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김경화 기자의 달콤쌉싸름]
한·일 수교 60년 '신오쿠보역 의인'
故 이수현의 어머니 신윤찬
[김경화 기자의 달콤쌉싸름]
한·일 수교 60년 '신오쿠보역 의인'
故 이수현의 어머니 신윤찬

2001년 1월 26일 도쿄 신오쿠보역에서 일본인 취객을 구하려다 숨진 고(故) 이수현씨는 한일 우호의 상징이 됐다. 그의 뜻을 이어 설립된 'LSH아시아장학회'가 23년째 운영 중이다. 이 장학회 명예회장인 모친 신윤찬씨는 작년 말 일본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지난 6일 부산 중동 자택에서 만난 신씨가 한 일본인 화가가 그려 보낸 아들 그림 앞에서 웃고 있다. 그림 왼쪽에 사람이 손을 모은 형상의 나무 공예품에 미안하다는 뜻의 'すまん(스만)'이 새겨져 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이수현’은 일본이 24년째 기억하는 이름이다.
2001년 1월 26일 도쿄 신오쿠보역. 퇴근길 북적이던 플랫폼에서 취객이 선로로 떨어졌다. 곧 열차가 들어온다. 겁에 질린 인파 사이에서 두 남자가 몸을 던졌다.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27)씨와 일본인 세키네 시로씨. 열차가 너무 빨리 오는 바람에 세 사람 모두 선로에서 사망했다.
당시 일본으로 날아가 아들의 주검을 마주한 어머니 신윤찬(75)씨의 첫마디는 “우리 수현이 아니에요”였다. 얼굴이 많이 망가져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신씨 부부를 맞은 일본인들은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어려워했다. 창자가 끊어지는 슬픔과 맞닥뜨린 어머니·아버지를 지켜보는 것도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부부는 이듬해 “일본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1억원을 내놨다. 일본 사회가 다시 크게 요동쳤다. 지금도 어떤 한국인, 일본인에게는 서로가 ‘적국’이다. 그런 나라에서 아들을 잃고도 장학금을 내놓는다고? 감화한 일본인들의 기부가 이어졌다. 이렇게 이수현씨의 영문 이름 이니셜을 붙인 ‘LSH아시아장학회’가 설립됐다. 올해로 23년째. 한국과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일본 유학 중인 학생들을 선발해 매년 10월 장학금을 준다.
이 장학회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신윤찬씨는 작년 말 일본 정부에서 훈장(욱일쌍광장)을 받았다. 일본과 맺은 우호 증진에 기여한 외국인에게 수여하는 훈장이다. 작고한 남편 이성대씨도 생전(2015년)에 같은 훈장을 받았다. 부부가 같은 공적으로 따로 훈장을 받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올해는 한·일 수교 60주년이다. 경색됐던 한일 관계는 이 정부 들어 양국 정상의 ‘셔틀 외교’ 복원 등으로 개선됐지만, 우호·협력 관계가 정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일 우호의 영원한 상징이 된 이수현씨의 뜻을 되새겨볼 때다. 지난 6일 부산 중동 자택에서 만난 신씨는 “우리 모두는 고통의 토대 위에서 살아간다”며 “과거의 잘못은 그대로 직시해야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데 과거가 걸림돌이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강제징용 당사자지만...
취업을 앞두고 일본 문화를 배우고 싶다며 1년 일정으로 떠났던 이수현씨는 돌아와 말했다. “일본은 아이들이고 어른이고 배울 게 정말 많은 나라예요. 보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많아요. 일본에 조금만 더 있다가 올게요.”
그렇게 말하는 아들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고 신씨는 술회했다. 일본으로 다시 떠나기 전날 밤 모자는 캔맥주를 나눠 마셨다고 한다. “한일 양국이 과거에 집착하면 양국에 똑같이 손해가 될 것 같아요. 그걸 바꾸는 일을 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나눈 말이다. 그것이 아들의 유언이 될 줄은 몰랐다.
“수현이는 평생 떼를 쓴 적이 없어요. 항상 야무지게 자기 계획을 세우는 아이라 ‘뭘 하겠다’고 할 때 반대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애가 1년간 일본에서 뭘 보고 느꼈을지 자꾸 생각하게 됐지요.”
-원래 일본을 좋아했나요?
