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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만의 미·북 실무협상 결국 결렬 ···  北 "美 빈손으로 나와 매우 불쾌하다"

밴조선에디터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9-10-06 14:11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와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가진 비핵화 실무 협상이 결렬됐다. 지난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7개월만에 재개된 미·북간 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 등 북한 대표단이 5일(현지시간) 스웨덴 주재 북한대사관을 나서 인근 미북 실무협상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길은 이날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에 위치한 콘퍼런스 시설인 '빌라 엘비크 스트란드(Villa Elfvik Strand)'에서 실무협상을 마친 뒤 성명을 통해 "미국이 빈손으로 나왔다"며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김은 "협상은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됐다"면서 "나는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협상이 아무런 결과물도 도출되지 못하고 결렬된 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한 데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은 그동안 유연한 접근과 새로운 방법, 창발적인 해결책을 시사하며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하였으나 아무것도 들고 나오지 않았으며 우리를 크게 실망시키고 협상 의욕을 떨어뜨렸다"며 "미국 측이 협의를 위한 실질적인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협의를 중단하고, 연말까지 숙고할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연말까지 교착 상태를 풀 타개책을 검토하라는 것이다. 김명길은 그러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 유지 여부는 미국에 달렸다"고 했다.

구체적인 협상 결렬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김명길의 성명 내용으로 볼 때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 등 양보안을 미국 측이 내놓지 않았거나, 미국이 북한에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 제시를 요구하는 등 기존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명길이 ICBM 시험발사 중지 유지 여부가 미국에 달렸다고 언급하고 나온 것은 미국 측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김정은이 작년 6월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 때 한 ICBM 발사 중지 약속을 깰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의 잇단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도 "핵실험과 ICBM 발사가 사라졌다"는 말만 하며 미·북 대화 성과를 과시해왔다. 내년 대선 재선 도전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 큰 양보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 2017년 11월 29일 ICBM인 '화성-15형'을 발사한 후, 2년 가까이 핵실험과 ICBM 발사를 하지 않고 있다. 

미·북 양측 대표는 이날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와 새로운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이행 방안을 논의했다. 전날 권정근 전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과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대북특사 등 차석대표급 인사 간에 이뤄진 예비접촉도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날 김명길·비건 실무협상에서 모종의 합의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국내적으로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인해 의회의 탄핵 추진 공세에 몰려 있어, 이를 돌파하기 위해 북한과 모종의 합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오던 터였다. 북측 실무협상 수석대표인 김명길도 스톡홀름으로 떠나기 전 중국 베이징(北京)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미국 측에서 새로운 신호가 있었으므로 큰 기대와 낙관을 가지고 가고, 결과에 대해서도 낙관한다"고 말했다. 조윤제 주미대사도 이날 "미국이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 때보다 훨씬 유연해졌다"고 했다.

하지만 북측이 실무 협상 결렬을 선언함에 따라 미국 측이 여전히 영변 핵시설 폐기 이외의 '플러스 알파(α)'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런가 하면 북한이 대북 제재 부분 해제 이상의 전면적 해제를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4일 두 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이 영변에 있는 주요 핵시설 해체와 고농축 우라늄 생산 중단에 합의하면 섬유·석탄 수출 제재를 3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미국이 준비해왔다고 보도했다. 이런 안이 실제 실무 협상 테이블에 올랐더라도 북한이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김명길이 이날 미국 측에 연말까지 숙고하라고 권고했다고 밝힌 점으로 미뤄 미·북 협상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당초 김정은이 연말로 설정했던 협상 시한을 내년까지 더 끌고 가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말로 가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일정이 본격화하기 때문에 더 유리한 조건에서 협상에 임할 수 있다고 보고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북한이 애초부터 무 협상에는 의욕이 없었다"고도 보고 있다. 실무 협상보다는 시간이 갈수록 급해지는 트럼프를 상대로 한 담판을 통해 원하는 걸 얻어내려는 일종의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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