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성폭력 범죄의 피해자였습니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홍지동 상명아트센터. 가수 알리(27·본명 조용진)는 얼굴을 숙인 채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의 옆에는 현재 한 인터넷 언론사 사장인 알리의 아버지 조모씨가 앉아 있었다.
조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알리를 대신해 사과하고 싶습니다. '나영이'라는 노래가 사회적 물의를 빚게 돼 정말 죄송하고 나영이와 부모님께 사죄드립니다. 이 자리에서 사죄의 말씀과 아울러 제 딸아이와 제 가족의 사연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알리와 가족에게는) 3년 반 동안의 고통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알리가 ('나영이' 노래가 담긴) 음반이 폐기된 날 다 말하자고 했지만 저는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연을 몰라 많은 분들이 (알리를) 질타하시는 것 같아 가족 프라이버시에 대해서도 함께 말씀드리게 됐습니다." 딸이 쓴 기자회견문을 대신 읽은 것이다.
"저 혼자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비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파문을 겪으면서 오해를 풀고 싶어 비밀을 공개하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습니다. 노래를 만들게 된 제 의도와 진정성마저 의심받게 되자 저는 부모님과 가족 동의를 얻어 이렇게 말씀드리게 됐습니다."
알리가 말하는 '노래'는 14일 발표한 새 앨범 수록곡 '나영이'이다. 2008년 경기도 안산에서 50대 남성 조두순에게 강간·상해를 입었던 8살 어린이 나영이(가명)에 관련된 내용을 담았다.
노래가 발표되자 일부 네티즌들은 알리가 작사·작곡한 이 노래의 가사 중 ‘청춘을 버린 채 몸 팔아 영 팔아 빼앗겨버린 불쌍한 너의 인생아’ ‘더럽혀진 마음 그 안에서 진실한 순결한 그 사랑을 원할 때’ 등을 문제 삼았다. “‘몸 팔아’는 나영이를 ‘몸 파는 여자’로 묘사한 것이다” “피해자를 이용해 돈벌이에 나섰다” “노이즈 마케팅도 불사하는 파렴치한 수법” 같은 댓글이 쏟아졌다. 가사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 해도 작사자인 알리가 정확히 어떤 뜻으로 그렇게 썼는지 경위와 진의를 파악하거나 설명을 들어보지도 않은 채 ‘인신공격’부터 벌인 것이다.
27세 미혼 딸이 아버지와 함께 대중 앞에 서서 네티즌의 오해를 풀겠다며“나는 성폭행 피해자”임을 공개했다. 16일 서울 상명아트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울고 있는 가수 알리(오른쪽)와 아버지 조모씨. /뉴시스
파장이 확산되자 알리는 14일 밤 소속사를 통해 보도자료를 내고 “‘몸 팔아 영 팔아’ 등의 부분은 가해자(조두순)의 파렴치한 인격을 비판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나영이에게 희망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데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지 못하고, 사전에 나영이와 가족에게 동의나 양해를 얻지 못한 건 전적으로 제 과오”라고 밝힌 뒤 인터넷 음원을 내리고 음반도 전량 수거·폐기하겠다고 했다.
알리의 이런 사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부 네티즌들은 ‘댓글 공격’을 그치지 않은 채 “출연하고 있는 방송(KBS ‘불후의 명곡’)에서 당장 하차하고 노래를 그만두라”고까지 했다.
16일 기자회견은 이런 상황에서 열렸다. 알리는 회견문에서 “2008년 6월 평소 알고 지내던 모 단체 후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얼굴을 주먹으로 맞아 광대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4주의 중상을 입었고 실신한 상태에서 택시에 태워져 끌려가 당했다”고 밝혔다. 알리는 “범인은 1심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명령 200시간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으나 아직까지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아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리가 성폭행당한 사실을 공개한 데 대해 네티즌들은 “이제 오해가 풀렸으니 노래 열심히 해 달라” “성폭행 피해자면 다른 피해자를 힘들게 만드는 노래를 불러도 되느냐. 당장 은퇴하라”는 등의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심재웅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악플로 인해 상처를 입고 자살하는 연예인들의 사례를 수차례 보아 왔음에도 네티즌들이 태도가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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