“전혀요. 저희 아버지는 일본군에 붙잡혀 고문당한 뒤 극적으로 도망쳐서 평생 후유증에 시달렸어요. 시아버지는 강제징용 피해 당사자십니다. 아들 사고 전에는 그 나라에 가 본 적도 없고, 막연하지만 일본에 적의를 갖고 있던 보통 한국인이었습니다.”
-아들까지 잃었으니 적의가 더 커졌을 것 같은데요.
“한동안 내가 이 세상에 있는지 저 세상에 있는지 혼란스러웠어요. 그런데 왜 수현이가 다시 일본에 가려고 했는지, 왜 그런 위험한 상황으로 몸을 던졌는지 자꾸 생각하게 됐습니다. ‘한일 양국을 잇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한 아들의 뜻을 이어가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사고 직후부터 많은 일본인이 저에게 대신 사과하며 깊은 위로를 표했습니다.”
일본에서 항공편으로 가장 먼저 배달된 것은 손을 모으고 있는 사람 형상의 목각 공예품이었다. 미안하다는 뜻의 ‘すまん(스만)’이 새겨져 있다. 한 일본인이 마음을 담아 보낸 것이다. “많은 일본 사람이 눈물을 흘리면서 ‘뭐 하러’ 한국인이 일본인을 구했느냐고 했어요. 왜 아까운 청년이, 그것도 구원(舊怨)이 있는 일본 사람을 구하느라 목숨을 바쳤느냐고요. 나이 든 일본인들은 입밖에 내진 않더라도 마음속 깊은 곳에는 한국에 미안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3대가 일본에 피해를 봤는데요.
“사고 직후 일본 법률 사무소에서 ‘(열차) 운전 부주의’라면서 소송을 하라고 했습니다. 남편이 ‘그런 거 안 한다’고 한마디로 거절했어요. 수현이의 깊은 뜻을 저버리는 거라고 생각했지요.”
-아버지와 시아버지는 생전에 일본을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아버지는 평생 지병을 달고 사셨어요. 할머니가 백방으로 약을 구하러 다니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시아버지는 강제징용당했다가 해방 이후로도 일본에서 한참 일하다 돌아오셨고요. 남편은 오사카에서 태어났습니다. 수현이 사고 이후 당시 한국인 거주지였다는 곳을 가봤는데 강가에서 닭도 잡고 하는, 아주 열악한 마을이더라고요.”
-강제징용 배상 소송을 내진 않으셨나요?
“아니요. 나는 그런 거 안 하고 싶어요. 시대 흐름에 따라 억울한 것도 있고 잘못한 것도 분명히 있지만, 시끄럽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어른들도 일본에 악다구니하거나 원망을 하는 말씀은 하지 않으셨습니다. 일본이 우리에게 몹쓸 짓을 한 것이야 계속 사과하고 반성해야 할 일이고, 각자 시대의 아픔이 있는 것 아닐까요?”
-‘3자 변제’ 방식 강제징용 해법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내용은 잘 모르지만 이번에 내놓은 해법으로 잘 마무리됐으면 해요. 모든 게 동전의 양면처럼 좋고 나쁜 게 있잖아요. 적당·적합이 어려운 거지만 어느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게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남편도 생전에 ‘우리 세대에서 모두 끝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어요.”
아들의 사고 이후로 어머니는 해마다 최소 두 번 일본을 찾았다. 뒤늦게 일본어를 배워가며 많은 일본인과 교류했다. 신씨는 “어느 날 한 일본인이 독도 문제를 두고 ‘일본에 섬이 얼마나 많은데 구태여 거기까지 가서 그러느냐’고 하더라”며 “일본 사람은 대체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고, 이 보통 사람들의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간 뒤 신씨는 조심스럽게 ‘시대의 판단’이라는 화두를 꺼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계속 배상 이야기를 하는 게 자존심 상하는 것 같아요. 한국도 이만큼 살아냈으니 우리 식으로 해결하면 되지 않을까요? 60년 전(한일 청구권 협정)에는 대한민국 발전의 기로에서 국가적 필요에 따라 돈을 얼마 받은 거잖아요. 그 시대의 판단을 지금 우리 잣대로 재단할 수는 없습니다. 없을 때는 새다리도 크지만 배부를 때는 소다리도 작아 보이죠. 그때는 그때대로 훌륭했던 게 있어요.”
◇‘다리’가 된 아들
가케하시(架け橋). ‘다리’라는 뜻이다. 일본에서 제작한 이수현씨 사고를 다룬 다큐멘터리 제목이다. LSH아시아장학회에서 내는 소식지 이름이기도 하다. 한일 양국을 잇는 다리가 되고 싶어 한 수현씨 뜻을 담았다. 다큐 ‘가케하시’는 사고 이후의 일들을 업데이트해 올해 ‘3장’ 제작에 들어간다. 24년째, 사고를 기억하고 기리는 것이다.
