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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사랑으로 좋은 분들 많이 만났죠”

한혜성 기자 helen@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2-10 12:02

[밴쿠버 이민사를 기록한다6] 이영화 원로 목사

주로 캐나다인을 대상으로 목회를 하다가 90년대 말에 은퇴한 뒤 2006년도부터 밴쿠버 로컬 영자신문으로 교민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한인 사회에서 유명해진 강사가 있다. 현재 원로목사회 회원이기도 한 이영화 원로 목사(73세)다.

매주 월요일엔 밴쿠버 웨스트 커리스데일 캐나다 장로교회에서 오전∙오후에 2시간씩 영어를 가르친다. 화요일에는 써리의 한 교회에서 영어신문 수업을 담당하고 있고 금요일에는 코퀴틀람 한인회관에 강의를 나간다. 그 날 신문에 나온 흥미로운 기사나 칼럼을 중심으로 영문법을 분석하고 예문 영작을 하는 것이 그의 수업 방식이다. 찾는 학생이 많다보니 가까운 시일 내에 수업을 늘릴 계획도 세웠다. 왕성한 활동이다.

간호사였던 아내의 건강식단과 규칙적인 운동 덕에 정정함을 유지하는 이목사는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이 좋다고 했다. 자연이 아름다운 캐나다에 살면서 작은 것에도 기쁨을 찾는 친절한 캐나다 교인을 많이 만난 것이 이민생활의 큰 행복이라는 그의 이민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은퇴 후에 밴쿠버 한인사회에서 로컬신문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이영화 원로 목사.>


 

영어를 잘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영어를 잘하려면 우선 영어를 좋아하고 많이 접해야한다.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이를 친구로 두고 영어를 많이 사용한다면 좋든 싫든 영어회화 실력은 늘게 되어있다.


내가 영어를 처음 접한건 한국 소학교(지금의 초등학교) 시절이었다. 그 때 다닌 교회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외국인의 영어강의를 들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는 한국에 들어온 구세군 교회의 영어 수업을 대학생들 틈에서 듣기도 했다. 그 무렵 루스라는 미국인 목사님을 알게됐다. 한국어를 가르쳐달라고 고등학생인 나에게 요청하셨는데 마침 목사님이 머무시던 곳에 영어를 사용하던 사람이 모두 6명이나 됐다. 한국어를 가르치더라도 내가 영어를 사용해야 하니 자연스럽게 영어실력이 늘었다. 배우면 배울수록 영어가 너무 좋았다. 그래서 대학교도 영문과(고려대학교)에 진학했다. 졸업 후에는 코리아 해럴드에서 영어연구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70년대에 아내를 따라 캐나다에 정착해서 연방정부 조달부에서 7년정도 일을 했고 목사가 되고나서도 서양교회에서 주로 봉직했다.

영어를 가르친 경력이 있나?
연방정부 일을 끝내고 2주간 한국으로 휴가를 간 적이 있다. 모교인 고려대학교에 찾아가 존경했던 교수님들을 뵈었다. 그런데 한 영문과 교수님이 내가 캐나다 연방정부에서 일했다는 걸 듣고는 그 정도 영어실력이면 강의를 해도 되겠다며 기회를 주셨다. 뜻하지 않게 1학년 교양과목을 한학기 가르치게 됐고  그 이후에 다른 대학에서도 요청을 받아 토플, 영어회화, 문법 등을 가르쳤다. 오래 머물진 않았고 가족이 그리웠기에 몇학기 후 다시 가족이 있는 캐나다로 돌아왔다.

목사가 된 계기는?
한국에서의 강의를 마치고 캐나다에 돌아와서 초청이민으로 어머님을 모셨는데 오신지 얼마되지않아 세상을 떠나셨다. 아버지는 내가 생후 100일 만에 돌아가셨고 어머니께서 사랑으로 우리들을 키우셨다. 사랑이 참 큰 분이셨다. 그런 분이 돌아가시니 마치 삶의 모든 것을 잃은 것 같았다. 도저히 몸을 추스릴 수 없어서 온타리오주 북부에 가서 10일 단식기도를 했다. 7일째 되던 날인가 온 몸이 뜨거워지면서 신학교에 가라는 영적계시를 받았다.

 
다시 토론토로 돌아와 토론토 대학교의 워털루 루터 신학교를 다니다가 녹스(Knox) 신학교로 편입해서 목사가 됐다. 온타리오주에서 목회를 하다가 BC주로 와서 프린스루퍼트와 자스퍼의 캐나다 장로교회에서도 각각 몇년간 봉직을 했으며 자스퍼와 밴쿠버에서는 한인교회를 개척하기도 했다.

<▲ 토론토 대학교의 녹스 신학교 졸업식에서 딸 캐롤라인과 이영화 목사.>


캐나다에서 목회를 해보니 어떤가?

캐나다인 교인은 주로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계가 많은데 삶 속에서 크리스찬다운 모습을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돈과 관련된 일은 투명하게 하고 서로간의 예의도 깍듯이 지킨다. 교회 내에서 자기가 맡은 일이 있으면 겉으로 드러내기보다 조용히 최선을 다해 처리한다.


반면 한인 교인은 기도를 참 열심히 하는 것이 장점이다. 새벽기도를 하거나 평소에도 기도를 참 많이 하는 모습을 보면 감동으로 가슴이 뜨거워진다. 하지만 삶에서는 크리스찬다운 모습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공동체 안에서 배타적이거나 자신이 한 일을 과시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 그렇다는 건 아니다.


70년대에 이민을 왔다고 했다. 아시아계가 비교적 적을 땐데 인종차별은 못 느꼈나?
네버(Never)! 전혀 없었다.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들은 그냥 사람이 나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피부 색깔로 사람을 차별한다는건 말이 안된다. 아마 오해나 열등의식이 있을 것이다. 원래 사람이 친절하고 긍정적으로 대하면 상대방도 그렇게 대한다. 반대로 경계하고 사람을 대하면 상대방도 불안하게 느끼고 어색하게 대하기 마련하다. 사랑이 많은 사람은 차별대우해보라고 돈을 주면서 하라고해도 못한다. 또 자존심(self-esteem)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착하게 대한다.

커리스데일 영어수업에 특별히 도움을 주는 지인이 있다고 들었다.
조지 롭(Robb)씨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사이자 병원장이면서 커리스데일 장로교회(Presbyterian)의 장로다. 메트로 밴쿠버의 장로교회 목사∙장로 총무회의에서 몇 년 전에 처음 만났다. 개인적으로 나와 친해지면서 원로목사의 어려움을 알고 재정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했다. 언젠가 한국사람을 상대로 영어를 가르쳐보는 건 어떠냐고 제의하길래 좋은 생각이라고 했고 그 댓가로 롭씨가 매달 직접 나에게 강의 사례비를 준다. 덕분에 학생들은 무료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하나님이 맺어주신 참 고마운 사람이다.

 
성경에서 특히 좋아하는 구절이 있나?
다 좋지만 그 중에서 요한복음 3장 16절과 필립보서 4장 4절~9절이 가장 와닿는 구절이다. 또, 성경에 보면 ‘어미가 자식을 버릴지라도 나는 너를 버리지 않겠다’는 하나님의 말씀이 있다.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보다 더 큰 하나님의 사랑을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푸근해지고 따뜻해진다. 하나님이 ‘나는 사랑이다’라고 하신 그 말씀도 좋다. 


한혜성 기자 helen@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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