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오는 13~14일(현지 시각) 내년 세계경제와 금융 시장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발표가 잇따라 나온다. 11월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3일 발표되고, 이튿날인 14일 오후 2시(한국 시각 15일 오전 4시)에는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에 나선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번 13~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지난 6월부터 이어진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더 이상 이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제롬 파월 의장이 예고한 대로 ‘빅 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연준이 감속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높은 수준인 인플레이션을 꺾기 위해 내년에도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만큼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음은 계속 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11월 소비자물가 상승 폭 낮아질 전망
시장의 관심은 오는 13일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할 11월 소비자 물가 지수로 쏠려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전망치는 작년 같은 달 대비 7.3% 상승이다. 이대로라면 7.7%였던 10월보다 낮아지면서 지난 6월(9.1%) 이후 5개월 연속 상승 폭이 줄어들게 된다. 전망치와 같거나 낮은 수치가 발표될 경우 금융시장이 안도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9일 미시건대의 조사에서 기대 인플레이션(1년 후 물가 상승 전망치)이 4.6%로 최근 15개월 사이 최저치였던 것은 연준의 속도 조절론에 힘을 보태는 긍정적 요인이 됐다. 온라인 거래 가격 추이를 따져보는 어도비 디지털 물가지수도 11월에 작년 같은 달보다 1.9% 낮아져 최근 31개월 사이 가장 하락 폭이 컸다.
그러나 11월 소비자 물가가 전망치보다 높게 나올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불확실성이 커져 금융시장에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지난 9일 발표된 11월 미국의 생산자 물가 상승률은 7.4%로 5개월 연속 상승 폭이 둔화되기는 했지만 시장의 전망치(7.2%)보다 높았다. 이에 따라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고 연준의 통화긴축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커져 뉴욕 증시가 타격을 입었다. 이날 다우평균이 0.9%, 나스닥지수가 0.7% 각각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11월 소비자 물가가 전망치보다 높다고 하더라도 연준이 예상대로 빅 스텝으로 감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 예측 모델인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툴’은 11일 이달 FOMC에서 빅 스텝 확률을 78.2%로 내다봤다. 그러나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파월 의장이 강한 매파적(금리 인상 선호 경향) 발언을 내놓아 금융시장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미국 금리 5% 넘길 듯…경기 침체 우려 커져
이번 FOMC에서 연준 위원들이 최종금리 수준을 어느 정도로 제시할지도 관심사다. 지난 9월 전망 때 연준 위원들은 내년 말 기준금리로 평균 연 4.6%를 제시했다. 이번에는 연 5%를 다소 웃도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연 5~5.25%까지 올린 뒤 내년 연말까지는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높은 금리 수준이 오래 유지될 경우 경기가 침체에 빠질 확률은 높아지게 된다. JP모건은 “기업 실적이 악화되고 있고, 통화긴축 지속에 따른 금융시장의 약세장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미국 고용지표는 서서히 나빠지고 있다. 9일 발표된 미국의 12월 첫 번째 주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23만건으로 최근 10개월 사이 최대치였다.
특히 금리에 민감한 IT·부동산·금융 분야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대량 해고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가 1만1000명을 감원했고, 트위터도 4000명 가까운 직원들을 내보냈다.
미국 경제가 심각한 침체에 빠지지 않고 회생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9일 “공급망 병목이 점차 해소되고 인플레이션도 점진적으로 둔화되고 있다”며 “여전히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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