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이 나를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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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희 / 국제회의 통역사, 브라마 쿠마리스 명상 강사

벗이 나를 물들인다

부모 자식이나 형제들, 또는 부부가 서로 많이 닮은 경우를 우리는 흔히 본다. 가족 간에 서로 닮은 것은 유전적으로 외모나 기질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유전적으로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부부 사이에 인상이 아주 비슷한 것은 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로 우리는 자기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끌리기 때문에 애초에 비슷한 사람들이 만나 부부가 되었다고 생각할 수가 있고, 둘째로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함께 살면서 상대방의 영향을 받아 비슷해진 것이라고 생각할 수가 있다. 친구 사이나 사회에서 만나 서로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둘 중의 어느 경우든 사실 우리의 삶 자체가 서로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는 과정의 연속이다.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것을 보고 듣는가는 우리의 생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지라도 거의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과정이다.
생각 자체가 뇌파의 형태로 퍼져 나가는 하나의 파동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내 생각의 파동이 주변의 파동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변의 분위기에 따라서 가볍게 느끼거나 신이 날 수도 하고, 침울해지거나 살벌한 느낌이 들 수도 있는데 그것은 그 분위기에 감돌고 있는 파장이 우리의 뇌파에 영향을 미쳐 그에 동화되기 때문이다.
보고 듣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사람과 많은 시간을 보내느냐에 따라 자기도 모르게 그 사람을 닮아 가게 되는 것이다.
매 순간 우리 앞에는 선택의 가능성이 놓여 있다. 텔레비젼을 볼 것인가 책을 읽을 것인가의 선택일 수도 있고, 산책을 하는 것과 영화를 보러 가는 것 사이의 선택일 수도 있고, 친구를 만날 것인가 모임에 갈 것인가의 선택일수도 있다.
표면적으로는 어떤 사람과 어떤 장소에 어떤 활동을 하러 갈 것인가를 택하는 문제에 지나지 않지만 사실 그런 선택 하나 하나가 나를 채색하는 물감이 되어 나의 색깔을 만들어 가게 된다. 따라서 내가 원하는 색깔의 나를 그려 가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나 상황을 멀리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또한 남들에게 좋은 물감을 들여 주는 사람이 되려면 나 자신이 좋은 색깔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어떤 것이 좋은 물감인가는 각자가 결정할 문제다.
나는 지금 누구와 벗하고 있는가? 나는 내가 원하는 색깔에 물들고 있는가?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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