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수화물은 우리 몸의 주요 에너지원이지만, 어떤 식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달라진다. 정제 탄수화물은 혈당을 빠르게 높여 인슐린 저항성과 만성 염증을 촉진하고, 장기적으로 심혈관 건강에 부담을 준다. 반면, 식이섬유가 풍부한 통곡물처럼 혈당을 완만하게 올리는 식품은 염증 반응을 줄인다. 건강에 이로운 곡물을 살펴봤다.
◇퀴노아
퀴노아는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위 배출과 소화 속도가 느리고, 혈당이 완만하게 오른다. 혈당지수가 55 이하인 경우 저혈당 식품으로 분류하는데, 퀴노아의 혈당지수는 53이다. 실제로 당뇨병 전단계 환자 207명을 대상으로 하루에 100g씩 퀴노아를 섭취하게 한 결과, 통곡물을 100g 섭취한 그룹에 비해 식후 혈당 및 당화혈색소 수치가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체내 염증과 조직 손상을 억제해 주는 폴리페놀과 비타민 E 함량도 풍부하다. 퀴노아는 백미에 섞어 잡곡처럼 활용할 수 있다. 냄비에 퀴노아와 물을 넣고 푹 익힌 뒤 샐러드 위에 얹어 먹는 방법도 있다.
◇보리
보리에는 수용성 식이섬유의 일종인 베타글루칸이 많이 들어있다. 이 성분은 장에서 젤처럼 변해 영양소 흡수 속도를 느리게 하고, 혈당이 급격히 오르지 않도록 막는다. 혈관 벽에 쌓여 혈관 내피 기능을 떨어뜨리고 혈관을 좁아지게 하는 LDL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역할도 한다.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는 보리 빵 형태로 매일 3g씩 보리 베타글루칸을 섭취한 결과,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인 TNF-α 수치가 4주 후 80%까지 줄어든다는 연구가 실렸다. 다만 보리는 글루텐을 함유하고 있어 글루텐에 민감하다면 섭취를 자제해야 한다.
◇메밀
‘영양 연구(Nutrition Research)’에 따르면, 2형 당뇨병 환자가 4주간 쌀과 밀 같은 정제 탄수화물의 일부를 메밀로 대체했을 때 인슐린 저항성이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메밀에는 불용성 식이섬유와 수용성 식이섬유 뿐 아니라 플라보노이드의 일종인 루틴도 들어있다. 루틴은 혈관 내피세포의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 주고, 혈관 장벽을 보호한다. 경북대 약대 연구팀은 루틴이 TNF-α와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NF-κB의 활성화를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밀가루 면을 메밀 함량이 높은 면으로 바꾸거나, 팬케이크 등을 만들 때 메밀 가루를 넣는 방식으로 메밀을 활용해 볼 수 있다. 다만 메밀은 대표적인 알레르기 유발 식품이다. 급성 두드러기, 호흡곤란, 쇼크 등을 동반하는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서 섭취한다.
◇수수
수수는 저항성 전분과 폴리페놀이 풍부한 곡물이다. 저항성 전분은 포도당으로 분해되지 못해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장에서 발효된다. 식이섬유처럼 장 통과시간을 늘려 당이나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수수가 염증 물질을 분비하는 내장지방을 줄여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뉴트리언츠(Nutrients)’
저널에는 비만 성인을 대상으로 12주 동안 조리된 수수 80g을 매일 섭취하도록 한 결과, 평균 내장지방 면적이 18.6cm² 감소했다는 논문이 게재됐다. 연구진은 수수의 폴리페놀이 지방세포 분화를 억제하며, 저항성 전분이 발효되면서 생성된 단쇄지방산이 장내 환경을 개선해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귀리
‘아시아태평양 임상영양학회지(Asia Pacific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따르면, 귀리에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식물성 화학물질이 함유돼 있어 염증 및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연구진이 고콜레스테롤혈증 성인을 대상으로 4주간 매일 70g의 귀리죽을 섭취하도록 한 결과, 염증 및 산화 스트레스 지표가 줄어들었다. 반면 활성산소를 흡수하는 능력인 ORAC는 향상됐다. 귀리에만 들어있는 항산화 물질인 ‘아베난쓰라마이드’는 혈관 염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아베난쓰라마이드로 처리한 세포는 TNF-α와 NF-κB 활성이 줄었고, 염증을 일으키는 인터루킨-8이 감소했다는 미국 연구 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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