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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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희 / 국제회의 통역사, 브라마 쿠마리스 명상 강사

무한한 가족

불교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깊이 생각해 볼수록 일리가 있는 말이다. 이 세상에 60억의 인구가 살고 있는데 그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하고 만나게 된 사람들과의 관계는 굉장히 특별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하필 그 많은 나라 중에서 어떻게 한국에, 그것도 기독교(또는 불교...)의 집안에 태어나, 같은 해에 학교를 다니고, 같은 직장에서 일하고, 같은 동네에 살고, 같은 버스를 타고...인연으로 따지자면 끝없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가까운 인연이 아니라도 사실 모든 사람들은 서로 같은 근원에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류의 역사를 살펴 보아도 주요 문명의 발상지에서부터 시작해서 사방으로 사람들이 퍼져 나가 살기 시작했으며, 그 과정에 인구는 계속 늘어 났고 지금은 지구 상에 거의 사람들이 가 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곳곳에 사람들이 흩어져서 살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의 사람들이든 그들의 먼 조상들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결국 같은 데서 만날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게 볼 때 온 세계의 사람들 모두가 하나의 무한한 대가족이다. 이 무한한 가족은 커다란 나무에 비유해 볼 수가 있다. 나무는 씨앗에서 시작해서 첫 잎들이 나오고, 계속 잎이 늘어나면서 가지가 뻗어 나가고 점점 커진다. 나무가 더 커지면 가지에서 다시 가지가 생겨나고, 그렇게 해서 나무는 계속 자라난다. 지금은 서로 다른 지역에서 다른 사고방식과 종교, 생활방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지라도 기본적인 필요와 가치는 누구나 별 차이가 없다.

나무 전체가 튼튼하려면 가지 하나 하나가 건강해야 한다. 어느 가지 하나라도 잘려 나가든가 병이 들면 나무 전체가 그 영향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구 상의 어딘가에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고통 받을 때는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도 마음이 평화로울 수가 없다. 태풍이나 지진, 홍수 등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큰 피해가 발생할 때 그 지역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들도 정신적으로 그 영향을 받는다. 그것은 인류 전체가 겉으로 보이지는 않아도 마치 섬들이 바다 밑으로는 서로 연결되어 있듯이 의식의 차원에서는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온 세계의 대가족 중에서 내가 만나게 된 특별한 사람들을 나는 얼마나 특별하게 생각하고 귀중하게 여기는가? 그리고 내가 속한 가지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을 나는 얼마만큼 이해하고 수용하는가? 혹시 나와는 지역이나 문화 또는 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애초부터 거부감을 가지고 대하지는 않는가? 무한한 가족에 대한 나의 태도를 살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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