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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색깔 무지개가 하나의 색보다 더 아름답다

문철한 원정대원 월간산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9-14 09:58

캐나다 로터스 플라워 타워 등반기…①

청악산우회 창립40주년 기념 로터스 플라워 타워 등반기 


등반 일기 속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10여 년 동안 언제나 울고 있던 사진 한 장에게 자유를 줄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는데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제 헬기를 타고 빙하와 호수를 넘어 연꽃-로터스 플라워 타워(Lotus Flower Tower)를 보러 간다. 하얀 연꽃. 많은 등반가들이 그리워했던 연꽃…. 그리움도 끝이다. 매년 2~4개 팀만 이 지역을 등반하지만 이 아름다운 ‘연꽃’을 올라가는 사람은 몇 명 없다.

 

너무도 아름다운 빙하와 능선을 지나자 버슬 타워(Bustle Tower)와 테라스 타워(Terrace Tower)가 눈에 들어온다. 좌측 계곡으로 돌아서면 로터스 플라워 타워가 보일 것이다.

 

나의 두 눈은 남동릉 루트를 보고 있고 빗방울 사이로 침니가 보인다. 나의 어깨에는 벌써 힘이 들어가고 왼손은 앞쪽 의자 머리받침을 잡고 오른손은 허리를 만지고 있다. 이놈의 연꽃 때문에 꿈속에서도 나의 헥센트릭이 몇 번이나 울었고, 프렌드와 카라비너도 울었다. ‘나의 아내 앵글하켄’이 매번 놀아주지 않는다고 투정할 때마다 ‘다음에’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그런 황당한 꿈을 깬 나에 입에서는 ‘지금’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지금’.

 

▲ 베이스캠프에 ‘연꽃 국가’가 형성되었다. 휴이 스파이더를 중심으로 좌측 협곡에 프로보시스 부스티에 타워(Proboscis Bustie Tower)와 테라스 타워(Terrace tower), 우측 협곡에 로터스 플라워 타워와 탈라가타 타워(Talagata Tower)가 보인다

 

▲ 제15피치 등반을 위해 등반 중인 문철한(상단벽). 14피치에 전양준·조금석, 13피치에 김경희·원종민.


 
베이스캠프에 국민 총 6명인 ‘연꽃 국가’ 탄생
헬기는 로터스 플라워 타워 제6피치 종료지점을 회전하고, 휴이 스파이어(Huey Spire)가 다시 보인다. 다음은 푸른 잔디 위의 베이스캠프일 것이다. 고도를 낮추어 가는 헬기 속에서 연꽃과 만나는 순간 이별해야 한다는 생각에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온다. 울음소리가 더욱 커진다.

 

등반장비와 약속을 지켜서 울고, 친구·선배와의 약속이 이루어져서 울고, 아무도 없는 공간에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들과 있어서 울고, 이제는 등반을 하지 않아도 내 마음속의 정상에 있기에 울고. 내 자신이 연꽃으로부터 자유를 찾았기에 울고…. 옆에 있는 친구 혁민도 울고, 원종민 선배도 울고 있다.

 

우리 모두 로터스 플라워 타워를 바라보며 다섯 살짜리 아이들처럼 울고 웃고 있는 사이 전양준 선배와 김경희가 탄 헬기가 도착한다. 이제 조금석 선배만 도착하면 세상에서 제일 작은 국가가 탄생한다. 국민 총 6명, 국가명 ‘연꽃’….

 

로터스 플라워 타워는 캐나다 유콘주와 노스웨스트주의 경계 지역에 위치하며 알래스카와도 가까운 거리에 있다. 등반은 6월 말에서 8월 말까지 이루어지며, 초등은 1968년 8월 매카시(J. McCarthy), 빌(S. Bill), 프로스트(T. Frost) 세 클라이머가 해냈다. 일본 등반대는 1970년도 초반에 등반했고 1999년 7월 버슬 타워에 베핀(Beppin·Beautiful Women in Japanese, 총 13피치, V, 5.10a, A3-) 루트를 개척했다. 또한 베핀아일랜드가 소개되기 전까지 로터스 플라워 타워는 세계 10대 거벽 등반지로 꼽혔으며, 수직고 약 750m, 총 22피치 등반이 이제는 총 18피치로 단축되었다.

