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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자가 개입하면 문제는 해결될 수 있습니다”

한혜성 기자 helen@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2-22 12:24

[인터뷰] 집단 따돌림 전문 강연가, 짐 조단(Jordan)

교내에서 벌어지는 ‘집단 괴롭힘(Bullying)’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초등학교에서조차 언어폭력이나 왕따같은 괴롭힘이 존재한다. 더 큰 문제는 피해를 입은 아이가 자신이 겪은 수치스러운 일을 어른에게 알리기 싫어한다는 점이다. 학부모는 이유도 모른채 자녀가 소극적으로 변하고 성적이 하락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워할 수 밖에 없다.

조직 내 괴롭힘의 해결법을 제시하는 동기부여 강사, 짐 조단(Jordan∙사진)씨는 북미 전역의 학교∙회사를 찾아다니며  “악순환을 끊으려면 ‘주변인(제3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무슨 말일까? 메트로타운 메트로폴리스 초청으로 버나비 지역 초∙고등학교에서 강연을 하기위해 밴쿠버를 찾은 조단씨(사진)와 지난 16일 전화 인터뷰를 나눴다. 


전문가로서 괴롭힘(bullying)의 정의를 내리자면?
1인, 혹은 집단이 힘없는 개인을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행동을  말한다. 1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집중적이고 공격적이며 상습반복이 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괴롭힘의 종류는 굉장히 많다. 뒷담화(gossiping), 성추행, 위협, 상처를 주는 놀림(뚱뚱해, 못생겼어), 왕따  등이 있다. 소셜 네트워크 사용이 보편화된 요즘엔 사이버 상에서도 괴롭힘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자녀가 피해자란 사실을 어떻게 알아챌 수 있는가?
자녀의 평소행동을 가만히 살펴보면 안다. 아프다면서 학교에 가기 싫어하거나 방과 후 학교로 데리러 와달라는 요청이 빈번하면 한번쯤 의심을 해보는 것이 좋다. 예상치 못하게 성적이 떨어진 경우에도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아이가 괴롭힘을 당하면 그 문제에서 벗어날 것만 생각하기 때문에 집중을 할 수 없고 자연히 성적하락으로 이어진다. 이 외에도 평소보다 학업에 적극적이지 않다거나 아이의 말수가 적어지는 등 소극적으로 변하는 것도 집단 따돌림 피해자의 증상이다.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보통 문제가 해결되지 않나?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아이들은 부모나 교사가 괴롭힘 사실을  알아채는 것을 두려워한다.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이야기하면 “왜 우리 아이를 괴롭히냐”고 학교에서 난리를 칠 것이라는 걱정도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어른보다 오히려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거나 스스로 껍질 안에 숨는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을 몰아내려면 무엇이 중요한가?
내가 회장을 맡고있는 괴롭힘에 관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단체, ‘리포트 불링(Report Bullying)’은 ‘주변인(제 3자∙bystander)의 개입’이 그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가해자의 행동 자체를 교정하려고 하는 해결책은 겨우 5~10% 의 효과 밖에 얻지 못했다. 하지만 제 3자가 개입해 행동을 저지한다면 효과는 90% 이상으로 늘어난다.


우리는 이 것을 ‘캠프파이어 분석법’이라고 한다. 가해자가 불(spark)을 붙일 수 있는 불꽃이라면 피해자는 연료(fuel)다. 이 때 괴롭힘이 일어나도록 가만히 방관하는 주변인은 불이 더욱 커지게 만드는 산소(oxygen)와도 같다. 피해자가 생기도록 지켜만 본 학생들도 가해자 만큼이나 책임이 있다는 것이 우리가 말하고 싶은 바다. 가해자는 관심을 받고 싶어한다. 옳지못한 일이라도 자신의 강해보이는 행동에 대해 인정을 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면 가해자는 흥미를 잃고 행동을 멈출 것이다.

주변인이 제일 먼저 해야할 역할은 일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어른에게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피해자가 발생하면 즉시 교장이나 교사, 학부모, 심각할 경우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다. 우리가 강연한 학교 중 이 프로그램을  도입해 괴롭힘 문제가 현저히 감소한 학교가 96%에 달한다. 부모는 자녀를 학교에서 모니터 해줄 수 있는 학급친구를 몇 명 알아두는 편이 좋다.

우리가 제공하는 리포트 불링 프로그램은 수많은 의뢰를 받고 있다. 그만큼 괴롭힘 문제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기본적인 프로그램부터 괴롭힘에 대항하는 리더 키우기 프로그램, 위험에 빠진 아이들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놓고 있다. CEO, 매니저급을 모아놓고 사내 왕따 문제를 해결하는 성인 교육 프로그램도 있고 부모 교육 프로그램, 교사 교육 프로그램 등도 있다.

평소에 교사∙학부모의 역할도 매우 중요할 것 같다.
우리는 강연을 하고 나오면서 항상 교사나 학부모에게 이야기한다. 카펫이 더러워졌을 때 우리는 성능좋은 청소기를 제공하는 사람일 뿐이고  실제로 청소기를 사용할 사람은 교사(또는 부모)라고 말이다. 지속적인 교사∙부모의 도움은 학교에서 괴롭힘을 몰아내는데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아이는 부모의 모든 것을 고스란히 배운다. 그래서 애초부터 가해자가 생기지 않게 하려면 부모의 바른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평소에 학부모로서의 행동이 어땠는가? 아이가 보는 앞에서 다른 사람 흉을 보지 않았나? 아이에게 권위적으로 대하고 목소리도 높이지 않았나? 아이와 의사소통이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운가? 아이 앞에서 욕을 하거나 짜증을 내지 않는가?


아이는 부모가 하는대로 학교에서 똑같이 행동한다. 만약 평소에 무의식적으로 이런 행동을 하고있다면 부모는 자녀에게 무의식 중에 ‘약한 자를 괴롭혀라’라고 주입하는 것과 같다. 권위적이고 타협없는 부모 아래서 자란 아이는 학교에서도 힘이 약한 아이들에게 똑같이 무례하게 행동한다. 잘 생각해보라. 자신의 자녀가 사회에서 그런 사람이 되길 정말 바라는지 말이다.


리포트 불링 웹사이트:  Reportbullying.com
                                   Parentingsession.com

한혜성 기자 Helen@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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