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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L에 번진 인종차별 미투(Me Too) 운동

손상호 기자 ssh@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9-11-29 12:44

캘거리 감독 10년 전 인종차별 발언으로 사임
NHL 선수들 인종차별·갑질 고발 이어져

▲ 아킴 알리우(왼쪽)와 빌 피터스 (사진=Akim Aliu Instagram/Calgary Flames Instagram)



캐나다 최고 인기의 스포츠리그 북미하키리그(NHL)에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인종차별에 대한 고백이다.


본격적인 NHL판 미투 운동은 전혀 생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됐다. 토론토 메이플립스(Maple Leafs)는 지난 20일, 4년 동안 팀을 이끌고 있던 마이크 뱁콕(Babcock) 감독을 성적 부진으로 전격 해고하자 현지 언론은 3년 전 뱁콕 감독이 당시 신인이던 미치 마너(Marner)를 괴롭혔던 ‘갑질’ 사건에 대해 보도했다. 그에 흑인계 캐나다인 하키 선수 아킴 알리우(Aliu)가 본인도 감독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던 것이 미투 운동의 시작점이었다.


알리우는 지난 25일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10년 전 프로 신인 시절 자신이 라커룸에서 틀어 놓은 음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팀 감독으로부터 수없이 많은 인종차별적인 언어(N word)를 들었다고 고백했다. 알리우는 그 트윗에 감독의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하키 팬들은 NHL 캘거리 플레임스를 맡고 있는 빌 피터스(Peters) 감독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의 트윗은 팬들을 중심으로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했고, 그 당일 바로 플레임스 구단은 피터스 감독에 대한 내부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틀 후 피터스 감독은 성명서를 통해 10년전 알리우에게 했던 인종차별 발언에 대해 인정하며 사과를 했지만 불길을 진압하기에는 늦었다.


결국 피터스 감독은 29일 오전 감독직에서 사퇴했다. 피터스 감독은 지난해 플레임스를 13년 만에 처음으로 디비전 우승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던 지도자였다. 그러나 이번 인종차별 스캔들로 피터스 감독이 또다시 NHL에서 감독 자리를 맡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사실 백인 선수들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NHL에서 인종차별 문제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인종차별에 점점 민감해지는 캐나다 사회만큼 캐나다인이 가장 사랑하는 NHL도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캐나다 대표 하키 해설가 돈 체리(Cherry)는 수십년 전부터 방송을 통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지만, 방송국으로부터 별다른 조치는커녕 사과조차 하지도 않고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달 초 그는 방송 중 이민자 차별적 발언을 했다가 그가 30년간 이끌던 TV 프로그램 ‘코치스 코너’에서 하차하기도 했다. 피터스 감독이 10년 전에 지나가듯이 했던 인종차별 발언으로 인해 사임한 것 역시 NHL 변화의 바람과 일맥상통하다.


알리우의 고백을 시작으로 많은 유색 인종계 선수들이 용기를 얻기 시작했다. 현재 NHL을 대표하는 흑인 선수들인 PK 수반(Subban)과 웨인 시몬즈(Simmonds)도 캐나다에서 어린 시절부터 하키를 하며 수없이 많은 인종차별을 겪었다고 고백했고, NHL 간판 싸움꾼이었던 조지 라롸크(Laraque)는 어린시절부터 인종차별을 하는 상대 선수들과 싸우다 보니 최고의 파이터가 됐다며 씁쓸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인종차별뿐만 아니라 감독으로부터 당한 ‘갑질’ 폭로도 은퇴 선수들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어 NHL판 미투 운동은 점점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손상호 기자 ssh@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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