작년 5월에 나온 장학회 소식지(38호)에는 “이수현씨처럼 아시아의 가교가 되고 싶어 지원했다” “그의 긍정적인 생각과 희생정신을 본받아 한일 간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 등의 장학생 에세이가 실렸다.
-20년 넘게 교류가 이어지네요.
“저도 이렇게 길게 계속될 줄은 몰랐습니다. 보통 일본은 기부금을 모아서 일회성으로 그해에 소진한다고 해요. 그런데 LSH장학회는 나고 드는 기부자는 있지만 계속 비슷한 수준에서 기부금이 모이고 활동이 이어지고 있어요. 장학생도 1200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장학생들을 만나시나요.
“매년 10월 장학금 수여식 때요. 불교에서는 늘 ‘비워라’ 하지만 어떻게 비우나요. 그런데 막상 내 아들이 없어지니 모두 다 내 아이 같아요. 장학생들이 어리숙한 말투로 제게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하는데, 다 내 아이처럼 귀엽고 저도 감사하고요.”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사고 직후에 유학생이나 재일 교포가 편지를 많이 보냈어요. 한국과 한국 사람을 대하는 일본인들 태도가 급격하게 달라졌다는 거예요. ‘학교에서 외톨이였는데 일본 학생들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면서 감사 인사도 하고요.”

'욘사마' 팬클럽도 LSH아시아장학회에 힘을 보탰다. 신윤찬(가운데)씨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욘사마 팬클럽과 만난 모습. /신윤찬씨 제공
사고 이듬해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렸고, 드라마 ‘겨울 연가’가 히트했다. 일본에서 인기가 어마어마했던 ‘욘사마(배우 배용준)’ 팬클럽도 LSH장학회에 힘을 보탰다. 신씨는 요즘도 일본에 갈 때 욘사마 팬클럽 멤버들과 종종 식사를 한다고 했다. “그때는 정말 ‘한일 관계에 뭐가 잘 되겠구나’ 하는 기대를 많이 했어요. 일본에서 손편지가 쏟아지는데 집배원 아저씨한테 미안할 정도였어요. 이렇게 우리 수현이가 (희생해) 한일 관계를 이어주는 끈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아무리 말로 ‘잘 지냅시다’ 한들 그게 잘 안 되잖아요. 수현이가 한일 양국에 남긴 유산이 그만큼 가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윤찬씨 부부가 모아 놓은 수현씨 관련 기사와 일본에서 받은 손편지 스크랩.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일본이 더 기억하고 기리는 일에 열심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한국에서도 2008년에 ‘너를 잊지 않을 거야’라는 제목의 영화가 제작됐고, 기부한 사람도 많아요. 다만 수현이의 죽음에는 일본인들이 더 마음의 빚이 있겠지요.”
-교과서에도 실렸죠.
“한일 양국 모두요. 국정 교과서는 아니지만 수현이 이야기(러시아워의 비극)가 실린 교과서를 채택한 일본 학교에 제가 수업 참관도 갔어요. 발표 수업을 하는데 아이들이 ‘저는 못 했을 것 같아요’ ‘소리만 질렀을 거예요’ 이런 얘기들을 하더라고요. 뭐랄까. 비어 있던 속이 꽉 차 오른다고 해야 할까요? 일본은 옛날 것을 반추하면서 차곡차곡 다져가며 성장해 나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큐에는 어떤 내용이 담기나요.
“그동안 장학생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무엇이 바뀌었는지가 담기겠죠. 처음 신오쿠보역에 갔을 때 놀랐어요. 당연히 스크린 도어는 없고, 선로는 푹 꺼져 있는 데다 플랫폼 사이의 공간도 없고, 도심이라 사람은 바글바글하고요. 역장을 만나 ‘도쿄를 세계적 대도시로 알고 있는데 너무 허술해서 놀랐다’고 말했어요. 차차 스크린 도어도 설치됐는데, 그런 변화를 정리해 보내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몸 움직여 슬픔 잊어냈다
지금은 담담히 회고하지만 그 역시 고행의 길을 길게 지나왔다. 수현씨는 한일 양국에 지극한 감동을 줬다. 사고 직후 한일 양국 정부에서 그에게 훈장을 수여했고, 부산 초읍동 어린이대공원 입구에 추모비가 세워졌다. 모든 사람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아들 잃은 부부를 바라봤다. “그러면 뭐해요. 내 자식은 없는데. 멍했어요. 살아도 살아 있는 것 같지 않고. 그저 매일 아들 보는 마음으로 추모비에 오갔습니다. 망가진 꽃다발도 치우고 추모비를 쓸고 닦고.”

