다. 문 대통령은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동생들을 위해 돈을 번 누나가 희생을 많이 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부유층 자제가 많이 다녔던 명문 학교에서 빈부 격차와 세상의 불공정함을 접한 문 대통령은 반항심이 생겼다. 술·담배를 하고 노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소위 '문제아'로 불렸다. 정학을 네 번 당했다.

서울대 상대 입시에서 낙방한 뒤 재수 끝에 1972년 경희대 법대에 입학했다. 대학 진학 후에도 반독재 학생운동에 몰두했다. 1975년 대학 4학년 때 유신 독재 화형식을 주도하다 서대문구치소에 4개월간 수감됐다. 실망한 아버지는 한 번도 면회를 오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감옥을 나왔는데 아버지는 꾸짖는 말씀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석방 뒤 특전사령부로 강제 징집된 문 대통령은 자신이 "뜻밖으로 '군대 체질'이란 걸 발견했었다"고 말한다. "학교에서는 벌 받기 바빴는데 군대 가서는 상을 더 받았다"고 했다. 당시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 표창을 받고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미루나무 제거 작전에 최정예 요원으로도 투입됐다. 선거운동 기간 특전사 부대를 방문한 문 대통령은 총기를 조준하기 전에 하늘을 쳐다보고 동공을 축소하는 군 시절 훈련 모습을 재현하기도 했다.

1978년 전역했지만 구속 전력으로 복학도, 취직도 되지 않아 낭인(浪人)으로 세월을 보내던 중 부친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문 대통령은 "아들이 잘되는 모습을 아버지에게 한 번도 보여드리지 못해 회한(悔恨)으로 남는다"고 했다. 49재를 마치고 전남 해남 대흥사에 들어가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1980년 '서울의 봄' 시위에 나섰다 체포돼 청량리경찰서 유치장에서 사시 합격 소식을 들었다. 1981년 경희대 2년 후배(성악과)인 김정숙씨와 7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1남 1녀를 뒀다.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수료했지만 시위 구속 전력으로 판사로 임용되지 못한 문 대통령은 부산으로 내려가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걷는다. 그리고 198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났다. 일곱 살 위인 노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난 뒤 문 대통령은 "'같은 과(科)'라고 느꼈다"고 했다. 두 사람은 합동 법률사무소를 차리고 부산·경남 일대 시국 사건을 수임하며 이름을 알렸다. 1988년 노 전 대통령이 통일민주당 김영삼 총재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자 문 대통령은 "뒷일은 내게 맡기고 정치권으로 가시라"고 했다.

'법무 법인 부산'을 세우고 변호사 생활을 하던 문 대통령은 2002년 대선에 출마한 노 전 대통령의 부산 선대본부장을 맡았다. 청와대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을 지내며 임기 내내 노 전 대통령 곁을 지켰고, 격무와 스트레스로 치아 10개가 빠졌다.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2010년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문 대통령은 2011년 자서전 '운명'을 쓰고 현실 정치에 발을 내디뎠다. 2012년 4월 총선 때 부산 사상구에서 당선됐다. 그해 12월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로 나서 야권 후보 역대 최대인 1469만표(득표율 48%)를 얻었지만 낙선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본격적인 정치에 나섰다. 2015년 2월 당대표 선거에서 박지원 의원에게 이겼다. 그는 '혁신'을 추진했지만 결과는 국민의당 분당(分黨) 사태로 이어졌다. 안철수 후보와 중도 성향 호남 의원들이 당을 나갔고 새 인물들이 민주당을 채웠다. 문 대통령은 이를 '혁신'이라고 했고, 다른 쪽에선 '분열' '패권'이라고 했다. 그가 뒤로 빠지고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데려와 치른 20대 총선 결과는 '민주당 1당'이었고, 지난달 3일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문 대통령은 재수 끝에 9일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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