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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선택은 행운” 대통령 통역사 출신 주한 외교관의 설날

이현택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01-21 18:23

[인터뷰] 다울렛 이브라예프 주한카자흐스탄대사관 서기관
다울렛 이브라예프 주한카자흐스탄대사관 서기관이 21일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현택 기자
다울렛 이브라예프 주한카자흐스탄대사관 서기관이 21일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현택 기자

다울렛 이브라예프(37) 서기관은 카자흐스탄 외교가에서는 대표적인 한국통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그는 은행에서 통역사로 근무하다가 외교관이 됐다. 기왕 익힌 한국어 실력도 살리고 나라에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직업을 바꾸게 됐다고 한다. 한국어를 배운지 약 20년. 그는 서울 이태원에 있는 주한카자흐스탄 대사관에서 정치와 문화, 인문 교류 등을 담당하고 있다. (괄호 안은 편집자 주.)

-왜 한국어를 배웠나.

“중학교 때였나. 축구를 무척 좋아했는데, 그 때 자주 가던 동네 축구용품점 사장님이 한국인이었다. 매우 친절한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한국인은 친절하고 참 좋구나, 한국이라는 나라도 좋겠구나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고교를 졸업하던 때에 진로를 고민하게 됐다. 그 때 알마티에 있는 한국교육원에서 한국어를 1년 배우고, 이듬해 알마티에 있는 카자흐스탄 국제관계 및 세계언어대학교(카자흐 외대) 한국어학과에 입학했다.”

-외교관이 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

“한국어학과를 졸업하자마자 당시 KB국민은행의 자회사였던 BCC(센터크레디트은행) 통번역부에 입사했다. 통역사로 8년 정도 근무했는데, 한국어 연수를 위해 매년 한 두 차례씩 한국을 방문했었다.”

-은행에서 기억나는 일이 있다면.

“국민은행에서 온 팀장 한 분을 모시고 카자흐스탄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고객들과 회의를 여러 차례 한 기억이 있다. 그 때 팀장은 통역사인 내게 자신의 협상 전략과 방식을 미리 설명했다. 그리고 자신의 협상법을 사전에 충분히 가르쳤다.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도 국내선 비행기에서 회의 중 활용한 말과 써먹었던 협상 기술에 대해서 충분히 복기(復棋)하고 내게 설명해줬다. 실전 협상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외교관이 된 이유가 있나.

“한국어 실력도 활용하고, 나라를 위해서 일하고 싶어 외교관이 됐다. 외교관이 되기 전, 은행을 다니면서 한국어 순차 통역, 동시통역을 배웠다. 이후 2014년 카자흐스탄 외교부 전문 통역사 시험을 통과해 자격을 땄다. 그 이후 통역사로 일하다가 2019년 카자흐스탄 외교부에 들어가게 됐다.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에서 일하다가 한국으로 부임했다.”

-기억에 남는 통역이 있다면.

“2016년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당시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방한 때 정상회담 통역을 했고, 201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방문 당시 통역을 맡았다. 회담이 끝나고 나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국어 잘 하는데 어디서 배웠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따스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이브라예프 서기관은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방문 당시 카자흐 측 통역관으로 활약했다.)

-2021년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한국으로 봉환할 당시 카자흐 측 실무를 맡았는데.

“대단한 역할을 한 것은 아니고, 대사관 직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은 양국 관계에서 매우 상징적이고 중요한 행사였다고 생각한다. 한 번은 내가 주유소에 갔는데, 근무하는 직원분이 내가 카자흐스탄 사람인 것을 알고는 고맙다고 말하더라.”

-한국에서 맞이하는 몇 번째 설인가. 연휴 때 어떻게 지내나.

“2020년 부임해서 세 번째 설이다. 평소 일이 많아 가족과 지낼 시간이 적었는데, 가족과 쉬면서 연휴를 보낼 생각이다.”

-카자흐스탄에도 설날 같은 명절이 있나.

“중앙아시아의 설날이라 불리는 ‘나우르즈’ 명절이 있다. 이 때 가족끼리, 친척끼리 모여서 서로 놀러도 가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나눠먹는다. 카자흐식 그네를 타기도 한다. 한국과 다른 점은 카자흐 그네는 두 명씩 탄다는 점이다. 한국 그네가 대개 한 명씩 타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줄다리기 문화도 있고, 씨름과 비슷한 쿠레스라는 운동도 있다. 설날에 부모님을 찾아뵙고, 일상생활에서 어르신들을 존경하는 문화도 비슷하다. 하지만 세뱃돈 문화는 없다.”

21일 다울렛 이브라예프 주한카자흐스탄대사관 서기관이 조선일보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를 전하고 있다. /이현택 기자

-카자흐스탄에는 고려인도 많이 거주하는데.

“카자흐스탄 전역에 고려인이 10만명 넘게 산다. 고려인들은 한국의 풍속과 문화를 잘 유지해 왔다. 돌잔치도 하고 환갑잔치도 하며, 떡도 만들고 김치도 담근다. 고려인들은 설날에 가족들이 모여 떡국을 먹고 전통 공연이나 콘서트를 즐기기도 한다.”

-한국 생활은 어떤가.

“아주 좋다. 나는 한국어가 내 미래를 열어줬다고 생각하고, 학창시절 한국어를 선택한 것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한국어 덕분에 평범한 학생에서 시작해 정상회담 통역도 하고, 지금은 외교관으로 일하고 있다. 또한 한국이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알게 되는 것도 재미있다. 또 딸(7세)이 한국 유치원을 다녔고 동네 태권도 학원을 다녀서 귀엽게 한국어를 구사한다. 지켜보고 있으면 참 신기하다.”

-한국 전체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가.

“서울에서는 남산, 광화문 광장, 청계천, 명동, 신촌, 어린이대공원 등을 좋아한다. 전국에 있는 명소 중에서는 석굴암과 낙산사를 좋아한다. 하지만 한국 내 여행을 제대로 해본 적은 별로 없다. 대개 출장으로 가서 지나친 정도다.”

-해외 투자처로서 카자흐스탄에 대해 소개한다면.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국가 중 대한민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다. 지난해 무역 규모가 65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한국에서 유치한 투자액도 11억 달러나 된다. 삼성, 현대차, SK건설, 롯데제과, 포스코 등 한국의 대기업들이 카자흐스탄에 진출해 있다.”

-끝으로 조선일보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를 전해달라.

“설 명절이 돌아왔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바란다. 올 한 해도 웃으면서 지내시기를 바란다. 대한민국의 무궁한 번영을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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