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2023년 12월 당시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던 ‘수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1)를 영입할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오타니가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스프링캠프 시설을 둘러보고 싶다고 하자 당일 훈련 시설을 모두 비웠다. 구단 대표와 단장, 감독 등 고위 관계자들이 총출동해 오타니를 맞았다. 오타니 등번호(17번)가 적힌 유니폼과 모자는 물론이고 오타니의 반려견 ‘데코이’의 옷까지 선물로 준비했다. 하지만 며칠 뒤 오타니는 LA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1조68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오타니 영입에 진심이었던 블루제이스의 실망감은 상상 이상이었고, 블루제이스 팬 사이에서 오타니는 ‘공적(公敵)’이 됐다. 존 슈나이더 블루제이스 감독은 “(2년 전 선물로 준비한) 우리 팀 모자를 아직 돌려받지 못했다”는 농담으로 오타니와의 ‘인연’을 소환했다. 이에 오타니는 “모자는 집 차고에 소중히 보관 중이다. 반납할 생각은 없다”고 받아쳤다.
블루제이스는 오타니 영입에 실패했지만, 대신 팀의 기둥을 얻었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에게 내년부터 2039년까지 무려 14년 총액 5억 달러(약 7192억원) 장기 계약을 안겼다. 그리고 올 시즌 게레로의 활약 덕분에 1993년 이후 32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게레로 주니어는 토론토를 포함한 캐나다 메이저리그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선수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아버지 블라디미르 게레로 시니어(50)가 몬트리올 엑스포스 소속으로 뛸 때 태어나 캐나다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7차전까지 치른 ALCS에서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게레로 주니어는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다시 캐나다로 가져와 온 나라의 자랑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오타니와 게레로 주니어를 앞세운 두 팀이 25일(한국 시각)부터 7전 4선승제의 월드시리즈를 치른다. 정규 시즌 승률이 더 높은 블루제이스가 홈구장인 로저스센터에서 4경기(1·2·6·7차전)를 치른다. 3∼5차전은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다. 두 팀의 홈구장은 직선거리로만 3495㎞ 떨어져 있다. 비행기 탑승 시간만 5시간 정도이고, 차량으로 이동할 경우 도로 사정 때문에 38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다저스의 간판 오타니는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타율 0.220(41타수 9안타)에 5홈런 9타점을 기록 중이고, 투수로는 2경기 2승, 19탈삼진, 평균자책점 2.25다. 밀워키 브루어스와 벌인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4차전에서 6이닝 10탈삼진으로 승리 투수가 되고, 타석에선 홈런 3방을 터트리며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하루’를 만들어냈다. 이에 맞서는 게레로 주니어는 올해 가을 야구에서 가장 타격감이 빼어난 타자다. 포스트시즌 11경기에서 타율 0.442(43타수 19안타) 6홈런 12타점으로 OPS(출루율+장타율)가 1.440에 달한다. 상대 팀 투수에겐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다.
월드시리즈 1차전 선발로는 블루제이스는 신예 트레이 예새비지, 다저스는 좌완 에이스 블레이크 스넬이 출전한다. 예새비지는 올해 싱글A에서 시즌을 시작해 불과 넉 달 만에 월드시리즈 1차전 선발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스넬은 포스트시즌 3경기 21이닝 동안 단 2실점(평균자책점 0.86)만 기록 중이다.
두 팀 모두 ‘코리아 몬스터’ 류현진(한화)이 활약한 공통점이 있다. 류현진은 다저스(2013~2019년)와 블루제이스(2020~2023년)에 몸담아 국내 야구 팬들은 이번 맞대결을 ‘류현진 시리즈’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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