신윤찬씨가 부산 초읍동 어린이대공원 입구 이수현 추모비 앞에 섰다. 24년이 지났지만 요즘도 관광 온 일본인들이 남긴 손편지와 꽃이 놓여 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그러던 어느 날 공원 입구에 한 줄로 길게 늘어선 할머니들과 마주쳤다. 점심 급식을 받으러 온 노인들이었다. 그날부터 밥을 짓기 시작했다. “시장에 가서 나물을 10kg씩 사고, 어르신들 좋아하는 특식으로 카레와 짜장밥을 주로 했습니다. 이웃과 친구가 많이 도와줬는데, 힘에 부칠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또 누구네 중학생 딸이 마침 시간이 된다고 와서 돕고, 희한하게 계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기더라고요.”
까무룩 쓰러진다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이 급식 봉사를 하면서 두 달 만에 오히려 힘을 얻었다. 몸을 움직이며 슬픔을 잊어냈다. 처음엔 매주 두 차례 밥을 해 날랐고, 신씨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기업 등의 후원이 늘었다. “한 18년쯤 했나 봐요. 주변에서 ‘이제 그만 저희도 할 수 있게 자리를 물려 주세요’ 해서 내려놨습니다. 2017년에 남편에게 뇌경색이 왔어요. 일주일에 하루라도 혼자 밥 먹게 하는 게 마음에도 걸렸고요.”

신윤찬(맨 왼쪽)씨가 어르신 급식 봉사를 하던 때 모습. /신윤찬씨 제공
신씨는 요즘도 열흘에 한 번쯤, 한 달에 두 번쯤 시간이 되는 대로 추모비를 찾는다. 24년이 지난 일이지만 요즘도 꽃 한 송이, 부산에 여행 온 일본인의 손편지 등이 더러 남아 있다고. “수현이와 우리가 참 받은 게 많아요. 신세지는 거 싫어합니다. 뭐라도 돌려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많아요.”
-뭘 받으셨나요.
“수현이를 한국에 데려왔는데 묘지가 안 정해져서 정수사라는 절에 100일 가까이 있었어요. 그때 전국에서 목사님, 신부님까지 많은 사람이 찾아와 우리 수현이를 위해 기도해 줬어요. 만나는 일본인마다 또 빌어주고요. 전쟁 때 학도병으로 나간 아이들 엄마는 유골도 못 찾고 어떻게 살았을까요? 내가 괴로워하면 그런 엄마들한테 너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들 이야기는 담담하게 하던 신씨가 갑자기 눈물을 보였다. 무안공항 비행기 사고 이야기가 나왔다. “수현이도 처음에 얼굴을 몰라볼 정도로 많이 상해 있었거든요. 그때 어떤 분이 저에게 ‘센노카제(千の風·천의 바람)’라는 시를 보내주셔서 많이 위로가 됐는데, 유족들에게 이걸 들려주고 싶어요.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마세요/ 나는 그곳에 없습니다/ 저는 빛이 되어서, 새가 되어서/ 당신 창가에 있어요.’”
오는 26일에도 도쿄에 간다. 매년 기일마다 신오쿠보역에서 추모 행사를 하고, 한국에서는 딸 내외와 일본 영사관 인사들이 참석하는 추모식을 갖는다.
“이제 수현이는 나의 아들, 개인 이수현이 아니고 한국과 일본 우호의 상징이 됐습니다. 한일 양국에서 똑같이 훈장을 받은 게 수현이가 처음이래요. 우리나라의 영웅은 일본에서는 아니었잖아요. 이런 비극은 없어야겠지만 수현이 같은 ‘다리’가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
집 안 곳곳에서 그런 흔적이 묻어났다. 일본인에게 받은 편지 수천 통, 관련 기사와 책, 소식지 등을 정리해둔 것만 서재 한쪽 벽면을 가득 채웠다. 거실 장식장 위, 한 일본인이 만들어준 장식품에 적힌 한마디가 눈에 들어왔다. ‘あなたを忘れない(너를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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