 

▲ 1 제13피치 등반 중인 유혁민 대원. 아래로 제10피치의 작은 집이 보인다. 2 16피치를 등반하는 유혁민. 10피치 텐트가 보이고, 멀리 글레이셔레이크와 휴이스파이더가 보인다.


만약 우리 산악인들이 이곳을 등반한다면 6월 중순에는 눈이 있을 것이고 8월 말 이후에는 해가 짧아져 오랜 시간 동안 등반하기가 힘들 것이다. 등반시즌에도 우리는 매일 비와 친구가 되어야 했다. 그로 인해 베이스캠프 주변과 바위 면은 이끼 천국이었다. 우리가 현지에 머무는 동안 단 이틀만 날씨가 좋았고, 이틀간도 비가 흩뿌리는 가운데 등반했으머, 정상에 오르던 날에는 우박과 눈이 등정 파티를 열어주었다. 하지만 캠프 주위에는 많은 볼더가 있어 스포츠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었다.

 

우리 등반대는 흔적을 남기기 위해 시도했으나 날씨가 나쁘고 장비가 부족해 스포츠클라이밍 루트밖에 개척할 수 없었다. 너무나 행복해서 울던 기억 때문에 ‘해피 크라잉(Happy Crying)’이라 이름지었고, 전 세계의 모든 등반가들은 나의 가족이라는 의미에서 ‘패밀리(Familly)’라는 이름도 지었다. 또한 청악산우회 창립40주년 기념행사와 개인적으로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와 마흔을 맞았다는 것을 기념해 ‘40 years’라는 스포츠클라이밍 루트도 개척했다.

 

로터스 플라워 타워는 1994년 <클라이밍(Climbing)>이란 산악전문지에서 처음 본 이후 1999년 알래스카 발데즈빙폭과 요세미티 등반 중에 다시 한 번 접하게 되었다. 당시 등반을 결심한 벽을 12년 지난 지금에서야 마주하게 된 것이다. 고인이 된 미국 클라이머 토드 스키너의 등반 사진 한 장이 항상 내 일기장에 있었고, 2005년 영국에서의 등반강사 교육 중 큰 액자 사진과 2008년 영국인 친구의 등반으로 새로운 정보들을 알 수 있었다.

 

등반자료와 달리 등반 중 많은 차이점이 있었다. 등반개념도와 사진 상의 개념도 등의 차이로 버슬 타워의 클럽 인터내셔널(Club International) 루트는 등반하다가 철수해야 했고, 로터스 플라워 타워 남동릉 루트 마지막 18피치에서 30m 하강 2번이 약 35m 하강으로 늘어났다. 만약 60m 로프 1동으로 하강했다면 ‘슬프고 비극적인 추억’을 만들었을 것이다.

 


연꽃 국가 국민은 원종민 선배 지시 아래 30분 만에 주변 정리를 마친 뒤 나를 포함해 3명은 동네 순찰을 하고, 원종민 선배를 포함한 3명은 저녁 준비를 한다. 우리는 아름다운 공간에서 헬기와 수상비행기 운행 중 몇몇 대원은 낮잠을 청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름다운 풍경에서 잠을 잤다는 것은 분명 고소증세다. 모두들 등반에 대한 갈증이 극도로 심해져 있지만 한 발짝 뒤로 후퇴하는 것이 더욱 안전한 방법이기에 내일은 휴식을 하며 볼더링과 스포츠클라이밍을 하기로 결정했다.

 

7월 18일. 새벽부터 모두 로터스 플라워 타워만 바라보고 있다. 아름다운 잔디에 낸 나의 발자국 때문에 미안한 감정이 들고, 아름다운 풍경에서 담배를 피우는 나 자신이 점점 미워질 수밖에 없다. 잠깐이나마 맨발로 걸어보고 담뱃재를 재확인하고 간단히 아침 식사 후 사진 상으로 본 ‘코브라 5.13b’ 쪽으로 이동해 모두 볼더링과 스포츠클라이밍 루트를 즐기지만 나의 눈은 연꽃 주위를 둘러보며 시간에 따른 해의 움직임만 살피고 있다. 아침 7시에 벽 전체에 햇빛이 들어오기에 최소 6시에 등반을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하루에 등반을 끝내려면 새벽 5시30분 출발해 10피치에 9시30분에 도착해야 하고 하강 완료 시 밤 9시30분 정도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므로 차후 우리 대원 중 3명은 벽 밑에서 비박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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